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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불린 사나이 그리고 그의 팀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2020)

by 레빗구미



중학교 때는 즈음에 농구의 인기가 엄청난 시절이었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고, NBA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친구들과 농구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더해, KBL 프로 농구라는 새로운 경기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가장 재미있는 건 농구를 하고, 농구를 보는 것이었던 시절이었다. 친구와 아침에 농구를 시작해, 해 질 녘까지 수없이 공을 링으로 던지고 나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 당시 농구는 나의 놀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많은 스타가 있지만 마이클 조던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덩크를 할 때면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고, 슛을 던질 때면 모두 링안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그와 같은 농구 실력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그의 곁에서 그를 돕는 피펜이나 로드맨, 스티브 커 같은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특히나 마이클 조던을 조용히 보조하는 스티브 커의 플레이는 슬램덩크의 안경 선배처럼 특정한 시점에만 존재감을 보여줬는데,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당시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따라 한다는 것 자체도 나에게는 넘볼 수 없는 것이었던 같다.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더 라스트 댄스>는 1998년 시즌의 시카고 불스와 팀의 마지막 우승 뒷 이야기를 다룬다. 마이클 조던을 비롯해 필 잭슨 감독, 피펜, 로드맨, 커, 쿠코치 등 그 당시 아주 익숙하게 보았던 스타들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움이 더욱 컸다. 그 당시 왜 그들이 그때를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갔는지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조던의 데뷔 때부터 중간중간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다.



다큐는 그가 가진 승부욕과 그가 승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상황에 따른 마음가짐을 만들어나갔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저 농구에서의 승리를 위해 아주 작은 한 장면을 개인적인 불만 또는 원한으로 만들어 그것에 대해 승리로 복수를 한다. 그가 하는 복수는 그 자신 만이 의미를 가지는 복수이지만 결론적으로는 팀을 승리로 이끈다. 그런 그가 농구에 임하는 자세는 농구 이외의 영역에서도 영향을 주게 된다. 농구 하나로 농구화 마케팅의 방식에 영향을 주었고, 올림픽 출전으로 그의 플레이를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농구를 널리 알렸다. 그 시기는 정말 농구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서 남는 시간에 농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늘 마이클 조던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의 모습은 그저 농구 코트를 구석구석 뛰어다니는 모습뿐이다. 그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 동료들에게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플 때도 있었는지 등이 다큐멘터리에 고르게 소개된다. 그가 가진 인간적인 면, 감성적인 면이 같이 소개된다. 마이클 조던을 그 당시 보아왔던 사람들은 그 팀의 뒷 이야기를 보면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그의 플레이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가 어떤 실력을 가진 사람인지를 잘 확인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농구의 신이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이라도 결국 인간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를 미워하는 동료들도 많다. 조던을 여전히 농구팀 샬럿의 구단주이기도 하지만 그가 구단주라고 해서 꼭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팀일 뿐이다. 그가 중간에 두 번이나 은퇴를 한 이유도, 다시 코트로 돌아온 이유도 그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을 다큐는 보여주는 것 같다. 결국 그도 사람이었다. 그저 승부욕과 엄청난 노력이 만든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이지만, 마음을 흔드는 사건에는 흔들리고 그것을 다잡으려 수없이 애쓰는 사람이었다.



다큐를 끝까지 보면서 여러 번 <슬램덩크>를 생각했다. 그때의 이 만화도 조던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그 당시 유명한 플레이어들을 모티브로 그려냈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이 있고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마이클 조던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만든 건 그 자신의 노력도 있지만 결국 팀이다. 그 주변에서 그가 돕고, 그를 도와 점수를 만들어내 승리로 이끈 동료가 없었다면 그가 속한 팀이 6번이나 우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큐임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빠르고 그 당시의 생생한 경기를 볼 수 있어 박진감이 넘친다. 조던과 주변 팀원들의 뒷 이야기들까지 더해져 다큐를 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훌륭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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