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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키노 May 08. 2017

너, 걸리면 죽는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vs 장고:분노의 추적자

한파가 귀싸대기를 엄청나게 갈겨대던 작년 겨울,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를 보고 왔습니다.

디카프리오가 이 작품을 두고 오스카를 받느냐 마느냐하는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예고편과 포스터에서 풍겨지는 그만의 매력으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디카프리오가 리즈시절의 그의 빛나는 외모를 뒤로하고 연기에 올인하여 최고의 연기를 펼쳐왔기에
그의 작품을 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초반에 비해 점점 시들어만 가는 인물들의 관계와 
마치 로빈슨 크루소를 연상시키는 극강 하드 캐리 생존전문가로 변모해가는 글래스(디카프리오)모습은
상당히 빠른 장면전환과 호흡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에게는 지루함을 주기가 충분했습니다.

제가 요즘 피곤함을 느끼곤 하는데 영화 상영 중 졸렸던 건 근 5년 내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편의 복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 같아 지루함이 재미를 앞선 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영화가 머릿 속에 떠올랐는데,
그게 바로 <장고: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입니다.

디카프리오의 악역 연기는 갑 오브 갑입니다.

<레버넌트>와 <장고>는 많은 점들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은 두 영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면서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연기의 달인, 디카프리오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절정의 연기를 선보인 작품입니다. 시대적인 배경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조금씩 상이하지만 영화 속의 디카프리오는 그 배역 자체로 느껴질만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레버넌트>의 디카프리오가 맡은 글래스라는 인물은 생존력이 강한 인물입니다. 
곰과 맞짱떠서도 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체력과 근성이 있으며, 아들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 눈구덩이에도 뛰어들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그런 악착같은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극한의 추위와 부상에서의 고통을 연기하는 디카프리오를 보고 있자면 '정말 사람이 다치면 저런 공황상태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눈빛만봐도 알 수 있는 디카프리오의 연기)


 <장고>의 디카프리오는 그야말로 악덕사장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농장주 캘빈 캔디 역을 표현하는데 악당으로의 섬세함을 표현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망치 장면이 계속 생각합니다. 처음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선한 얼굴의 탈을 뒤집어 쓴 전형적인 악당을 묘사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스틸컷만 봐도 미친놈 같지 않습니까?

(지독한 농장주의 망치질 스틸 컷)



2. 추워도 복수는 계속된다.


<레버넌트>와 <장고>의 추위는 조금 다릅니다. 

<레버넌트>는 영화 전체 이야기를 극한의 추위를 느낄 수 있는 대륙의 어느 장소를 잡았다면, 
<장고>는 계절의 변화와 대륙 이동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설정한 부분입니다.

추위라는 설정이 개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장치인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때 극적인 전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장치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하얀 눈 위에 피가 튀거나 모닥불이 불타거나
화약 연기나 인물들의 호흡을 눈으로 볼 수 있기에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저는 피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추위가 강하게 느껴질수록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복수를 했을 때 관객들에게
일종의 쾌감을 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추워보이네요. 그래도 제이미폭스는 씻기라도 한 듯...)



3. 걸리면 죽인다. 복수대상자


두 영화에서는 명확한 복수대상자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레버넌트>는 복수의 대상이 저지르는 살인을 스스로가 목격했으며 그가 어느 곳으로 최종목적지를 두고 갔는지를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존과 복수의 경계선에서 '생존'에 더 포커스를 두고 살아남고자 악착같이 노력합니다. 얼어죽을만큼 강한 추위도 추위이지만 글래스를 찾아 죽이려는 다른 인디언 부족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나야하는 것이 더욱 캐릭터를 궁지로 몰아 넣습니다.
(그런데 자꾸 딸만 찾아 헤매이는 추장이 이상하긴 합니다.)

<장고>는 복수의 대상을 목격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문의 남자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최종목적지가 아닌 최종목표 대상을 찾기 위해 스스로가 현상금 사냥꾼이 됩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실력을 토대로 '복수심'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복수대상자의 강도가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레버넌트>의 복수대상자인 피처제럴드는 글래스와 거의 동등한 위치의 동료로 그려지고 있고, 최후의 대결에서도 그렇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장고>는 애초부터 계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제약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과연 장고가 어떻게 복수를 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걸리기만 해봐 아주!



4. 내가 도와줄게. 조력자의 등장


<레버넌트>의 초반부는 글래스의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를 위한 준비가 갖춰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사 직전의 글래스 앞에 우연히 나타난 가족을 잃은 인디언 부족원이 글래스의 생존을 도와줍니다. 언어보다 바디랭귀지가 진리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후의 글래스는 현질한 아이템을 얻은 것처럼 기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영화는 흥미진진해집니다.

<장고>는 초반부부터 조력자를인 닥터 킹을 만나게 됩니다. 노예 신분이었던 장고를 해방시켜주고 총을 쏘는 방법을 알려주어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줍니다. 그가 없었다면 장고가 복수를 할 수가 없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사직전의 글래스에게 희망의 등불인 인디언이 곧 등장합니다.)
(전문 현상금 사냥꾼의 길로 이끄는 닥터 킹)



5. 총,총,총


<레버넌트>는 서부시대 이전의 척박했던 시절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만들었고, <장고>는 본격 서부시대 복수극을 표방하는데 두 영화에서는 유독 총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현대와는 달리 한 발 한 발의 명중률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 속에서는 의외의 재미를 주기도 하더군요. 요즘 액션 영화들은 총 쏘면 인물들이 막 죽어나가는데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의 총은 장전에도 시간이 걸리니 그 사이 시간이 긴장감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6. 씬스틸러


<레버넌트>의 씬스틸러는 당연 글래스를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곰님입니다.
영화 초반 관객을 사로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시나리오 작법에서 배운 것 같은데, 이 장면은 대단합니다.
디카프리오의 미친 연기력과 관객들의 시선을 뺏는 곰님의 연기는 잘 짜여진 액션 합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너무 강렬해서인지 영상 이후 시시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다시 한 번 곰은 귀여운 존재가 아닌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죽은 척 하지 마십시오. 죽었는지 살펴보다가 찢겨져 죽습니다.)

<장고>의 스티븐 역을 맡은 사무엘 L.잭슨의 연기력은 섬세하면서 강렬합니다. 노예들의 피를 빨아먹는 앞잡이이자 노예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서 묘한 매력을 내뿜습니다. 어벤저스의 닉 퓨리 국장이나 킹스맨의 발렌타인을 생각하신다면 완전히 잊어도 좋습니다. 영화 속 스티븐은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한 악역을 보좌하는 또 다른 악역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사무엘 L. 잭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이니 영화 속 포인트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디카프리오에게 다가가 귓속말 연기를 하는게 기억에 남는군요.

<레버넌트>의 이냐리투 감독의 스타일을 본 분이시라면 여전히 그만의 색깔을 입혀서 보였다는 것에 동의를 하실 겁니다.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전작 <비우티풀>과 <버드맨>에서 보여주었던 영상톤과 스토리 흐름은 개성넘치는 감독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지루한 면은 없지 않을 수 있지만 느린 호흡 속에서 만들어 내는 인간의 훌륭한 가치들과 철학, 그리고 본성에 관한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장고>가 타란티노 감독만의 색을 잘 드러낸 것처럼 말입니다.


<레버넌트>를 보실 분이라면 먼저 패딩보다 퍼가 들어간 망토를 구매하신 뒤 영하 15도의 추위 속에서 30분을 기다리신 다음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 속 추위를 <히말라야>보다 배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만 잠을 안 잘 수 있거든요.

무비키노의 평점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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