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공주님

렌즈 너머로 마주한 나의 옛 공주님

by MOYA

안녕 나의 공주님


2024년 6월, 아쉬운 소식이 들려왔다. 나의 유년과 청춘이 머물던 장소, 63 수족관의 폐관 소식이었다. 코흘리개 시절의 소풍 장소이자, 20대 연애 시절의 설렘이 묻어있는 곳. 추억의 한 페이지가 뜯겨나가는 듯한 기분에 폐관 전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수족관 특유의 물 비린내와 유리 너머의 몽환적인 어지러움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공간의 크기였다. 어릴 적엔 바다처럼 거대해 보였던 수족관이, 성인의 눈에는 생각보다 작고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대형 아쿠아리움에 비해 소박한 그 아늑함이 오히려 묵혀둔 추억을 진하게 우려냈다.



시간을 맞춰 인어공주 공연장 앞에 섰다. 성인이 된 후로는 유치하다는 핑계로 늘 지나쳤던 쇼였다. 레퍼토리는 많이 바뀌었지만, 물속을 유영하는 수중 무용수의 아름다운 자태는 어쩐지 마음까지 울컥했다. 그 옛날, 수조 속 인어를 보며 눈을 떼지 못했던 어린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63 인어쇼


신기함 가득한 눈으로 유리를 짚던 꼬마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젖어든 어른이 교차하는 시간. 나는 내 어린 날의 공주님과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공연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렇게 63 수족관은 문을 닫았다. 살면서 수많은 장소가 사라지겠지만, 이곳의 상실감은 유독 짙다. 이제 내 마음속 인어공주님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인어 역할의 배우는 어디선가 또 다른 무대에 서겠지만, 내 기억 속의 공주님은 영원히 그곳에 남겨두고 왔다. 나의 공주님, 그리고 나의 추억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안녕, 나의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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