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문호 스트레이독스> 속 음식 #4
(어린) 오다사쿠 : 유감스럽게도 이곳은 식사가 맛이 없더군.
후쿠자와 : 원하는 게 있나?
(어린) 오다사쿠 : 카레
다자이 : 매워. 아저씨, 여기 조미료로 용암이라도 넣은 거야?
카레집 사장님 : 오다사쿠는 늘 그걸 먹는데.
오다사쿠 :... 그리고 난 언제든 여기 카레를 먹을 수 있다면 충분해.
문호 스트레이독스엔 유독 슬픈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오다사쿠(오다 사쿠노스케) 역시 그런 슬픈 인물이다. 외로움에 사무쳐 살아가는 다자이의 몇 없는 친구 중의 하나라 그런 건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그런 건지 내가 다자이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다사쿠를 생각하면 밀려오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있다.
이번엔 오다사쿠가 애정하는 카레를 만들어보았다. 다자이가 그 카레를 먹고 매워서 쩔쩔매던 장면과 카레의 생김새 등을 단서로 검색을 해보다 보니 이 카레는 마제카레(混ぜ カレー: 우리말로 비빔 카레)였고 실제로 이 카레를 파는 카레집이 오사카에 있었다. (지유켄이라는 카레집인데 '명물카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다.) 문스독 오다사쿠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오다 사쿠노스케:작가)이 이 가게를 애용했었고 그곳에 가면 "トラは死んで皮をのこす 織田作は死んでカレーライスをのこす"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오다사쿠는 죽어서 카레라이스를 남긴다.)라는 글과 함께 그의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원작 소설에는 이 카레의 레시피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읽어보진 않았지만 찾아보니 채소나 고기등은 형태가 없어질 정도로 푹 끓이고(이 카레는 실제로 건더기가 안보임) 매운맛을 더하는 것 같은데 내가 늘 말하듯이 우리는 매우 바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간단하게 기분만 낼 수 있게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매운 마제 카레> 만들기
재료 (1인분 분량)
고형카레 or 가루 카레 or 인스턴트 카레 1인분, 달걀 1개, 우스터소스, 밥 1 공기
*고형 또는 가루 카레에 물을 약간 섞어 만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채소나 그 밖의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감칠맛은 부족하다. 그래서 채소나 고기 등의 재료는 들어가지만 건더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운맛 인스턴트 카레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나는 하코야 액상 커리와 매운 채담카레를 섞어 썼다.
1) 고형 또는 가루 카레 1인분에 물을 조금 붓고 끓여준다. 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인스턴트 카레를 끓여준다.
2) 밥 1인분을 넣고 잘 섞으며 센 불에서 볶아 수분을 어느 정도 날려준다.
3) 그릇에 담고 밥 중앙을 눌러준 뒤 달걀을 깨서 얹는다.
4) 우스터소스를 뿌린다.
날달걀을 잘 못 먹는(특히 흰자를..) 내가 먹기엔 좀 힘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스터소스를 넉넉히 뿌려주고 흰자의 끈적함이 최대한 느껴지지 않도록 밥과 잘 비빈 후 먹으면 먹을 수 있고 먹을만 했다. 으른의 세계에도달하기란 참으로 어렵구나 싶었다..
(사실…나쁘지 않다, 먹을만 하다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날 민망할 정도로 카레를 남김없이 먹어치웠고 다음에도 또 만들어 먹을 예정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