권력의 자리에 있던 자의 긴 변명

-포그 오브 워(2003)

by 레빗구미


전 국방장관 맥나마라의 인터뷰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이 다큐는 1961년부터 68년까지 미국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의 인터뷰로 주로 구성이 되어있다. 맥나마라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케네디의 설득에 취임하게 되었고 냉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위기 상황과 베트남 전쟁을 경험하게 된다. 쿠바와의 전쟁위기,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쟁 등 일련의 사건들 당시 자신과 주변에서 있었던 정치적인 일들과 자신의 느낌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맥나마라는 베트남 전 진행 중일 때와 전후에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영화 더 포스트(2018)에서도 나오게 되는데, 아무래도 베트남전이 많은 손실 끝에 패배했고 피해자만도 5만 명이 넘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고 이런 안 좋은 상황을 은폐한 조직의 당사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포그 오브 워는 제목처럼 안개 같은 전쟁의 예측 불가능성과 다양한 정치적인 결정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하면서 맥나마라가 얻은 교훈과 후회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다큐를 보면서, 또 보고 나서도 이 다큐의 정확한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단지 그의 변명을 보여주는 것, 그것으로 국가 권력 안의 실세였던 사람이 과거 자신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맥나마라의 긴 핑계


맥나마라는 하버드 최연소 교수를 지내기도 했고 포드의 최초 외부인 사장이 되기도 했다. 결국 케네디의 설득으로 국방장관까지 하게 된다. 유능한 수재였고 좋은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철저히 효율적인 면을 강조했다. 다큐에서도 다양한 전쟁 통계 등을 이용하는 그를 보여주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잘 설명해준다. 그로 인해 어느 면에서는 전쟁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케네디 암살 이후 그의 의견들은 후임인 존슨 대통령에게 잘 받아지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베트남전 실패의 책임을 그 당시 수장이었던 존슨 대통령에게 돌린다. 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핑계를 대는데 결국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그의 증언들은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 당시 그는 강력한 결정권 자였고 고엽제 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을 낳은 장본인 이기도 했다. 특히 고엽제를 승인했는지 여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의 대답과 모든 책임은 자신보다 존슨 대통령에게 있다는 그의 말은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전쟁/위기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있었던 여러 대화 녹취 기록들은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위기는 결정권자가 아무리 합리적인 사람일 지라도 벌어진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합리성이 독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전쟁/위기 뒤의 숨겨진 모습, 그리고 진정한 사과의 필요성


어쨌든 포그 오브 워는 전쟁과 위기 뒤의 모습들을 그런대로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었던 맥나마라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의 의견에 모든 점에서 동의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그 당시 맥나마라의 상황과 입장은 어느 정도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상황은 예측과 다르게 흘러간다. 아무리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하더라고 전쟁의 방향이나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는 그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은 내려져야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는 결정권자만 가진다. 그게 정치이며 전쟁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 책임을 그 당시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물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친일파 등이 논쟁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맥나마라의 여러 활동들을 보여주며 다큐는 끝이 난다. 나는 맥나마라의 여러 발언들이 이해 가긴 하지만. 모든 걸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즉, 그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그 당시 개입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핑계들을 듣기는 거북했다. 비록 그게 어쩔 수 없는 결정들이었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고 정치적 상황이 바뀌어서 그 사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당사자라면 사과해야 맞다. 변명보다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신의 권력이 많은 피해를 낳았음을,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사과가 필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노동, 삶을 위한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