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노노케 히메> 속 음식
재앙신이 되어버린 나고(멧돼지 신), 머리가 잘린 시시가미(사슴 신)의 그림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랬는지(무서운 거 징그러운 거 못 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던 모노노케 히메를 처음 보았을 때는 무사들(지바시리와 시쇼렌)만 제외하면 딱히 악으로 그려진 대상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뭔가 마음 한편이 구겨진 느낌이 들었었다. '인간도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자연을 빌려야 했을 테니까...'라는 생각과 '자연의 주인이었던 이들은 인간이 침입자, 파괴자와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고 '어떻게 해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나의 생존이 중요하고 너는 너의 생존이 중요하니 서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게 이상적인 해결책이지만 사실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나를 포함한 인간은 자연 앞에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극 중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 하나 나오는데 그 이름은 지코보. 그는 악도 선도 아니고 신념이나 목적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때에 따라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간이었다. 굽이 아주 높은 나무 신을 신고 다니는데 어찌나 잘 달리던지 설정이 스님 아니었나...?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만들어 본 음식은 바로 지코보와 아시타카가 먹었던 "미소(된장)죽"이다. 별거 아닌 음식인데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한국의 된장보다는 염도가 낮은 미소로 만든 죽이라 확실히 맛이 순하고 목 넘김도 편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죽에는 미소 말고도 들어간 것이 있었는데 이게 파 같아 보이기도 하고 다시마 같아 보이기도 해서 좀 고민을 했었다. 맛을 고려해 다시마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쪽파를 곁들이긴 했지만) 완성된 죽을 먹어보니 다시마로 결정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 후 혼자 으쓱으쓱했었다.
재료 : 불린 쌀(1인분 분량), 다시육수, 미소된장 0.5스푼, 참기름(선택), 쪽파(선택)
1. 다시육수를 준비한다.
내가 만들었던 국물이 들어간 요리에 대부분 들어가기 때문에 구독자분들은 이제 다시 정도는 눈감고도 내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복습 한번 더 해보자! 물 1L에 다시마(5cm), 가다랑어포 한 줌 넣어 끓여주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불을 끈 상태로 5분 이상 놔둔다. 한 김 식으면 가다랑어포는 걸러내고 사용하고 남은 육수는 냉장보관 한다.
2. 냄비에 참기름 한 바퀴 두르고 불린 쌀을 넣고 약불로 볶는다.
영화에서 참기름은 넣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넣고 싶어서 넣었다. 넣는 게 훨씬 맛있겠지만 영화와 똑같이 만들어보고 싶다면 빼도 좋다.
3. 불린 쌀에 있던 수분이 사라질 때쯤 육수를 붓는다.
육수의 양은 쌀의 양의 3배쯤 부어주는 게 좋고 아주 약한 불로 은근하게 끓여주며 계속 저어준다.
4. 육수가 살짝 걸쭉해지면 잘게 자른 다시마를 넣는다.
육수를 낼 때 사용했던 다시마를 잘라서 사용해 준다.
5. 육수의 양이 반쯤 줄었을 때 미소(된장)를 풀고 계속 저으며 끓여준다.
오이시쿠나레~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 큥..!
6. 죽이 취향에 맞게 걸쭉해지면 완성이다!
취향에 따라 쪽파를 뿌려도 좋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인 음식이지만 나는 이걸 너무 맛있게 먹었었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촬영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몇 번 더 만들어 먹었다. 나를 홀리게 한 맛이 궁금하다면 한번 만들어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