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2018)
박훈정 감독의 힘있는 이야기들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2)를 많은 사람이 좋아했다. 범죄 액션물이었던 신세계에 환호 했던 많은 관객들은 그가 이후 만드는 영화들에 크게 환호하고 있지는 않다. 대호(2015), 브이아이피(2016), 마녀(2018)까지 아직까지 박훈정 감독의 실험이 계속 되고 있는 것 같다. 장르도 범죄 액션 느와르 장르에서, 사극으로, 이후 첩보 액션 느와르 장르에 도전했다가 이제는 일종의 히어로 액션물을 들고 왔다. 그가 만든 영화들이 모두 훌륭한 영화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영화가 진지하게 본연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뚜렸해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다.
무수히 떠오르는 마녀와 비슷한 영화들
마녀를 보고 나서 많은 영화가 떠올랐는데, 기본적으로 마블이나 기타 헐리우드의 히어로 물을 떠올리기 쉽다. 엑스맨 같은 초능력을 쓰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떠오르고, 2011년에 나왔던 시얼샤 로넌 주연의 한나도 떠오른다. 인간 병기로 어렸을 때부터 훈련 받았던 한나가 그 훈련 시설을 탈출했다가 다시 복수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고 그를 조련했던 사람이 여자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영화의 구조는 한나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한국영화로는 초능력자(2010)가 떠오르기도 하고, 2015년에 제작된 경성학교(2015)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경성학교는 주인공 주란(박보영)이 가진 힘 때문에 여러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영화의 말미에 그 능력을 이용한 액션 장면이 배치되어, 영화 마녀와 상당부분 비슷한 면이 있다.
자윤의 초반부 삶의 모습과 대조되는 후반부 폭주
영화는 자윤(김다미)가 실험 시설에서 탈출하여 한 노부부에게 키워지는 것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처음의 사건이 있었던 때로 부터 10년 후의 시점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자윤과 그의 부모(최정우, 오미희)의 관계는 자윤을 악의 영향으로 부터 막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전반부가 거의 1시간 가량 차지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적지 않게 지루하다. 큰 일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를 여러 번 연출하지만 별 일이 없기 때문에 다소 루즈해지고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하나하나 자윤의 주변인물을 채워 나간 덕분에 중반 이후 자윤이 폭주하면서 주변인들이 반응하는 것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떤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후반 이후 자윤이 다른 인물들과 보여주는 액션 장면은 대단하다. 주인공 자윤은 일종의 초능력자인데, 격투 액션에도 능하고 초능력을 써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액션에도 능해서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액션 장면들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자윤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단점인데, 이는 후반부로 갈 수록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배우 김다미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자윤을 연기하는 김다미 일 것이다. 신인 배우가 단독으로 주연을 맡았고, 여성임에도 굉장히 과격한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반부와 후반부 전혀 다르게 보이는 자윤의 연기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말 완전히 순수한 인물인 것 같이 보였다가 모든 것을 다 아는 마녀처럼 보이는 연기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다. 반면 닥터 백역의 조민수는 전반적으로 무난했지만, 후반부 흥분한 모습에 다소 실소가 나오고, 귀공자 역인 최우식과 최 역의 박희순은 너무 기능적인 역할로 소모되어 버리고 만다.
이 영화도 딸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닥터 백이 만들어낸 딸을 혹독하게 실험과 훈련을 시키는데, 이 냉혈한 모습을 보면 영화 아이토냐(2017)에서의 혼내기만 하는 엄마가 생각난다. 그렇게 다그치기만 하는 교육을 받고 결국에는 엄마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자윤은 그 후 노부부를 부모로 맞아 자라게 되는데, 이들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받고 그에 맞게 따뜻하게 사랑해준다. 결국 그는 좋은 딸인 동시에 복수하는 딸이다. 복수하는 딸은 그를 그렇게 만든 시스템을 파괴하고 좋은 딸로 살아갈 수 있는 치료제를 찾아간다.
결국 본론은 후속편에서 계속...
마녀는 대놓고 제목에 part1 이라고 못박아 놓았다. 실제로 영화의 결말을 보면 2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단 이런 영화에는 무엇보다 악당인 강력한 빌런이 중요하다. 이번 영화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개요 정도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이후에 나올 이야기들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담겨야 할 것이다. 그때 강력한 빌런으로 긴장감을 만들고 본격적인 액션이 들어간다면, 한국에서도 히어로 장르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