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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un 13. 2018

대물림되는 가족문제로 인한 가족해체를 오컬트에 담다

-유전(2017)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전 유행하던 오컬트 장르에 대한 여전한 니즈


 한 때 오컬트 무비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오컬트 무비는 신비주의 또는 초자연주의 같은 내용을 다룬 영화다. 특히나 악마를 숭배하는 종교 집단이나 기독교 단체가 많이 등장하고 대표적인 영화가 오멘(1977)이다. 악마의 자식에 대한 내용인데, 아주 잔인한 장면 없이 기묘한 분위기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엑소시스트(1975)도 오컬트 장르의 영화다. 이런 영화 속에는 공포스런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믿음에 대한 것과 공포심에 대한 것을 굉장히 잘 다루고 있어서 아직까지 오컬트 영화 라고 하면 그 영화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정통적인 오컬트 영화가 많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데, 그나마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컨저링(2013)이라고 할 수 있다. 컨저링 시리즈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흥행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사람들은 오컬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오컬트 장르의 매력이 고급스럽게 잘 담긴 영화 유전


 작년에 만들어진 유전은 최근의 오컬트 영화 중 아주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진 오컬트 장르의 영화다. 초반 미니어처를 훝으며 시작하는 영화는 미니어처의 한 부분에 집중하더니 그곳에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첫 장면 부터 뭔가 딱 짜여진 세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영화는 엄마인 애니(토니 콜레트), 아빠 스티브(가브리엘 번), 딸 찰리(밀리 사피로) 등 4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외할머니의 장례식 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각 인물들의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뭔가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초반에 영화를 보다보면 분명히 가족 간에 사랑이 보인다. 적어도 서로 위로의 말을 던질 줄 알고, 서로를 챙긴다. 하지만 애니는 본인의 엄마가 죽은 후 우울한 감정을 달래기 위해 미니어처 만드는 작업에 더욱 몰두한다. 애니와 엄마의 관계도 썩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애니는 더욱 더 자기 딸과 아들을 챙기는데, 딸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애니는 우울감과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심리 치료 모임도 가지만 크게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그 와중에 아들 피터의 실수로 딸 애니까지 죽고 난 다음 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보여주려는 것은 서서히 망가지는 가족의 해체


 영화 속에서 처음에는 죽은 외할머니와 딸이 이상한 행동을 했거나 한 것으로 묘사되고, 그것으로 인해 다른 나머지 가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아빠인 스티브가 중심을 잡고 최대한 가족들의 해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계속되는 불운은 그것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모든 일의 중심에 애니가 있는데, 자기 엄마로 부터 겪었던 문제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까지 전달되는 것을 보며 최대한 그것을 막아보려고 한다. 이 끈끈해 보이는 가족은 우울감을 이기지 못한 애니로 인해 완전히 해체되고 결국 악마를 불러오게 된다.



많은 점에서 매우 훌륭한 오컬트 영화


 미장센과 배우 연기가 매우 훌륭한 영화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애니는 각종 끔찍한 사고도 미니어처로 만드는데, 그 하나하나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줄 때, 그것이 주는 굉장한 공포감이 있다. 그리고 딸 찰리가 내는 소리 “땋” 은 영회 속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공포감을 극대화 시킨다. 집안의 구조나, 죽은 시체의 모습, 집의 조명 등 하나하나가 뒤로 갈 수록 기괴함을 더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애니를 연기한 토니 콜레트의 표정일 것이다. 탁 튀어나온 광대뼈와 퀭해 보이는 눈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해골 처럼 보이는데, 애니가 놀래거나 흥분해서 날뛰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화면을 잠시 외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 아쉽다. 외할머니가 실행한 악마의 의식이 그 자식의 자식까지 내려온 것은 좋은데, 너무 직접적인 결말이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무한 느낌이 많이든다. 오히려 조금 모호하게 결말을 지었다면 더 좋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굉장히 무섭고 기괴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그 무서운 기괴함이 남아있는 영화다.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특정 장면은 계속 관객을 괴롭힐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결말, 하지만 극장 밖에서도 생각나는 기괴함


 영화는 이 가족이 가지고 있는 작은 우울감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가족을 어떤 방식으로 해체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가족을 보호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엄마인 애니 같지만, 애니는 이미 본인의 엄마에게 받은 상처때문에 자식들을 온전히 보호하지는 못한다. 아빠인 스티브는 그 와중에 중심을 잡고 가족을 이어가려 하지만, 결국 아내의 폭주에 무너지고 만다. 잘 견디며 나아가던 스티브가 차 안에서 울음을 터뜨릴 때, 그 온전한 감정이 관객에게도 전도된다.


 현대는 가족의 영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흑수저, 금수저 등 경제적인 부분이 대물림 되고, 여러가지 질병이나, 삶의 방식에서도 윗 대의 가족 행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다. 영화 유전은 오컬트 장르를 빌려 가족 내 잘못된 대물림 방식이 어떤 파국을 가져오게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악마는 가족의 해체가 가져온 사이코 패스 같은 악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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