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1. 공항에서
현지시각으로 04:50분 두바이 도착
한국보다 다섯 시간 느리다
영어와는 원래 담쌓고 살아오기도 했지만 환승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줄이야.
공항을 헤매고 있자 승무원이 Where to go? 라고 물었으나 쉽사리 답을 못하다가 “프라하”라고 해버렸다.
대충 알아듣고 대충 알려주어 대충 환승 게이트에서 두바이 친구를 기다려봅니다
외지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은 살면서 몇 번 없을 기회라 생각하기에 친구가 있는 도시에 가면 어떻게든 만나려고 했던 바, 두바이 김서방에게 툭하고 던진 톡이 프라하까지 동행이 되어버렸다.
우히히. 외국 통이 함께한다니 Hwanseung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워낙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친구라 어디서든 잘 살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나 이방인의 타향살이는 누구에게는 쉬울 리 만무하니, 프라하에서 맥주로 지난 회포를 풀어야지.
난생 처음 도착한 두바이 공항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주워들은 바로는 오일머니로 부를 쌓았으나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것을 대비하여 국제적인 허브공항으로 키웠다나. 지도자의 선택이 중요하긴 중요하다.
허나, 생맥주가 한 잔에 만오천원이라니, 확실히 살 만한 동네는 못되는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침착하게 콜라를 집으려 하니 오천원.
허허, 미사리 라이브 까페 이래 이 정도 음료 물가는 본 적이 없다
두바이 김서방이 전투식량 조달해준다니 배운 대로 침 모아 삼키기로 버티고 있어야지.
오라 서울로. 가자 프라하로. 만나자 두바이에서.
2. 공황상태
여행은 불편함을 위함이고 낯섬을 마주하기 위한 비일상인지라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 곧잘 일어나곤 한다.
집에 있으면 먹지도 않는 감을 딴다거나
KTX 두 정거장을 무임승차하려 화장실에 숨었다가 정의의 사도에게 된통 당한다거나
친구집에 자려고 간 해운대에서 친구가 술 먹다 도망가는 등
다만, 그 역시 여행의 묘미이고 돌아보면 추억인지라 술 안주로 즐거이 곱씹어 넘길 수 있다. 그 정도 변동성은 인생의 오차범위의 내일 지어니.
허나, 장소가 해외라면 상황은 조금(많이) 달라진다.
언어와 시공간의 제약, 게다가 그 나라 법은 알 수도 없지만 관습이 우선하는 사회에서 - 이러고 보니 모 시험 과목 같다 - 벌어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면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중차대하므로.
해외에서 약국을 찾아 헤매다 손짓 발짓으로 약을 받아내는가 하면,
무심코 넣은 ATM기가 카드를 씹어 삼킨다는 등.
눈치챘겠지만 앞선 기나긴 서사는 지난 수 년 간 내게 일어났던 일들이며, 프라하행 또한 순탄치 않고 있다.
어쩌면 순탄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만과 편견이었을지 모른다.
지난 주말에 벼락치기로 항공권을 끊고 월요일에 pcr 영문 검사서, 백신접종 영문 증명서를 준비하고 부랴부랴 캐리어에 짐을 몰아넣어 준비를 마치고, 출발일인 화요일에는 저녁까지 드레스 투어를 마친 후 공항에서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떠나는가 싶었다.
신한은행 공항 출장소에서 유로를 수령하기로 했고, 유로로 체코 가서 환전하면 됐으니까.
허나 생각지도 못했다. 출장소 직원도 퇴근을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어찌 일말의 고민도 안했단 말인가
(물론 우리은행은 24시간 영업한다).
공항에서 바로 환전하면 환율이 비싼 지라 -
그래봤자 400유로 환전하면 2만원 차이다. 주식 손해본 거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 경제학사로서 은행만 배불릴 수는 없다 싶어 두바이 김서방에게 후송금 조건으로 환전을 부탁하고, 그럴 리 없겠지만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100유로만 환전했다. 300유로는 두바이에서 김서방에게 받을 거니까.
무사히 보세라인을 통과하여 김서방이 부탁하여 보세판매장에서 구매한 면세품도 인도장에서 인도 받았다. 생전 보세판매장에서 구매를 안해봐서 그렇게 인도봤는지도 몰랐네. 어차피 김서방에게 인도하고 올 것이니 내국인 소비한도(5천불)내이면 여행자 면세한도(600불)와는 무관하다. 관세 및 부가세, 교육세, 내소세까지 내봐서 안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두바이에 도착하여 김서방에게 연락하니 공항에 오고 있다는 연락. 구호식량 들고 가니 비싼 두바이 공항에 당하지 말라.
천천히 글을 쓰고 있었다.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허나, 수하물 부치는데 오래 걸린다던 김서방의 카톡.
김학의도 아니고 출국금지라니. 가르마도 안 바꾸고, 그럴 친구가 아니거늘. 상황을 알아보니 전 회사가 청산하면서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데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단다.
당장 호텔도 김서방 이름으로 연락했기에 본인이 호텔로 연락하겠단다.
아쉽지만 일단 가겠다고 답하자마자 불현듯, 주머니 속 100유로가 뇌리를 스친다. 오매. 설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해외 결제 가능하니 해외 수수료 0.18%만 더 지불하면 결제 가능하겄지. 설마 프라하까지 가서카드 안되서 굶을까.
물론 좋아하는 길바닥 음식은 아껴 먹어야겠지만, 맥주가 물보다 싸니 일단 정신승리하기로 한다.
라고 짐을 챙기다 보니 한가득 면세품이 든 비닐백이 덩그러니 놓인 채로 초점을 잃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걸 어쩌나. 나는 네 주인이 아닌 것을.
고가의 시계를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것도 골치이나, 인터넷 보세판매장에서 내 아이디로 구매한 바, 그대로 한국에 들고 가면 내가 수입신고하는 때의 화주로서 여행자 면세한도(600불) 초과분에 대한 관세 및 부가세를 피할 도리가 없다. 1,000불짜리 시계라 간이세율 적용 안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자진신고하고 30% 감면 받아야지.
라고 또 한번 정신승리하며 떠나간다. Do, Bye!
3. 동유럽의 어느 상공에서
두바이행에서 2번의 기내식과 프라하행에서 한 번의 빵식, 그리고 마지막 기내식 - 및 n잔의 맥주, 와인, 보드카 -
한국에서 답답해서 안쓰던 KF-94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있으나
지킬 건 지키고 즐길 건 즐겨야지.
10년 전 처음으로 유럽행을 떠나며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귀가 맴돈다.
“여행은 술, 음악 그리고 책이다.”
셋 다 내 삶에서 뺄 수 없는 것들이라 아마 와닿았을 것이다.
물론 생각해보면 개포동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진 않다. 인생이란 긴 여행이라서일까.
그 블로그에서는 여행 준비에 대하여 당연히 챙겨야 할 여권, 여벌 옷 등에 더하여 들을 음악과 읽어야 할 책 등을 구비할 것을 추천했고,
당시 사용하던 아이팟 나노에 여러 곡들을 저장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토이의 Night of Seoul 이었던가 하는 라이브 앨범과 당시 토이 5집이었나. 찌질했던 20대 초반 남성의 심리를 잘 대변해주는 토이의 곡들 중에서 특히나 조원선이 부른 Bon voyage가 떠오른다.
제목부터가 즐거운 여행 보내라는 인사이니 슬몃 봐도 여행과 관련된 곡일 터. 그대와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설렘을 함뿍 담은 밝은 노래에도 기저에 알 수 없는 처연한 슬픔이 느껴졌던 건 수용하는 자의 심리상태가 그러했겠지.
물론 누가 봐도 여행에 관련된 노래인 이광호의 여행길도 빼놓을 수 없다I told you, man!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으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10년 전 유럽에서 돌아온 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읽었을 때 얼마 전 다녀온 파리, 로마 등의 관광 명소들이 온갖 신화 속 주인공들의 향연이 펼쳐진 곳이었다는 것에 감탄을 아니할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했거늘, 아는 게 없어서 보이는 게 없었던 것이다.
그 후로 매 짝수년도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며 아드리아네의 실을 부여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라하에 갈 때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느냐라고 짧은 소견을 물으신다면 단연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를 꼽을 것이다.
물론 아는 게 그 둘 밖에 없긴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무뢰한이 알 정도면 충분히 명망 있는 작가들이 아니겠는가.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처럼 아이팟에 굳이 음악을 다운로드할 필요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필요도 없게 되었다. 집에 있는 밀란 쿤데라의 느림과 무의미의 축제를 챙기긴 했지만, 전자도서관을 통하여 드디어 카프카의 변신을 읽게 되었다!
3-1. 변신
현대 부조리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체코가 낳은 대문호로 프라하에는 그의 박물관까지 있다.
허나, 어느 날 눈 떠보니 주인공이 바퀴벌레가 되었다는 참신한 시나리오 외에는 내겐 그저 해변의 카프카로 밖에 기억되지 않아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그의 작품을 이렇게 접하게 될 줄이야. 물론 박물관도 가야지.
줄거리는 어느 날 눈 떠보니 바퀴벌레가 되어버렸다는 한 줄이 끝이다.
차마 해석할 만한 능력은 못 되니 그저 느낀 바를 늘어 놓는다면,
바퀴벌레가 된 그레고리 잠자가 겪는 고초, 어찌 보면 바퀴벌레와 같은 삶을 사는 현대인의 고초를 그린 게 아닌가 싶다.
가족, 조직을 위해 헌신하여 살다가도 존재의 가치가 상실되면 헌 신 마냥 바퀴벌레 대접을 받게 되는 우리들.
사람을 바퀴벌레로 묘사하는 건지 바퀴벌레를 사람으로 묘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세밀한 묘사에 다소 혐오감이 들 수도 있으나, 그 정도로 잔인한 것이 인간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 최애 작가 중 하나인 하루키도 카프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보다. 원숭이가 온천에서 등을 밀어주거나 달이 두 개인 세계를 그린 이야기들 부터 대놓고 제목을 딴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주인공으로 그레고리 잠자를 내세운 단편소설까지.
작가는 누구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사람들인지라 이런 작디 작은 모티브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아무도 몰라주는 독서의 참 맛이렸다.
시간은 많고 함께하는 사람은 없으니 아마 프라하에서는 정말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같다. 수 년 간 골방에서 그렇게 누리고 싶어하던 진정한 자유.
4. 계속되는 위기
돌고돌아 인천 출발 20시간만에 프라하 도착. 사람 사는 것이 어찌 다르겠냐만은 낯선 동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 특히나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는 더더욱.
전여친 - 이자 현부인 - 은 재작년에 프라하에 오면서 북경을 경유했는데, 불행히도 캐리어는 경유하지 못하였다. 당시에는 심적으로도 크게 동조해 줄 수 없던 백수였던지라 그녀가 낯선 땅에서 본인의 짐 하나 없이 맞이하여야 했던 공포를 제대로 공감 못했었다. 그녀는 그 당시 누구도 알 수 없는 누락된 캐리어의 향방을 좇다가 꼬박 하루를 공항에 묶여 있었고, 그 후로도 공항에 다시 찾아가 영어, 중국어, 바디랭귀지를 총동원하여야만 했다고 했으니 출국금지 전 들어본 최대의 환난임에 틀림 없다.
물론 그 후 몬트리올 협약에 의거하여 kg당 22SDR 이하의 소정의 보상을 받긴 하였지만. 소정은 정말 소정이니 소정이 부족하다고 소정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
라고 또 밑밥을 잔뜩 깔았다.
환전 실수, 동행인의 출국금지에 이어 이번에는 유심칩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프라하에 도착하여 와이파이를 통하여 생존신고를 하고 수하물을 무사히 찾을 때만 해도 이제 김서방이 예약해 놓은 호텔로만 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유심칩이야 지난 여러 번의 경험 덕에 공항에 있는 통신사에서 적당히 요청하면 적당히 해주는 것을 알았기에.
허나 이게 웬걸. 체코 사람들은 IT에 관심이 없는 건지 - 물론 그렇다고 하기엔 아이폰을 많이 들고 있었으나 - 공항에서는 유심칩 찾기도 반만리에다가 힘겹게 찾은 편의점에선 직원이 교체할 줄 모른단다.
하긴 당연하긴 하다만, 문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할 줄 모르는 여행객에겐 그 또한 얼마나 큰 공포였는지.
인포직원은 당연히 모르고 기껏 찾아간 보다폰 매장은 무인이다. 과연 이 나라에선 유심칩 존재를 아는 걸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돌고돌아 SIM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데, 아이폰 비번도 아니고 0000도 아니다. 남은 기회는 1번. 이번 마저 틀리면 전화기가 잠긴다하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이미 영상 5도의 프라하에서 내 겨드랑이는 흥건하다. 비밀번호를 잊어서 비트코인을 못 찾는 자의 마음의 이러했을까.
믿을 거라고는 군내 최고의 IT 전문가 리광호뿐이라 급하게 보이스톡을 날렸지만, 그 또한 처음 접하는 상황에 재부팅하라는 말 뿐. 당연히 먹힐 리 없었다.
그렇게 승자를 알 수 없는 긴 씨름 끝에 유심칩 포장지 뒷면에 “When you first use~~1234”를 찾아내고 마지막 남은 한 번의 기회를 담은 결과. Oh, my, gosh. 두 시간의 씨름은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온종일 말도 통하지 않는 공항에서 공황상태로 하루를 보냈을 그녀에게 뒤늦은 삼삼한 위로를 보내며.
그렇게 공항 도착 2시간이 경과하여 간신히 공항을 벗어나자, 뒤늦게 밀려오는 피로와 시차 부적응. 어서 씻고만 싶을 뿐이다.
5. 돈 조반니 호텔
두바이 김서방이 예약한 호텔은 본인이 부인과 왔을 때 좋았던 곳이라 다시 예약했던 터라, 확실히 내가 묵으려고 한 게스트하우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거화취실, 실사구시가 삶의 모토이나 24시간 동안 벌어진 여러 부침에 지쳐 첫 숙소가 호텔인 데에는 심심한 감사를 아니 표할 수 없었다. 그저 어서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고만 싶을 뿐.
융중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뜻을 이루고 물러갈 때를 대비한 제갈량처럼, 뜨거운 물에 몸을 삶고 난 후의 노곤함에 대비하여 호텔 앞 마트에 가보았다.
혹시나 역시나, 코젤이 천원한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필스너를 제외한 최고가 맥주라는 소문은 왜 안났을까. 원화로 400원도 되지 않는 병맥주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이 것이 성공한 삶인가 뿌듯하기만 하였다.
고 할 뻔하였으나 호텔방에는 우리나라 모텔에도 있을 법한 병따개가 없으며, 바에서 사용은 할 수 있으나 대여는 안된단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병맥주를 그렇게 싸게 파는 마트에도 병따개는 없으니 누구를 위하여 병맥주를 울리나.
6. 저녁 식사 그리고 방황을 가장한 방랑
두바이 김서방은 멋진 방을 선물해줬을 뿐만 아니라 근사한 펍도 추천해줬다.
호텔 근처의 읽기 힘든 간판의 펍에 혼자 들어가 자연스레 생 필스너와 오는 비행기에서 공부한 굴라쉬를 시켜보았쉬
사진은 필스너가 아니다. 굴라쉬가 나오기 전에 생 필스너가 너무 맛있어서 잽싸게 생코젤다크를 추가 주문. 시나몬이 없어도 코젤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굴라쉬는 소고기에 양념을 함뿍 부어 스튜처럼 자작하게 먹는 요리로 동유럽 일대에서 즐겨먹는 요리라 한다. 사진에서 상상 가능한 그대로의 맛이니 상상만 하는 것도 괜찮다.
생코젤다크도 부족하여 생코젤라이트까지 들이부었다. 맥주 자체가 워낙 부드럽고 맛있다 보니 어떻게 들어가는지 잘 모르겄다. 맥주 먹는 하마가 되어야지.
인천에서 출발한지 서른 시간째. 슬슬 누적된 피로가 몰려오나 너무 이른 저녁에 자면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까 싶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스텍역 근처의 시내로 향했다. 어째 이 나라는 버스나 지하철이나 요금을 내는 곳도 없고 확인도 못하는 것 같은데 운영이 되는 걸 보면 암묵적 합의가 있는 건가.
주말부터 숙소가 될 무스텍역에 내리자 축제라도 하는 마냥 광장에 대형무대가 설치되고 주변이 들썩들썩거리고 있었다.
정황상 축제인 것 같은데 누구도 말을 안해주니 무슨 축제인지 알 턱이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코로나는 확실히 전파되겠다는 것.
지하철에서는 그래도 대부분 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야외무대 앞에서는 낀 사람을 볼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삼삼오오 맥주, 와인을 들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게 아닌가. 이 나라 방역수칙에는 소리지르며 응원금지가 없는가 보다.
그리고 나는 마스크 매무새를 정갈히 했다.
무대를 뒤로 하고 광장 옆 골목을 누비니 앞으로 열흘 간 계속 볼 야경이겠지만, 프라하가 왜 야경으로 유명한지 얼핏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유적 또는 유적에 준하는 오랜 건물들이 그 자리에서 단지 과거의 영광이 아닌, 해당 건물로서의 자기 기능을 하며, 현대 건물들이 점철되어 새로운 어우러짐을 낳고 있으니 이 것이야 말로 창조적 계승이 아닐까.
간신히 복귀하여 씻고 오니 눈꺼풀이 무거웁다.
오늘 밤은 정말 통잠을 잘 것만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드는 프라하에서의 첫 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