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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ul 13. 2024

픽사가 보여주는 사춘기의 모습들

이 글은 6월 23일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업데이트 된 글입니다. 

















2024년 6월 네 번째


-<인사이드 아웃2>, <메이의 새빨간 비밀>, <토이스토리3>











불안 말고 당황이도 있어요 - <인사이드 아웃2> 



"000 잠깐 앞으로 나와봐"



나를 부르는 줄 알았던 이 한마디는 절대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어떤 날 담임 선생님이 내쪽을 보면서 한 말이다. 난 조용히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 책상 앞에 섰다. 가만히 서있는데 선생님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뒤쪽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닌가. 뒤를 돌아보니 내 옆에 앉아있던 짝궁이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내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그냥 들어갈까', '아니 이상하니까 앞에 뭘 챙겨가는 척해야겠다'. 여러 방법 중 칠판 옆의 무언가를 챙겨가는 척 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거울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내 얼굴을 새빨갛게 변해있었을 것이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지하실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뛰어 내려갔을 것이다. 너무 부끄러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계속 앞에 나가서 멀뚱히 서있었던 영상만 머리 속에서 반복재생될 뿐이었다. 잊고 싶은 기억. 아마 내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바로 그 기억일 것이다. 기억 구슬을 들고 파이프에 밀어넣고 저 멀리 무의식의 어딘가로 던져 보내버리면 기억을 지우는 일꾼들이 그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 기억은 생각보다 강해서 여전히 내 머리 속에서 가끔씩 재생되니까. 



<인사이드 아웃2>는 당연히도 '불안'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불안'이 난리를 치고 있는 그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건, '당황' 이었다. 핑크색 하마처럼 보이는 그 감정의 모습은 시종일관 말이 없고, 부끄러워한다.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하는 그 감정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춘기 소녀인 라일리가 부끄러운 행동을 하거나 잘못 알고 행동했을 때 당황이가 버튼을 누르며 살짝살짝 당황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당황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게 그려지지만,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그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다. 영화 중에서 기쁨이가 여러 기억들을 정리하는 장면이 있다. 저 먼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려는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누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인사를 하는 기억이다. 그 기억을 딱 보는 순간, 나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기억. 이 기억은 아마도 평생 가끔씩 떠올리게 될 기억 구슬이다. 


그 기억 때문에 밖에서 다른 사람이 부르면 진짜 나를 부르는게 맞는지 조금 늦게 반응하게 되었다. 두 번 부를 때 반응하거나, 저 멀리서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오면 먼저 뒤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당황스런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이 습관처럼 만들어진 것이다. 


라일리가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처럼  모든 감정이 나라는 존재를 하나하나 구성했다. 불안이라는 감정도 늘 내 마음 속에서 자주 영향을 주지만, 당황이라는 감정도 무척이나 큰 영향을 주었다. 당황스런 상황은 행동을 위축하게 만들고 소심하게 만든다. 그렇게 소심이와도 연결된다. 


무엇하나 따로 놀지 않는다. 당황이라는 감정에 공감했지만 결국에는 모든 감정이 연결되어 있다. 사춘기는 그 감정들을 하나씩 연결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래서 당황이라는 감정이 나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느끼는 당황은 우리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감정이 우리의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조금은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영화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서 나의 실수를 돌아보고, 그걸로 느꼈던 감정들이 나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당황, 불안, 기쁨, 슬픔 모든 감정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이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사춘기의 감정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많은 감정들의 시작이다. 이 영화는 그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고 받아들일지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 <메이의 새빨간 비밀>  


사춘기 시절의 나는 말이 없고, 반항적이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겠고, 진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문을 닫고 방 안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사춘기란 정말 이상한 시기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나라는 존재가 왜 이 세상에 있는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게 된다. 나는 그 시절에 정말 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했지만, 동시에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런 사춘기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 속 주인공 메이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메이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억누르는 소녀다. 그녀는 항상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고, 그들의 눈에 완벽한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메이의 내면에는 그녀 자신도 모르는 진짜 자신이 숨겨져 있다.


메이의 엄마도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녀는 메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딸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메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부여하고, 메이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막아버린다. 메이의 엄마 역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그것이 메이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메이의 억눌린 감정은 일종의 방어기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그녀를 억누른다. 이는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다. 그들은 부모님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결국에는 그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메이가 진짜 자신을 드러냈을 때, 그것이 진짜 메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그녀는 자신을 억누르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메이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장면이다.


모든 사춘기는 비슷한 것 같지만, 각기 기억하고 경험하는 성장 이야기는 다르다. 나 역시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면, 메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결국에는 그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과정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메이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녀가 겪었던 성장담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자신을 억누르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나는 내 사춘기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나 역시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의 압박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이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매우 감동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메이가 겪었던 감정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그녀가 자신을 억누르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날 지켜줬던 친구들 안녕 - <토이스토리3> 



사춘기 시절, 내 침대에는 늘 눈이 커다란 인형이 하나 있었다. 마음이 불편할 때면 그 인형을 책상에 놓거나 안고 자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옆을 지켜줬던 인형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 보니, 그 인형이 사실 가필드라는 캐릭터 인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0대가 넘어서야 깨달은 사실이었다. 가필드가 내가 좋아하는 인형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 인형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영화 <토이스토리3>는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엄청나게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건 아니지만, 몇몇 장난감들은 여전히 기억이 난다. 나와 함께 놀았던 장난감들. 이제는 모두 낡아서 쓰레기통으로 가버렸겠지. 특히나 나는 로봇도 가지고 놀았지만, 여러가지 인형이 더 떠오른다. 귀여운 인형들이 내 옆에 함께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영화 속 다양한 장난감들이 눈물을 흘릴 때, 나도 함께 울컥했다. 특히나 영화 말미 장난감의 주인이 대학교에 가게 되어 장난감을 버리려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은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어린 아이에게 장난감을 물려주는 것이었지만, 그 장면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장난감이 살아있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 장난감들에게 인사도 못했는데... 이제 나의 아이가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또 금방 질리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무수한 장난감들에게 때론 인사하기도 한다. '넌 이제 잊혀졌구나.' '이제 안녕'이라고.


어린 시절 내 곁을 지켜주던 장난감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의 친구이자, 나의 위로였다. 마음이 힘들 때면 그들에게 의지하며 위로받았다.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 장난감들이 주었던 따뜻한 기억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나의 아이도 언젠가 나처럼 장난감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까? 그때가 되면 그 장난감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와 같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토이스토리3>는 그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장난감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의 친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영화 속 장난감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내 어린 시절의 장난감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지켜줬던 친구들, 이제는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때가 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살아있다. 그 따뜻한 기억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장난감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의 친구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심어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그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장난감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그들이 주었던 따뜻한 기억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그 따뜻한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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