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도 곧 끝나가네요. 올해도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했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OTT로 공개된 영화들도 많은 것 같아요. 후반기 들어 꽤 많은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했었지만 대부분 큰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이 볼 기회는 더욱 줄어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인디 영화들은 더욱 상영관이 줄어들어 한정된 관객을 제외하고는 뻗어나가지는 못한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을까 하고 살펴보니 생각보다 아주 좋게 본 영화가 없더라고요. 물론 정말 재미있다 싶은 영화들은 있었는데, ‘우와’라고 감탄할만한 영화를 만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로는 더욱더 그런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래 2021년에 제가 좋게 본 영화들은 저 나름대로 좋게 본 영화들이에요. 아마 다른 분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2021년도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아래는 좋게 본 순서대로는 아닙니다. ㄱㄴㄷ 순서대로 나열했어요.
SF 원작 소설을 화면으로 옮긴 드니 빌뇌브 버전의 <듄>은 사실 일반 영화의 기승전결에 맞지 않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렇게 구성하기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그러니까 이번 <듄>1편은 그야말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만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나 화면, 음악이 그 행성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죠. 이런 SF 분위기를 제가 참 좋아합니다. 이야기보다는 그 외적인 요소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영화입니다. 반면에 원작 소설을 전혀 모르거나 이 세계관을 전혀 모른다면 이 영화를 좋게 보기는 쉽지 않죠. 앞으로 3부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편에는 이야기가 잘 정리가 되었을지 기대가 됩니다.
올해 제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 실감 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제 상황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내 가슴 졸이며 보기도 했어요. 또한 신파나 감동 코드가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수상으로 관심을 받았던 <미나리>도 참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나 감정적 어려움을 잘 표현한 영화죠. 특히나 영어가 서투른 외할머니와 한국말이 서투른 외손주들의 관계에서 많은 관객들이 동질감과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울가에서 부르는 미나리 송도 인상적이었죠.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고요.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그냥 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사실 마블 영화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기존 마블의 팬들은 많이들 실망하셨던 영화예요. 하지만 저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로 기억됩니다. 할리우드 식으로 가공되긴 했지만 과거 중국 무협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격투 장면들이 꽤 들어가 있었거든요. 적어도 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양조위와 장멍얼이 연기했던 웬우와 샤링의 러브스토리가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되겠죠. 무척 사랑스럽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러브스토리입니다. 양조위가 이런 분위기의 대부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 앞으로 <샹치>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마블 유니버스에서 전개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무협 스타일(여전히 CG떡칠이긴 하지만…)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느낌의 액션이 이 유니버스에 포함되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죽은 이후의 영혼과 사후 세계의 모습을 이렇게 독창적으로 그린 영화나 애니가 있었을까요? 삶과 그 안에 각자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담겼어요. 올해 초에 이 영화를 보고 독특한 화면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의 꿈에 몰입하는 영혼에 대한 표현이나 진정한 꿈을 이루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귀여운 영혼 22가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올해 빠트려선 안 되겠죠. 연말 내내 화제작이었고, 지금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 저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제가 가진 추억과 뭉클한 감정을 완전히 끌어올릴 수 있었죠. 무엇보다 나이 들었지만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앤드류 가필드와 토비 맥과이어가 나올 때 소리를 지르며 박수도 치더라고요. 현재 마블은 팬심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 아주 잘 아는 제작사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전편도 무척 좋아합니다.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주는 긴장감이 정말 대단하죠. 한 가족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 세계관의 두 번째 시리즈 역시 가족에 집중합니다. 이번에는 생존+성장이 이 테마가 되죠. 소리가 나면 나타나는 괴수의 무서움도 여전하고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죠. 아마도 세 번째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괴수를 물리치는 이야기만 남은 것이죠.
제인 캠피온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는 넷플릭스에 공개가 되었죠. 네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누구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해석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서부극이지만 총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하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해서 정말 몰입하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도 미국 이민자의 영화죠. 한국에서는 <미나리>에 가려졌지만 중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예요. 할머니가 곧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이 정작 할머니인 본인에게는 곧 죽는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일이죠. 손녀가 할머니에게 알리려고 고민하는 과정이 담겨있어요. 여기에 미국 이민을 간 사람을 중국 본토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보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있죠. 결말까지 다 보고 나면 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인 아콰피나가 코믹한 연기도 잘하지만 잔잔한 마음이 담긴 연기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예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영화를 뽑고 싶었습니다. 올해도 몇몇 공포영화들이 나왔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피어스트리트> 시리즈는 다른 영화들에 피해 관심을 못 받았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가 예전보다 인기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피가 튀기고 약간은 엉성해 보이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크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유행하던 미국 슬래셔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파트 1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파트 2와 3으로 가면서 조금 산으로 이야기가 흐르기는 하지만 파트 1은 꽤 재미있는 공포 영화였던 것 같아요. 범인이 누군지, 저주를 푸는 과정을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