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시작부터 가슴 먹먹한 문장이 이야기를 연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아버지의 생일을 지내기 위해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는 데에서 시작한다.

서울역 지하철에서 아버지는 엄마와 함께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 아버지는 엄마의 손을 놓쳐버렸고 뒤늦게 엄마가 뒤에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름: 박소녀
생년월일: 1938년 7월 24일생(만 69세)
용모: 흰머리가 많이 섞인 짧은 퍼머머리, 광대뼈 튀어나옴. 하늘색 셔츠에 흰 재킷, 베이지색 주름치마를 입었음. 잃어버린
장소: 지하철 서울역




가족들은 엄마를 찾기 위해서 사방팔방 노력한다.

이야기는 총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첫째 딸의 이야기.

두 번째는 장남의 이야기

세 번째는 남편의 이야기

네 번째는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는 다시 첫째 딸의 이야기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잊어버린’ 엄마와 마주한다.

한 명의 엄마가 삶에서 보여준 입체적인 모습을 보면서

독자로써 공감되기도 하고 한없이 가슴 먹먹해지기도 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런 것일까 싶기도 한다.




글을 배울 겨를이 없어 캄캄한 세상을 살았으나 박소녀 그녀는 누구보다 큰 품으로 남편과 자식들을 챙기고 한해 여섯 번의 제사를 지내며 부엌을 지켰다.
집 마당은 늘 온갖 생명 가진 것들을 기르고 받아내는 그녀의 노동으로 환했다.
남편의 무심과 출분을 견뎌야 했고, 사산한 어린 생명과 시동생 균의 죽음을 가슴에 묻었다.
늘 자랑이고 기쁨이기만 했던 장남에 대한 미안함 역시 평생 그녀의 가슴을 눌렀다.




배우지 못해 큰 딸이 낸 책을 남에게 읽어달라고 할 때에도,

글을 쓰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아들의 학교 행사에 핑계를 대며 참여하지 않을 때에도,

딸과의 데이트에서 쑥스러워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할 때에도,

무심하고도 정 없는 남편과 함께 살 때에도.

모두 한 명의 엄마였다.


그 시절 엄마는 고독과 수고로움을 온전히 홀로 견뎌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가족 서로가 원망하는 모습을 보며 현실적이라 생각했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어딘가에 있을 실종자의 가족처럼 느껴졌다.




소설은 기술적인 장치로 2인칭 주어를 사용해서 서술한다.

‘너’는~이라는 서술에서

꼭 너를 이라 부르는 자리에 독자를 초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은 그 서술에 묘하게 빠져들게 되어,

박소녀 가족이 느끼는 감정에 함께 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종자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

치매를 앓은 할머니를 두 번이나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찾으러 가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출발하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한사코 말렸다.

네가 나서봤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정적으로 나서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 하던 일이나 하라는 말이었다.


다행히도 한 번은 가족이 찾아냈고,

또 한 번은 타인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선인을 통해 찾아냈다.


함께 살던 강아지가 손님의 부주의로 집을 나갔을 때도

상실감에 버티기 힘들었다.

아직도 그 기억은 내게 상처로 남아있다.

엄마를 잃어버린 일이라면 그 마음을 다 헤아려보지도 못할 듯했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산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내가 (잃어) 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친구

좋아서 시작했던 일


결국 상실했을 때,

그 빈자리를, ‘잊어버린’ 기억이 침투하며 소중함을 채운다.


이 얼마나 멍청한 존재들인가.

충격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은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서 익숙한 것들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잘 있어요……. 난 이제 이 집에서 나갈라요.





신경숙 작가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1993년 제1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 상

1993년 제26회 한국일보 문학상

1995년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제11회 만해 문학상

등 다수 상 수상


「외딴 방」, 「리진」, 「풍금이 있던 자리」, 「아버지에게 갔었어」 등을 집필


2015년 이응준 작가로부터 에게 단편 「오래전 집 떠날 때」 일부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이라며 문제를 제기함.


2001년작 바이올렛을 썼을 때부터 인세 1%를 기부하는 선행을 펼치고 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