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2014)
결혼제도의 냉소적 이면,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는 2012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길리언 플린스가 쓴 원작 자체가 워낙 재미있다고 한다. 이 소설이 완벽주의자 데이비드 핀처에게 들어갔을 때,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보장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파이트 클럽, 밀레이니엄 등 스릴러 장르에서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소셜 네트워크 같은 현실의 소재들을 긴박하게 그리며 관계에 대한 사회문제를 던지기도 했다. 또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늙어간다는 것, 젊음의 의미에 대해 묻는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이번엔 결혼제도,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결혼은 쌍방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법률 행위이다. '결혼은 보통 법률적, 사회적, 종교적 요소로서,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다(위키백과)', 소설로 치자면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결혼을 함으로써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되며, 그 이야기는 결혼한 당사자인 남자와 여자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진다. 각자 이야기하는 대상은 다르다. 여자는 집 주변 사람 등 집 주변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남자는 직장에서도, 집 주변에서도 내부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케이스가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즉,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 이야기는 타인에 의해, 타인의 주관에 의해 판단되어진다. 그게 그 부부의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고 일종의 쇼윈도 부부처럼 행동하게도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결혼의 연차가 오래되어 갈수록, 결혼생활이 좋지 않을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관객이 매스컴의 입장에 서게 하다
나를 찾아줘는 부인[로자먼드 파이크-에이미 던 역]의 실종 날부터 시작한다. 남편[벤 에플렉-닉 던 역]은 주로 쌍둥이 여동생과 그들의 결혼생활을 공유하며, 부인이 실종된 이후부터는 경찰에게 그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착해빠진 순진한 남편으로 보이는 그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부인의 일기와 교차되면서 점점 신뢰할 수 없게 변해간다. 즉, 관객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게다가 남편의 외도가 직접적으로 나오면서 관객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져버리게 된다. 일종의 분노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를 비난하게 만들고, 중간중간 나오는 불탄 일기장 등은 그가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는 그가 매스컴에 나오거나, 매스컴의 진행자가 퍼트리는 일종의 소문에서도 그대로 퍼지게 된다. 이때 매스컴은 일종의 관객이 되고, 그 관객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런 영향을 주어 그 남편에 대한 판단을 하게 만든다. 이는 매스컴에 대한 일종의 비유 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루머가 퍼져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비유로 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 소문을 퍼트리는 중개자(매스컴) 이 되고,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향을 받고 그 상황을 판단하게 된다.
이런 남편의 이야기가 1시간 정도 진행된 이후, 영화는 중대한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가 납치된 시점부터 실제로는 살아있는 아내의 시점에서 다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내는 실제로는 남편과의 관계에 실망하고, 직접 목격한 외도에 실망하면서 남편에 대한 증오와 실망으로 자신의 사라짐을 계획하고 남편을 사형에 이르게 하는 계획을 세워 실행했던 것이다. 아내는 주변 사람을 이용하고, 상황을 적절히 의심 가능하게 만들어 남편을 주요 용의자가 되게 하였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아내는 언변에 능하고, 계획이 어긋나도 본인의 이야기를 다시 바로잡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반대로 남편은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후반부
이렇게 아내의 이야기에 힘이 실리면서, 결국에는 엄청난 에이미의 계획에 의해 다시 둘이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끝이 나게 되는데, 남편은 아내와 헤어질 경우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며 헤어질 수 되어 버린다. 실제로 우리는 결혼을 하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공유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때때로 싸움을 하거나 심하게 다투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이는 외도를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심하게 주는 경우도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얽매임이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데도 계속 살게 만드는 데 있다. 주변 사람에게 상대방의 나쁨을 알리지만, 반대로 좋은 점을 알림으로써 내가 이 사람과 사는 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음을 공유한다. 서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오긴 쉽지만, 그것을 포기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공포감이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경제적인 것, 자녀의 문제, 사회적인 시선 등 이런 것을 한꺼번에 감당하는 것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겪게 될 어려움과 고민하는 것은 실제로는 영화 속 닉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 닉과 에이미는 에이미가 만들어 낸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결하고, 앞으로 더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냈지만, 그들이 정말 행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남편은 힘이 없고, 아무도 그가 생각하는 진실을 믿는 사람이 없다. 닉은 작가를 그만둔 후 직업도 변변찮고, 외도도 했다. 실제 삶 속에 닉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나이가 드는 후반부 삶이 아마 영화 속 닉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아내의 이야기는 이미 친척/주변 사람과 공유가 되고 있고, 남편의 이야기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잘못한 일은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다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가정을 버리고 떠나면, 그것이 더 나은 삻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영화 마지막의 닉처럼 현실에 순응하고 거짓된 결혼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에 비해 이혼율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인간이란 자신의 행복을 이어가길 바라고, 또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길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기도 하고, 때론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부부는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 쇼윈도 부부로 살기도 한다. 나를 찾아서는 이런 부부싸움 또는 치정극을 스릴러 형태로 보여줌으로써, 결혼제에 대해 생각하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하지만 특히나 로즈먼드 파이크의 히스테릭한 연기는 일품이다. 데이비드 핀처는 149분이나 되는 긴 영화를 마치 100분의 영화인 것처럼 지루하지 않게 끌어갔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결국 결혼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