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지난 10일간 글을 쓰지 않았다. 시사회 참석과 글을 써달라는 요청과 관련한 어떤 일을 겪고 나서 다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지만 꽤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화에 대한 글을 써나가며 최근에 들었던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가볍게 숨 고르기를 해보려고 한다.
남들 앞에서 영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글로 적어 내려 가는 것이 편했던 이유로 영화 리뷰를 계속 써 왔다. 지금 초기의 브런치나 블로그에 쓴 글을 보면 그때에 비해서는 좀 더 잘 써나가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 브런치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업데이트한다.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 티스토리, 씨네 랩,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오마이뉴스, 그리고 유튜브에도 영상을 만들어 업데이트했다. 공유하는 매체를 늘린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었는데 무엇보다 내 글을 보게 되는 독자층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조회수가 곧 돈과 기회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인지, 초기에는 조회수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는 조회수가 가끔 신경 쓰였지만 이내 내 관심에서는 멀어졌다. 각 플랫폼에서 인기가 있는 영화 리뷰들은 해당 매체가 얼마나 그것을 반복적으로 메인 페이지에 올려주느냐에 달려있는 것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글은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조회수가 적고, 어떤 글은 그렇게 잘 쓰지 않았음에도 조회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렇게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는 것도 운이다.
최근에는 영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좀 더 늘어났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영화를 즐기고 그것에 대한 반응을 각자 적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브런치에도 꽤 많은 영화 글 쓰는 작가들이 있고, 오마이 뉴스에 기고하는 시민기자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웬만큼 잘 쓰는 리뷰가 아니라면 그저 개인 페이지의 어떤 글로 묻히고 만다. 그렇게 그저 스쳐 지나가게 되는 글이 참 많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나가는 것이 과연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사실 글을 쓰면서 이 리뷰들을 바탕으로 약간의 부수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 그 글을 쓰는 노동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마이 뉴스 기고다. 어떤 형식이든 글을 써서 송고하면 배치에 대한 판단을 편집부가 하고 그 배치 위치에 따라 2,000원, 15,000원, 30,000원, 50,000원의 원고료를 준다. 내가 글 보내던 초기에는 3만 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 곳에 많이 실렸지만 최근에는 만 오천 원이나 2천 원에 자주 배치된다. 그만큼 원고료도 줄었다. 하지만 그래도 오마이 뉴스는 그 적은 원고료라도 꼬박꼬박 챙겨준다.
최근에 문제라고 느낀 건, 시사회 참석 요청을 한 영화 홍보사들이 원고료 없이 리뷰 작성을 요청하는 경우다. 처음에는 시사회 요청이 즐거웠다. 왠지 내 글이 인정받는 느낌이었고 가능한 많은 시사회에 참석하고 글을 업데이트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사회에 들어가는 시간과 내 노력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시사회 참석을 위해 왕래하는 시간, 교통비 그리고 글을 구상하고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내가 소비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글을 써 업데이트하고 나면 그저 감사하다는 짧은 반응뿐이다.
내가 아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안다. 브런치에 천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고,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매체를 운영하는 작은 운영자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좋아서 글을 써 나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의 요청으로 공짜 노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동안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어렵게 정리한 글들이 홍보에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사회 참석 후 글 작성 요청은 가능하면 원고료가 있을 경우만 참여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 글은 내가 가진 특성이 사실 그렇게 짙은 편은 아니다. 나만의 글 색깔이 그렇게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이걸 단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약간씩 변주를 해오고 있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가능하면 여러 영화들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도록 글을 쓰려고 한다. 늘 마음속에는 내 글이 엉망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한다. 자기 비하의 악마는 예나 지금이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꾸역꾸역 제말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조금은 나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제 글을 챙겨 봐 주시는 구독자 분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지난 시사회 참석 후 겪었던 일들이 저에겐 충격이 꽤 컸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싫더라고요. 그래도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이렇게 글로 정리를 했습니다. 짧은 리뷰든, 긴 리뷰든 앞으로 다시 매주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좀 더 나은 글로 영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나아갈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