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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지 Dec 06. 2018

시각적 감각을 일깨우는 스릴러 -<부탁 하나만 들어줘>

브런치 무비패스 04.

“감각적인 스릴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영화. 호탕하게 웃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숨 멎는 긴장감으로 사로잡는, 시·청각의 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가 끝났을 때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무언가 심오한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수 있는, 하지만 대사를 자꾸 곱씹게 되는 영화였다.




* 해당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에 선정되어 관람한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에 관한 리뷰입니다.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마치 관객에게 이야기 하는듯한 소셜 미디어 속 소통

영화는 스테파니(안나 켄드릭)가 진행하는 온라인 라이브 영상으로 시작된다. 절친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실종 소식을 전하는 스테파니의 모습 밑으로 팔로워 수가 나타나는데, 영화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스테파티가 에밀리의 행방에 관한 소식을 전할수록 팔로워수가 점차 늘어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도 스테파니의 브이로그로 장식된다. 이처럼 영화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파급력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작년에 개봉한 영화 <서치>와 상당히 유사하다.



두 주연배우의 화려한 비주얼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감각적”인 스릴러인 만큼, 배우들의 모습에서 감탄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에밀리가 차 문을 열고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녀의 땅에 발이 닿는 순간부터 상반신까지 카메라가 에밀리의 모습을 천천히 클로즈업한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아름답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너무나 매력적이다. 상당히 세련되고 우아한 에밀리의 첫 모습을 보고 ‘저렇게 완벽한 피지컬을 지닌 학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든다. 극의 초반까지 에밀리는 모든 여성이 부러워할 법한 멋진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쥬얼적으로나 호탕한 성격, 거기에 글 잘 쓰는 뇌섹남 남편까지. 스테파니가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반면 에밀리처럼 큰 집도, 사랑스러운 남편도 없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스테파니는 당연히 에밀리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테파니가 입고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의상은 꽤나 화려하고, 스테파니의 성격처럼 발랄하다. 스테파니 또한 아이 엄마 같지 않은 몸매로 독특한 의상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영화의 주연인 이 두 인물의 모습은 영화의 감각적인 요소를 한층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각적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첫 등장씬



장면과 대조되는 BGM

어떤 장면에서는 지금 장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이 흐르는 순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부적절한 관계의 애정씬에서는 다소 느리고 클래식한 재즈가 나올 것만 같은데, 박자가 빠른 리드미컬한 음악이 갑자기 시작된다. 사실 상식에는 어긋나는 상황이지만, 지금 저 두 인물에게는 이런 음악이 어울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픽-하고 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음악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 순간 그 박자감으로 인해 관객들도 화면 속 배우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장면과 완전히 대조되는 배경음악은 관객들의 긴장감을 순간적으로 풀어주면서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스테파니가 운전하며 시원한 랩을 뱉는 장면은 부탁만 들어주던 답답한 존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정말 친구가 된 줄 알았지만..



다소 허무한 결말

영화는 사망한 줄 알았던 에밀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순간부터 엄청난 스릴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진짜 재미는 아이를 잠시 맡아달라던 에밀리의 “부탁”을 군말 없이 들어주던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신상을 추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스릴은 있었으나 헛웃음만 나는 결말이었다. 쌍둥이 친언니의 존재까지 없애가며 자신을 없는 존재로 만들고자 했던 에밀리의 목적이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허무하면서도 씁쓸하다. 내 아이를 위해서였다는 에밀리의 변명은 그저 돈을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두 여자 모두에게 버림받은 남자 숀(헨리 골딩)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한국의 익숙한 막장 레퍼토리가 떠오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사와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의식의 흐름대로 시나리오를 쓴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에밀리를 그렇게까지 정신이상자로 만들어야만 했을까? 에밀리는 마치 영화<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의 행동은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상상을 벗어나는 인물의 행동을 보았을 땐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숀을 거절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나 통쾌한 대목이었다.


어쩌면 가장 불쌍한 숀(헨리 골딩)




영화를 미리 접한 관객 중 일부는 청불등급이 조금 과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청불 등급이 아주 적절하다고 본다. 장면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관계의 남녀가 성관계를 갖는다든지, 노골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상상을 유발하는 장면 등 충분히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요소가 많다. 영화를 이미 본 관객 입장에서 말하자면 제목과 예고편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꼭 전하고 싶다. 특히 무언가 영화가 전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통쾌한 마무리였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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