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8(2018)
케이퍼 영화의 대명사, 오션스 시리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2002)는 유명한 배우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유쾌한 도둑질을 보여줬던 케이퍼 영화의 대명사다. 1960년에 만들어진 원작을 바탕으로 보다 밝고 유쾌하게 구성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오션스 시리즈는 오션스 트웰브(2004), 오션스 써틴(2007)까지 이어졌는데, 적절히 분배된 코미디와 기발한 도둑질 방법 등으로 인기 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시리즈 후반부에는 다소 지루하고 동어 반복이라는 평가도 받았었다.
마지막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10년이 지나서 오션스 8이 다시 만들어졌다. 최근 할리우드의 트렌드는 남성 중심의 서사를 여성으로 바꿔 재구성하는 것이 유행인 것 같다. 작년에 나왔던 고스트 버스터즈(2017)가 대표적이고, 원더우먼이나 다른 영화들에서 여성 중심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런 시도는 꽤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션스8도 그런 시도를 한 영화다. 감독은 게리 로스가 맡았는데, 이전에 이런 케이퍼 무비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는 편이다.
데니 오션의 여동생 데비 오션과 그 친구들의 한탕
오션스8은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이었던 데니 오션(조지 클루니)의 여동생인 데비 오션(산드라 블록)이 감옥에서 나와 사람들을 모집해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와 함께 주축이 되는 루(케이트 블란쳇), 태미(사라 폴슨), 콘스탄스(아콰피나), 나인벨(리한나), 로즈(헬레나 본햄 카터), 아미타(민디 켈링), 데프네(앤 헤서웨이)가 이 계획에 동참한다. 첫 감옥에 출소하기 위해 데비가 연기하는 모습과 출소하여 루를 만나는 장면까지는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떤 태도로 이 영화를 보여 줄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기발하게 향수와 화장품을 훔치고, 그걸 다시 친구에게 선물하는 데비, 보드카를 묽게 물을 타서 판매하고 있는 루, 각자의 장기를 보여주며 둘이 만나는 장면은 꽤나 쿨하다.
하지만 오션스 일레븐과 너무 비슷한 동어반복적 내용
내용 전개가 오션스 일레븐의 내용과 유사하다. 단지 카지노가 다이아 목걸이로 바뀌었을 뿐이고, 유명 스타가 참석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오션스 시리즈에서 앤드 가르시아가 맡았던 테리와 같은 밉상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이 사람들을 모집하고 기발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유쾌하고 흐뭇한 웃음을 불러오고, 후반부 다이아 목걸이를 훔치는 장면은 기발하게 보이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유머도 그렇게 유효하게 먹히지 않아서 영화 보는내내 기분이 좋긴 하지만,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든다. 오션스 일레븐과 동어 반복인 이야기 구성에 중요한 양념들이 빠진 상태로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일것이다.
그래도 주인공들이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본인들 만의 장기를 활용해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 남성 팀원은 믿을 수 없다며 배제하고, 데비를 배신 했던 전 남자친구에게 작은 복수를 할 때 통쾌함이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예측 할 수 없는 모든 사소한 것들에 대비하는 데비와 루의 모습에서 어쩌면 현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여성 리더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배우들의 쿨한 연기
배우들은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리더 중 하나인 루를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은 시크하면서 쿨한 캐릭터에 매우 잘 어울리고, 데비를 연기한 산드라 블록도 꽤나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될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신선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몇 개의 시리즈는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시리즈에는 빌런인 밉상 캐릭터가 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데비의 연애 복수 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도둑질을 하면 좀 더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