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 하나의 무게.

만약에 우리

by 원 무비 원 월드

우리가 하루에 하는 크고 작은 행동들을 다 합친다면 몇 개나 될까. 아마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면서 우리가 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 실수로 한 행동이나 말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우린 모두 한 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언행을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큰 쓰나미 이후에 다시 잔잔한 바다가 이어지면 우리는 그 이전의 기억을 잊게 되는 것처럼 행동의 무게를 다시금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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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는 풋풋했던 연애의 처음부터 상처만 남은 연애의 끝까지 가감 없이 그려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깊게 흔들었다. 은호와 정원은 운명적인 첫 만남을 하고 꿈같은 사랑을 하였으나 결국 식은 라면처럼 차갑게 헤어졌다. 관객마다 이 관계의 끝을 초래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욕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진지하게 보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행동의 무게를 알지 못한 청춘들의 안타까운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영화의 제목에도 쓰인 "만약에"는 영화 후반부 은호와 정원이 다시 만날 때 중요하게 쓰이는 장치다. 헤어진 커플은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들의 과거에서 요소가 하나라도 바뀌면 관계가 유지되었을지 서로에게 물어본다.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건 "진짜 저 행동들이 아니었다면 둘은 잘되었을 텐데"의 아쉬움보다는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약한 존재들의 한숨 섞인 체념처럼 느껴져 더욱 씁쓸한 느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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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헤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작은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견고한 댐을 부숴버린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불륜이나 폭력 같은 거대한 행동이 그들을 갈라놓은 것이 아니다. 작은 행동들, 적어도 그 행동을 한 사람의 생각으로는 작은 행동들이 이 파국을 낳았다. 커튼을 친 행동, 선풍기를 자기한테만 돌려놓은 행동, 지하철 문 앞에서 멈춘 행동, 번호를 지운 행동. 이런 행동들은 작고 사소하지만, 금이 간 관계를 부수기엔 크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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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만약에~라고 되뇌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그 작은 행동들의 무게를 뒤늦게야 알게 된, 그 시절의 미성숙한 커플이 이제야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끝난 관계는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관계에도 성장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상업영화의 측면에서 보면 새드 엔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은호와 정원 각각의 인생을 생각해 보면 현실의 헤어진 커플에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했던 그들은 뒤늦게라도 다시 돌아와 단단히 매듭을 짓는다. 은호와 정원은 그들의 사랑을 영원히 열지 않을 타임캡슐에 묻고 떠나지만, 적어도 자신의 품에 계속 침전물처럼 남은 미련은 훌훌 털어놓았다. 각자가 가정을 차리든 안 차리든, 미련이 남았든 안 남았든 주저앉고 멈춰서 있던 이 둘은 다시 한번 걸음을 뗄 힘을 얻고 반대 방향으로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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