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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Aug 05. 2019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제6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멜랑콜리아> (2011)는 ‘이치(理致)’와 ‘이치(二致)’의 결합을 보여준 위대한 영화다. 즉, 동음이의어를 갖고 인간이 아무리 손을 써도 세상의 섭리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절망과 우울을 두 가지 측면의 합치로 보여준 영화다. <멜랑콜리아>는 오프닝 시퀀스, 제1장 ‘저스틴’, 그리고 제2장 ‘클레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를 ‘이치(二致)’의 관점에서 보자면, 극심한 우울감과 함께 지구의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지구와 멜랑콜리아 행성의 충돌을 통해 외부적으로 그려내고, 제1장에서는 주인공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을 통해 내부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제2장에서는 ‘저스틴’과 갈수록 더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시각으로 외부와 내부에서 각각 몰려오는 절망과 우울의 합일을 붉은빛과 푸른빛의 공존 아래 찬란하게 묘사한다.



<멜랑콜리아>가 종말을 이야기하는 영화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시각적인 요소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이치(二致)’를 보여주는 세 개의 장의 모티프나 다름없는 음악적인 요소와도 관련이 있다. 이 영화의 뼈대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의 서곡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은 계속해서 반음계적인 선율을 배치해 긴장을 조성하지만, 이후 이렇게 조성된 긴장 상태를 해소하지 않고 오히려 유지하는 ‘트리스탄 화음’을 포함하고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서곡을 오프닝 시퀀스, 제1장과 제2장으로 나누어 본인만의 ‘트리스탄 화음’을 완성함으로써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우울감과 파괴를 시각과 청각적인 영화 언어로 체현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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