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선 Sep 15. 2022

#4.부모의 눈치를 보지마라.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올해로 딱 20년차가 되었다.

아직도 내 나이에 현직에서 실무를 뛰는 기획자들이 있을까.

대부분 회사를 차리거나 지인이 창업을 해 임원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나도 그러길 바랐다.


나는 내 직업을 빨리 결정해버렸다.

7살 때 오락실에서 굳은 맹세를 했고 고리타분한 나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군대도 후딱 다녀오고 대학도 때려쳤다. 학교 생활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하루 아침에 대학에서

아들이 자퇴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화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집안에서 아버지 눈치를 안 보는 건 나 뿐이었다.

그만큼 아버지의 권한은 막강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호적을 파겠다고 했을 때 나는 짐을 챙겨 나오며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말했다.



진로 때문에 고민 중인 MZ들이 고민 상담을 할 때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


나이가 들고 직급이 차면 고민 상담을 해오는 일이 종종 있다.

취준생이든 직장인이든 그들의 공통점은 '답을 정해놓고 고민한다.'는 점이다.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면 부모님이 반대한단다. 설득하라고 하면 씨알도 안 먹힌댄다. -_-a

이쯤 되면 사실 할 말이 없다.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부모의 도움없이 살아가는게

막막해서 그렇다고 인정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고생하기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집을 나와 살면 좋을 것 같아도 불편한 점 투성이다.

공과금 내야지, 청소해야지, 밥해야지, 설거지 해야지...회사 일 말고도 할 일이 태산이다.

집에 있으면 편하다. 엄마~ 하면 다해주니 말이다.

공과금도 부모가 내고, 청소도 부모가 하고 밥도 다 해준다. 

그래서 부모가 반대하면 선뜻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가 없으면 안되니까.



부모가 자식을 응원하는 시점은 자식이 고생 끝에 자리를 잡았을 시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객지에 나가 고생하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자녀들이 "우리 부모님은 통하질 않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이 구시대적인게 아니다.

부모가 자식이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네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그리 해야지. 알았다."라고 할 때가 있다.

그 시점은 바로 자녀가 스스로 고생하고 그걸 이겨내 자리를 잡았을 때이다.

비로소 그 시점에서야 부모는 더 이상 자녀가 내 품안의 자식이 아닌 성인이 됐음을 인정한다.



집에서 나온 나도 아버지와 화해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접대를 다녀 온 아버지는 어머니께 "그 분 아들이 요즘 OO이라는 게임에 미쳐 산다는데 이 놈은 그런 거 안 만들고 뭐하고 있대?"라고 물었단다. 어머니와는 연락했던터라 어머니가 그거 만든 애들 중 하나가 당신 아들이라고 하니 아버지가 흐뭇해하셨다고 한다. 정신 못 차리고 살 줄 알았는데 허송세월하고 있는 게 아니니 아마 더는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 부모는 무서운 존재가 아닌 그냥 어려운 존재.


내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 아는 지인 분께서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 아버지 한 성질 하시지? 집에서도 막 화내고? "

" 뭐...그러시긴 하죠. "

" 아버지가 무섭니? "

" 아니요. 자식이 부모를 무서워하면 어떡해요. 그냥 좀 어려운거죠. 막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니까. "



내가 인생 전반전쯤 살아보니 딱 그렇다.

만약 지금 부모님에게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속앓이 하지 말길 바란다.

설마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나. 부모가 화를 내는 건 자식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곧 내 품을 떠날 때가 됐음을

느끼기에 서운해서 그런 것이다. 아마도...


매거진의 이전글 #3.인생은 실전이다 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