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속 음식
나는 모든 사람들이 열광할 때는 일부러 하고 있지 않다가 그 열기가 식으면 잊혀질때쯤 해보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기생충 속 채끝살 짜파구리도 영상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가 모두에게 잊혀졌을때 꺼내보았다... 는건 핑계고 광고주가 원해서 하기 싫었지만 억지로 만들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뭐든 섞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짜파구리도 만들어먹지 않았었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먹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좀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레시피들을 비교해보니 만드는건 거의 비슷해보였고 한가지 차이가 있었다면 수프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였다.
그중 가장 맘에 드는 레시피는 농심에서 제시한 레시피였는데 따라 해 보니 역시 라면회사에서 만든 레시피는 과학이었음이 드러났다.
재료 : 짜파게티 1봉, 너구리 1봉, 채끝살 200g, 소금 약간, 올리브유, 가다랑어포 한 줌, 달걀 2개
- 채끝살은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영화를 따라 해 보느라 한우 채끝살을 사봤는데 200g에 350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에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했다.
- 일단 라면 물을 올려놓고 물이 끓는 동안 채끝살을 구워준다.
물의 양은 중요하지 않으니 라면 두 개 끓일 정도로만 적당히 끓여주면 된다.
- 달궈진 팬에 올리브유를 세 바퀴 정도 두르고 채끝살을 넣는다. 소금을 솔솔 뿌려준 다음 센 불에서 빠르게 겉면을 익혀준다. 속까지 다 안 익혀도 되니까 겉만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면 바로 꺼내 준다.
- 이때쯤 물이 끓기 시작한다. 짜파게티 면, 너구리 면, (라면에 동봉된) 다시마, 건더기 수프를 한 번에 넣고 끓인다. 나중에 살짝 볶아야 하기 때문에 면은 약간 덜 익히는 게 좋다.
- 라면이 거의 다 익었다면 물을 따라내고 면수 2 국자, 짜파게티 수프 1봉, 너구리 수프 3/5봉을 넣고 약불에서 약 1분간 볶아준다.
- 조리가 완료된 짜파구리에 짜파게티 조미유를 넣어 잘 섞어주고 남은 너구리 수프 2/5봉은 면수에 넣어 끓여준다. 남은 면수를 모두 사용하면 싱거우니 물 양은 알아서 조절하면 된다.
- 완성된 짜파구리의 반엔 채끝살 구이를 넣어 버무리고 나머지 반에는 반숙 달걀프라이와 가다랑어포를 올려준다. 이렇게 두 가지 버전의 짜파구리가 완성되었다!
맛은 보장된 것 아닌가. 채끝살은 입에 넣으면 그냥 녹는 것이고... 그러나 다시는 이런 조합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천원도 안 되는 라면에 몇만 원짜리 한우가 말이 되나.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도 나와 있듯이 이건 그냥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일 뿐. 하지만 내가 만든 반숙 달걀프라이와 가다랑어포를 올린 짜파구리는 추천한다. 달걀은 반드시 반숙 이어야 한다. 고소한 노른자를 터뜨려 짜파구리에 비비면 조금 더 꾸덕해진 라면이 진짜 끝내주게 맛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