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공주'가 떠올려지는, 2018년 가장 강렬한 작품.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이태경, 이봄 님이 출연하고
김의석 감독이 연출한 '죄 많은 소녀'를 보고 왔습니다.
아마 올해 가장 강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저에게는 2014년 '한공주'가 적잖이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한공주' 이후 '천우희'씨가 반짝 신데렐라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전여빈이라는 눈부신 한국영화의 보물을 발견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화법이나 화술은 굉장히 사실적이고도
디테일하며 심지어는 굳이 직접적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인데,
이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과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에서
납득할만한 스타일과 연출들입니다.
제목이 시사하는 '죄 많은 소녀'는
영화 초반 '영희'를 통해 중점적으로
사건이 펼쳐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영희가 이 사건의 가해자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결국 이 영화가 시야를 얼마나 넓게 펼치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종결이 됩니다.
(영화의 영제가 'After My Death'라는 것도 주목해야겠지요.)
관객들로 하여금 한사람의 잘못처럼
보여지게 하다가 이는 '경민'의 죽음이
꼭 '영희'로 인해 벌어진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영희'를 비롯한 '한솔' '담임 선생님'
'경민의 엄마', '학교' 심지어 저주를 몰고다닌다고 소문을 냈었던
단역 '친구'까지 하나 하나 카메라 쇼트들을 비추며
모두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화두는 실로 강렬하고 대담하기까지 느껴지는데
몇몇 묘사나 설정에서 감정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절제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이는 곧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는것 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물 내면을 얼마나 깊숙이 다루고 있나라는 점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마치 죄의식이 그 주위 사람들에게 까지 전염되어
퍼지는 인상도 심어주는데,
처음에는 자신들의 잘못이 아닐 거라 회피하고
도망다니지만 러닝타임 지나 갈 수록
회피했었던 자리를 되돌아 오며 결국 숙고해볼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김의석 감독의 연출은 그간 충무로에서
허무맹랑하고 빈약하기 짝이 없었던 한국영화들을 떠올리면
실로 반갑고도 인상깊은 장편 데뷔작입니다.
자연스레 '한공주'를 연출했었던 이수진 감독과
배우 천우희씨가 떠올려지는게 어찌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두 작품 모두 굉장히 어둡고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결국 이 어두운 세상에
희망찬가를 부르며 끝맺는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며
끝맺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두드러지지요.
배우진들 연기도 굉장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서영화, 이태경, 고원희, 이봄 모두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는 전여빈이라는 충무로의 여진주를 발견하게 합니다.
눈빛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비범하게까지 보이는 전여빈씨는
앞으로 어떤 배역과 연기를 보여줄지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제게는 '한공주'에서의 천우희씨와 이상희 님을 섞어 놓은 듯 하네요)
올해는 그래도 유독 좋은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건 비단 다양성 영화나 독립영화에만 국한 되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 상업영화가 깊이 깨닫고 반성해야할 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작품을 보며 한국영화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