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첩보물에서 거둔 새로운 성취.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님이 출연하고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공작'을 보고 왔습니다.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을 실제 모티브로 하고 있는
'공작'은 양측 간에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이 시종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에서 밀려오는 서스펜스는
상대의 정체가 들킬 것인가에 대한 서스펜스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데에서 오는 서스펜스도 상당합니다.
입밖에서 내뱉는 말의 내용보다
내뱉은 말의 진짜 속내를 알아내거나 혹은
들키지 않기 위한 서스펜스가 더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몇몇의 설정들은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맥조휘 유위강의 '무간도'가 생각나게 하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같은
육체의 액션보다 화술로써 전하는
구강액션이 영화의 높은 완성도와 밀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내레이션에 깔리는 대사들이 관객들을 의식해
조금 더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부분이나
한껏 클로즈업을 강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인서트들도 있어 높여져 있던 긴장감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반면 인물의 클로즈업은 상당히 좋구요.)
배우들의 시너지 넘치는 앙상블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정민, 조진웅, 이성민, 주지훈 등
출연진 모두가 배역에 맞는 성실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합니다.
첩보물에서 그치지 않고,
시대의 벽화까지 그려낼 줄 아는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과 쌍으로
겹쳐지는 부분도 보입니다.
(오프닝은 '범죄와의 전쟁'과 그대로 겹쳐지지요.)
기존 첩보물이 육체가 주 였다면,
이 작품은 입이 주가 되는 작품이 되겠죠.
이런 영화가 전혀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성취를 거둔 첩보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더벅더벅 걸어나가며
두 사람이 마주하는 엔딩 씬은
무척이나 감정적인 여운이 깊게 다가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