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소란스러운 가운데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알로하’였다.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배경은 하와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 한 번도 하와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게는 그저 유쾌한 섬일 뿐이었다.

꽃다발 목걸이, 원주민.

딱 그 정도였다.






책은 버들, 홍주, 송화. 세 여자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버들이 책의 주인공이며 중심이다.


어진말에 사는 버들은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하며 고된 삶을 보낸다.

방물장수 부산 아주머니에게서 포와(하와이)라는 곳을 알게 된다.



그래가 포와를 낙원이라 안 캅니꺼. 거가기만 하면 팔자 피는 기라예.
열 살만 젊었어도 분칠하고 내가 시집가고 싶다 이입니꺼.



부산 아지매가 버들에게 한 사내의 사진을 꺼내 내밀었다. 포와에서 지주를 한다고 했다.

그곳에 시집가면 외국어도 배울 수 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버들은 수줍게 사진을 집어 들었지만, 이내 사진 속 남자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사진 신부를 아십니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게 싫어서,
가난과 여자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자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해서 모험을 택한 사진 신부는 천여 명이었다.


버들은 여러 이유로 사진 신부가 되기로 했다.

버들의 친구 홍주는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가 된다.

몸이 약했던 남편이 금방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홍주는 여느 과부와는 달랐다.

방안에서만 지냈지만,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러다 버들의 사진 신부 이야기를 접하고 발 벗고 나섰다.


홍주는 과부라는 꼬리표를 지우기 위해서 포와행을 택했다.

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며 포와로 가기 위해 부산 아지매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송화가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 어진말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다.

이유는 그녀의 엄마 옥화가 아비 모를 딸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할머니는 무당이었다.

그녀 또한 포와로 시집을 가려했다.


버들은 처음에 송화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세 사람은 일본을 거쳐 포와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 도착해서 사진 속 신랑은 그곳에 없었다.


버들아, 우짜면 좋노. 조덕삼이 할배다. 서른아홉이 아이라 마흔아홉이라 칸다. 삼년 절은 오이지맨키로 쪼글쪼글한 할밴 기라.


그랬다.

사기를 당했다.

버들의 신랑만큼은 사진 속 남자와 꼭 닮았는데, 다른 사진 신부들의 슬픔 앞에서 버들은 속내를 감출 뿐이었다.






포와에서 세 여인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었다.

빨래를 해야 했고, 농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중매쟁이레 기캅디까? 포와 가믄 옷과 음식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고?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 담는다는 말은 아니 들었소?


사기 결혼을 당한 건 아니었지만, 조선에서의 꿈꿨던 삶처럼 만만한 건 아니었다.

버들은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녀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사진 신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사진 신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책에서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까지 얽혀 있어 극의 긴장감을 준다.

이데올로기에 따라 사람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편을 가르는 장면이 여실히 적혀있다.


책은 웃다가 먹먹해지다가 입체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시절 여성들이 그토록 쟁취하려던 삶이 무엇인지.

소시민이 이루고 싶은 것과 치열한 삶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책의 백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꼭 시간 내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난 이 책에서 풀 잘 발린 삼베옷의 촉감, 노동자들의 땀냄새, 따가운 햇볕과 그늘에 있으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긴 시간 들이지 않고 하와이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는 나도 포와에 가보고 싶다.

그녀들이 살았던 그 땅에.








지금부터는 북리뷰,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 말이다.

그 시절 포와라 하면 정말로 온갖 것들이 나무에 열린다는 낙원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우리는 갖지 못한 삶을 쉽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저 일하면 쉽게 돈 벌겠는데.

저 삶은 참 편하겠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남의 일을 쉽게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삶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건 아닐까.

비록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삶이라도,

내 삶에 대한 태도가 바르고, 솔직하고, 부끄럽지 않다면.


그거야 말로 포와에서의 천국 같은 삶 아니겠는가.

그런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이금이 작가


1962년 충청북도 청원 출생

2012년 제8회 윤석중문학상.

2007년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


「슬픔의 틈새」, 「건조주의보」, 「밤티 마을 이야기」 등을 집필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