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왜 고양이일까?

지구 정복을 위해 내려온 ‘괴’ 생명체

by MOYA


고양이는 왜 고양이일까?


옛 어르신들은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하게 경고하셨다. 고양이는 ‘영물’이니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하지만 21세기 인류는 그 경고를 아주 엉뚱한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두려워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츄르를 상납하는 ‘캔 따개’가 되기를 자처했으니 말이다. 요즘 집사들은 주인님의 ‘냥냥 펀치’를 은총으로 여기고, 그들의 까칠함을 고귀한 품격이라며 찬양하기 바쁘다. 물론 길 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트릿 출신’들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인간들이 이 털 뭉치들에게 꽤나 성공적으로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가끔 이 녀석들을 보면 정말 ‘지구 태생’이 맞나 합리적 의심이 든다. 뼈가 없는 것처럼 흐물거리는 ‘고양이 액체설’은 이미 학계(?)의 정설이고, 허공을 응시하며 모선과 교신을 시도하는 듯한 기괴한 행동들은 또 어떤가. SNS에 넘쳐나는 짤들은 사실 그들이 이 세계에서 왔다는 빼박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도심 트레킹 중 이 미확인 생명체들을 자주 마주친다. 내가 먼저 신나서 달려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시야에 고양이가 감지되는 순간, 내 손은 이미 카메라를 쥐고 있다. 어떤 예술적 고뇌나 목적? 그런 건 없다. 그저 코가 간지러우면 긁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고양이가 보이면 셔터를 눌러야만 하는 ‘생체 알고리즘’이 발동할 뿐이다.

해방촌 어느 골목

“내가 왜 이러지?” 싶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진 속에 박제된 고양이는 정말로 지구에 잠시 마실 나온 ‘이 세계(異世界)의 존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한 화각 때문일 수도, 닳고 닳은 내 사진 근육 덕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끔은 프레임 속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소름이 돋는다. 어쩌면 렌즈를 통해 인간을 홀리는 그들의 고유 스킬, ‘패시브 스킬’이 발동된 건 아닐까?

도대체 고양이는 왜 고양이인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어원이 ‘괴’에서 시작해 ‘괴앙이’, ‘괴양이’를 거쳐 ‘고양이’가 됐단다. 설명이 너무 심심하다. 그럼 도대체 최초의 ‘괴’는 왜 ‘괴’였을까?

혹시 ‘괴’ 상해서 괴였을까? 아니면 인간의 마음을 훔치는 ‘괴’ 물이라서? 옛사람들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 귀여운 존재들의 정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충분히 ‘괴’ 이하고 미스터리했다는 것을.


선유도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