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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Street Jun 26. 2019

[블랙 미러 시즌 2]를 마무리하며

드디어 굿즈가 왔어요

 <블랙 미러> 시즌 2의 칼럼 연재가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군요...  



 시즌 2는 시즌 1보다 더 농후해진듯합니다. 시즌 1이 소재에서 오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면 시즌 2는 신선한 충격에서 한 보 더 나아가 현실의 문제를 반추하게끔 유도합니다.

  (다분히 감성적이었던 'ep1. 돌아올게'를 제외하고) 'ep2. 화이트베어'는 '도덕적 방관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사법정의의 한계'를, 'ep3. 왈도의 전성시대'는 '정치적 기회주의·옐로우저널리즘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중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경종'을, 'ep4.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디지털 관음의 심각성'을 각각 다루고 있죠. 

 이처럼 시즌 2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는 사회적 쟁점으로 소프트웨어는 공상과학으로 설정돼있습니다. 공상과학으로 구성된 가상의 시공간에서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시즌 2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신기하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과학적 상상력을 덧댄다고 한들, 이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발 붙여 사는 현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에피소드들이 이처럼 '사회적, 도덕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시즌 2는 교훈적인 화법을 꽤나 강직하게 고수하고 있습니다. 

 'ep3. 왈도의 전성시대'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이 종래에는 악법 제정과 부당 정권 창출로 이어진다는 다분히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즌 2는 블랙 유머로 완성되는 현대식 우화에 가깝습니다. (시니컬한 척 굴면서 할 말은 다합니다)

 솔직히 저는 보는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드는 딜레마를 기대했던 터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교훈적일지는 몰랐습니다.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제 자체가 양비론적으로 귀결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도덕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선거를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언론계혹은 디지털 관음 집단을 양비론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상기의 집단에게는 응당의 비판이 더 잘어울립니다. 이와 같은 교훈식의 화법이 주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다음 시즌에서는 제가 원하는 식의 딜레마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까봐야 알 수 있겠죠?


갑분최(자기 위기 애 에피소드 공개 타임) 

     

 'ep2. 화이트베어'와 'ep4.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되더라고요. 심지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네요. 아무래도 저는 'ep2. 화이트베어'가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서사 자체는 어찌보면 굉장히 거칠거든요. 그런데 그 거친 서사가 결말에서 토해내는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상당합니다.  

 'ep2. 화이트베어'는 극악 범죄자로 하여금 수감 혹은 사형 대신,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상황을 매일 반복해서 겪도록 하는 처벌을 내립니다.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돼있다"라는 단테의 도덕관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동해복수법으로 실현하는 셈이죠.

 애당초 해당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온지라 이와 같은 이야기가 굉장히 깊게 와닿더라고요. 현시대의 사법정의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한편으로는 범죄자의 범죄 기억을 지운 채, 매일 고통에 마주하게 하는 설정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범죄 기억을 가진 대상자와 범죄 기억이 지워진 대상자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나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ep4.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세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와 같은 결말을 예상하는 게 어렵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기보다는 그 의의를 생각했을 때, 기특한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드디어 굿즈가 왔어요

 [브런치 X 넷플릭스 콜라보레이션] 참가 혜택으로 굿즈 선물을 받았어요. 넷플릭스 프리미엄 3개월 이용권, <블랙 미러> 스티커 <블랙 미러> 타로 카드(?)가 들었네요. 아무튼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브런치의 이와 같은 열일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블랙 미러> 시즌 2를 마무리합니다. 함께 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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