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망하겠어!

매드 댄스 오피스

by 원 무비 원 월드


우린 매일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산다.


무인도나 동굴로 들어가 살지 않는 한, 좋든 싫든 그 시선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이 시선들은 우리를 격려하기보다는 언제 추락하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그 시선에 진절머리가 나 숨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또 누군가는 그 시선을 온전히 흡수하며 자신의 삶을 채찍질한다.


어떤 전략을 취하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우리 역시 그 시선을 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염혜란과 최성은이 주연한 <매드 댄스 오피스>는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 "춤"과 "사무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칼같이 엄격한 한별구청 과장 국희(염혜란)는 부구청장의 비리로 한별구의 위상이 추락하자 새로운 부구청장 자리를 위해 한별구 위상 높이기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자신이 부구청장이 되려는 총무과장 태식(박호산), 방구석 운동가 로만티코(백현진) 등의 인물들로부터 방해공작을 받아 한창 스트레스를 받는 그녀는 급기야 자신의 딸 해리(아린)까지 자신을 손절하고 떠나자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심지어 폐급 주임 연경(최성은)까지 실수를 연발하면서 자신의 계획은 자꾸만 꼬여간다.




이야기만 보면 또 뻔한 턱 막히는 현실을 다룬 또 다른 독립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거기에 플라멩코 춤이라는 빨간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린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 국희와 연경은 여러 사연 끝에 함께 플라멩코 춤을 배우게 되는데, 거기에서 영화에 새로운 활력이 더해진다.


춤이라는 건, 어쩌면 대화보다도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 같다.


어차피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백 시간 대화를 해도 그저 벽에 말들을 던지는 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춤은 말없이도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며 함께하는 공동행위다.


아무리 생각, 가치관, 이념이 다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춤을 추려면 서로가 서로를 믿고 몸을 상대에게 맡겨야 한다.




국희가 영화의 주인공이라지만, 솔직히 그녀는 비호감의 인물이다.


그리고 다른 영화였다면 그녀는 주인공보다는 차라리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연경 역시 정신적으로 아프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하는 행위들을 보면 그저 가벼운 실수로만 보기엔 너무 무거운 것들이 많다.


즉,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정을 붙이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그런 둘이 말을 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맡길 때, 춤은 엉성할지라도 그 황금 같은 노을빛에 함께 스텝을 밟을 때 둘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의 무희가 되고, 그 공간은 완벽한 무대가 된다.





사실 영화가 춤에 관한 영화면서 다른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에 비해(쉘 위 댄스, 훌라걸스) 춤을 추는 장면도 잘 안 보이고, 보이더라도 너무나 허술한 동작들만 보여줘서 영화 중반까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어느 야밤 춤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극에서 국희가 춤에 진정으로 마음을 여는 아주 중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겉핥기로만 그녀가 춤을 추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했었다.


그러나 후반부 연경이 하는 대사에 머리를 쾅하고 맞았다.



이 춤은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야.


날... 날 위한 거야.


그니까 맞는지 틀린 건지 결정하는 것도, 그것도 나야.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받고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그런 나조차도 결국 그 시선을 던지는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러는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그랬을까.


춤이 능숙하든, 허술하든 그건 내가 평가할 게 아니었다.


그들이 춤을 춤으로서 행복했다면, 그걸로 족했다.


자유의 스텝을 고작 나의 편견 따위가 가로막아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국희와 연경은 예상할 수 있듯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다.


영화 처음의 둘이라면 맥없이 쓰러지고 받아들였겠지만, 이제 춤의 축복이 함께하는 둘은 더 이상 휩쓸리지 않는다.


어차피 망할 것이라면, 그들은 이제 철저히 그들만의 방식으로 망하려고 한다.


사실 춤이 그들의 변화의 계기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제 둘은 둘이기에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과 야유가 그들을 주눅 들게 만들지라도, 그들 혼자였다면 절대 이겨내지 못했겠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맡기며 그 태산 같은 시선을 이겨낸다.


알고 보니 그 야유의 목소리는 기껏해야 잔디광장에 듬성듬성 앉아있는 구경꾼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나아간다.


분명 역경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스텝을 밟을 준비만 한다면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