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2018)
부모와 딸과의 관계를 풀어낸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부모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아니, 가족 개개인은 상대방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족에서 누군가가 빠진 채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건 어쩌면 큰 슬픔 속에 삶을 지속해야한다는 것일지 모른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는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딸, 그리고 부모와 딸 등 딸과 부모 사이의 일들로 다양한 상황을 엮어서 보여주고 있다. 마블은 최근에 발표하고 있는 여러 작품 속에서 여성들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 중에 앤트맨과 와스프도 그런 경향이 확실히 보이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가족영화 안의 틀에 집어 넣어두고서 각 집안의 딸들이 각자가 원하는 것을 보거나 쟁취해가는 과정을 녹여놓았다.
페이튼 리드 감독이 만든 앤트맨(2015)은 감독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밝은 톤이 그대로 묻어난 영화였다. 페이튼 리드 감독은 이전에 예스맨(2008)이나, 다운 위드 러브(2003), 브링잇온(2000) 같은 유쾌함 속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마도 그에게 앤트맨이라는 히어로는 그의 연출관과 딱 맞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앤트맨은 사실 처음에 주목받는 마블 히어로는 아니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영웅을 끌고와 소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다, 다른 마블 영화와는 차별화 되는 것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튼 리드 감독은 1편을 하이스트 영화와 히어로 영화를 결합하면서 꽤 유쾌한 합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수다스러운 스콧 랭(폴 러드)과 그의 친구 루이스(마이클 페나)가 보여주는 유머들은 관객의 배꼽을 빼 놓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스콧(앤트맨)보다는 호프(와스프)
이번에 다시 돌아온 앤트맨과 와스프는 하이스트 장르 대신 가족영화 장르를 가지고와 히어로물과 결합한다. 이는 애초에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던 앤트맨 본연의 분위기와 더 잘 맞는다. 영화는 어벤져스:인피니티워(2018)의 바로 직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캡틴 아메리카:시빌워(2016)와 연결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양자의 영역에 갇힌 1대 와스프 재닛(미셸 파이퍼)를 구출하는 것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와스프가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인지, 영화의 처음 부터 와스프(재닛과 호프) 의 과거 관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어쩌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스콧이 아니라, 호프(에반젤린 릴리)일 것이다. 주요 장면에서 호프가 다른 인물들을 리드한다. 이는 꽤나 멋진 전략이고, 그래서 스콧과 호프가 더욱 더 동등한 입장으로 보인다.
또한 호프는 엄마 성인 반 다인을 그대로 쓰고 있다. 왜 아빠(마이클 더글라스) 성인 핌을 쓰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속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그의 엄마인 재닛과 호프 모두 자신의 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인데, 그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가진 자신들의 성인 반 다인으로 좀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드러내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정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토대가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딸들이 그들의 아빠를 돕거나 응원하는 모습이 계속 반복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딸
영화 속에는 세명의 딸이 나온다. 와스프인 호프, 스콧의 딸 캐시(애비 라이더 포트슨), 고스트(해나 존 케이먼) 가 딸로 나오게 되는데, 세 명 모두 부모에게 상당히 사랑받은 인물이지만 그 상황이 다르다. 호프는 어머니가 실종되면서 아버지 아래서 자랐고, 캐시는 부모의 이혼으로 두 집을 옮기면서 살아간다. 캐시의 부모는 원수처럼 지내지는 않아서 자주 만나는 중에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 고스트는 부모의 사랑을 받았으나, 사고로 부모를 한 순간에 잃고 불치의 병을 앓으며 고통 속에 산 인물이다.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가족의 결핍 속에 자랐고, 이 영화 말미에 그들은 진정으로 치유 된다. 호프는 어머니를 찾고, 캐시는 진정한 아버지를 찾고 그의 행복을 찾았으며, 고스트는 병을 치유하고 아버지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 그 치유의 과정이 영화 속에 녹아 있어 전반적인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확실히 자리 잡은 앤트맨의 크기변형 액션
앤트맨의 액션 장면은 이제 그의 특색이 확실 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물건이나 사람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줄이고 키울 수 있게 되어 실제 긴박한 장면에서 각종 사물의 크기를 조종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독창적이다. 이번 앤트맨과 와스프를 통해 이 시리즈가 마블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와 맞는 히어로 영화라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것 같다. 특히나 마지막에 다양한 인물들이 엮이며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긴장감과 통쾌함을 주다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 유머의 대부분은 스콧의 친구인 루이스가 보여주는 구강 액션일 것이다. 그가 말하면서 립싱크로 따라하는 것을 보여주는 과저 회상 장면은 정말로 웃다가 쓰러질 정도다.
어벤저스 4편으로 가는 징검다리
결국 이 영화는 어벤저스 4편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영화가 다 끝난 후 엔딩크레딧에서 보여지는 첫 번째 쿠키 영상은 어벤저스3편의 영향권 안에 있으며, 향후 4편으로 곧 바로 이어진다. 아직까지 마블 히어로 유니버스가 우리에게 재미있고 대단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각기 다른 히어로의 매력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큰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서 각자가 가진 역할을 준 데 있을 것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가도 중심부에 큰 이슈가 있을 때, 그 히어로들을 가져와 활용하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관객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꽤 훌륭한 가족 영화다. 무엇보다 딸을 가진 부모의 입장이라면 더욱 더 몰입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앤트맨 3편이 나온다면 어떤 영화가 될까? 앤트맨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앗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중심을 연기하는 폴 러드와 에반젤린 릴리의 합도 굉장히 잘 맞는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1대 와스프인 재닛, 미셸 파이퍼의 매력도 굉장하다. 아직까지 저런 미모를 가지고 있다니.. 어쨌든 앞으로도 앤트맨과 와스프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