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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문보 Feb 22. 2018

언론의 자유를 지켜낸 한 여성의 선택, <더 포스트>

이것이 언론이고, 이것이 선택이다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더 포스트>로 돌아왔다. <더 포스트>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추려 했던 기밀문서 보도를 소재로 삼는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국가 보안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언론이 '펜타곤 페이퍼' 관련 보도를 금지하려는 반면, 이런 상황 속에서 워싱턴 포스트가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30년간 미국 정부가 은폐하려고 했던 기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하는 모습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필요성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축은 언론 자유 수호, 단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은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눈치 보며 억눌렸던 한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더 포스트>를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할을 이야기하면서도 한 여성의 삶과 선택을 통해 여성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특종 경쟁 속, 보도를 막으려는 미국 정부 대 국민을 30년 넘게 우롱한 정부의 민낯을 폭로하려는 언론 


"The Times has 7,000 pages detailing how the White House has been lying about the Vietnam War for 30 years. ∙∙∙ The wat they lied, those days have to be over."


1971년 6월 13일, 뉴욕 타임즈는 미국 정부가 30년 넘게 숨겨온 베트남 전쟁 관련 기밀문서의 존재를 보도했다. 그 기밀문서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정치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에서 승산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국민을 속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뉴욕 타임즈의 보도 이후, 각종 언론사들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기 위해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닉슨 정부는 언론이 반역 행위를 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하면서 후속 보도를 금지하기 위해 소송을 건다. 정부는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평판과 정부 이미지가 언론의 보도에 의해 타격을 입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리 정부가 협박을 가해도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굴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30년 동안 네 명의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패배를 책임지지 않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냈고 무고한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극악무도한 일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집장 벤에게는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미 수정헌법 제1조가 있었다. 그는 그들의 희생을 막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세운 민주주의 국가를 지켜내기 위해 펜타곤 페이퍼 입수 전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4,000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확보한다. 그러나, 그는 바로 기밀문서 관련 추가 보도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를 보도할 경우 주식 상장을 앞둔 워싱턴 포스트의 존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당연했고 벤 역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면 민주주의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제 모든 건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의 선택에 달려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꼭두각시 취급받는 한 여인, 웅크리던 몸을 일으키다


워싱턴 포스트를 세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남편에게 회사를 물려주셨지만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캐서린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본인도 이 회사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가문이 이 회사에 얼마만큼의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알고 있기에 현재 재정적인 문제로 힘든 워싱턴 포스트를 위기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남성 중심 사회는 그녀를 암묵적으로 경시했고 그녀는 점차 심적으로 지쳐간다. 캐서린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지만 남자들로 가득 찬 이사진은 그녀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면서 자신들의 선택을 받아들이라고 눈치를 준다. 심지어 뉴욕 타임즈의 보도 전날에 죽은 남편과 자신의 친구인 맥나마라 장군(브루스 그린우드)이 언질을 주는데 언론의 사명과 회사의 재기 사이에서 내적 갈등 중인 캐서린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왜냐하면 맥나마라 장군의 언질은 현 정부에 기대어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관해 반박 기사를 내줘달라는 부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캐서린은 이리저리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My decision stands, and I'm going to bed."


하지만, 그러던 그녀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선택을 내리는 위치로 올라가게 되는 계기를 맞이한다. 벤의 집에서 그와 기자들이 순서가 뒤죽박죽인 4,000 페이지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정리하고 기사를 내기 직전 보도를 반대하는 이사진과 충돌하여 결국 캐서린을 포함한 다자간 통화를 진행한다. 전화기 너머로 보도 찬반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중, 캐서린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이 사진의 의견과 벤의 의견을 재확인하면서 회사의 수익과 언론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원칙 사이를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벤의 의견을 스스로 선택한다.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목소리를 낸 게 못마땅하고 당혹스러운 이 사진들은 늦은 밤에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최종 논쟁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옳다고 판단한 가치를 흔들리지 않고 유지한다. 그동안 타인에 의해 흔들려 왔던 캐서린은 이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었을뿐더러 자신이 시작한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 있는 발행인으로 거듭났다. 근데, 그녀의 선택에서는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의 기본적이고 참된 원칙을 지키겠다는 사명감과 회사를 재기시키겠다는 의지를 둘 다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인 우리는 그녀애게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News is the first rough draft of history."


<스포트라이트>와 비교했을 때, <더 포스트>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인들이 여러 위기를 겪고 이를 돌파하는 과정을 작위적으로 그려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극적 요소를 장면에 설치하는 대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사활을 건 기자들과 보도를 할지 말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발행인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감성을 최대한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그려낸다. 결국, 진실 보도를 향한 벤의 열정과 위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캐서린의 모습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그들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하고, "신문은 역사의 초고다"라는 캐서린의 말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써 나가야 하는 일이야 말로 언론인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자세라는 사실을 마지막 순간에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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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02.19 (CGV 아카데미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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