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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Jul 03. 2024

뮤지엄의 역할을 좌우하는 학예업무2)전시기획 및 운영

공공재로서의 뮤지엄

1. 학예업무의 구체적인 실제: 2) 전시기획 및 운영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시하는 학예사 자격인정 기준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에서 발간한 학예전문인력 업무 표준안을 바탕으로 뮤지엄에서 이루어지는 학예 업무를 크게 네 가지 1) 작품의 수집과 소장관리,  보존 2) 전시의 기획 및 운영 3) 교육 및 행사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4) 뮤지엄 특성을 고려한 홍보와 관람객 응대 등의 뮤지엄운영과 관리로 구분해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로 꼽은 전시의 기획과 운영업무를 살펴보고 학예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뮤지엄의 핵심콘텐츠가 소장품이라면 핵심콘텐츠를 선보이는 미디어(매개체)가 바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미디어는 표현을 쓴 까닭은 전시가 책, 뉴스나 라디오, TV와 같은 기존 미디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과 같은 최신의 온라인미디어와 마찬가지로 내용과 방법이 결합된 특유의 속성을 가진 매개체이자 궁극적으로는 관람객과의 만남이 그 존재이유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고자 함이다. 

뮤지엄은 전시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어째서 그들의 콘텐츠(소장품)가 중요한지, 그것이 역사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나아가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맥락과 의미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의 기획과 운영이라는 업무는 결국 전시는 뮤지엄의 콘텐츠를 가공하고 소개하되 궁극적으로 전시를 매개체로 관람객과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  전시기획 및 운영 관리 업무의 과정 

실제 전시의 기획과 운영업무는 일련의 과정 혹은 흐름으로 이어지는 작업으로 학예업무표준안에서는 상설전시의 기획과 운영관리, 특별전시의 기획과 운영관리로 나누고 있다. 이는 전시의 종류에 따른 구분으로 실제 많은 뮤지엄에서 주로 상설과 특별전으로 전시를 선보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상설 전은 뮤지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유지하는 전시라면 특별전은 비교적 단기간 운영되는 전시로 주로 새로운 소장품이나 이슈가 되는 주제, 작가 등을 선보이는 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전시라는 동일한 미디어로 그 과정은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되지만 상설 전은 특별전에 비해 장기간 운영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고려사항들이 추가된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 따라서 업무표준안을 바탕으로, 특별전의 기획운영 과정을 통해서 전시의 기본적인 업무 과정을, 상설 전의 기획운영에서 추가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특별) 전시 기획 및 운영관리 과정

- 전시콘셉트 및 전시품 선정

- 전시공간 연출계획 및 실행

- 특별전시 도록 및 홍보물 기획, 제작

- 개막, 유지 및 감독, 홍보하기

- 철거, 소장품 상태점검, 관리 및 결과보고


* (상설 혹은 장기적인 특별)전시 기획 및 운영관리 과정

- 전시실 점검, 전시품 관리 및 관람환경, 전시실 점검 및 대상별 확인요소, 매뉴얼파악 및 보완 

- 뮤지엄의 목적과 특성, 전시실 환경 및 재정 고려, 전시품 교체 기획 실행 

- 전시실 보조물 상시점검 및 교체 필요시 전문성 기반 새롭게 제작, 관리

- 전시실 점검과 소장품상태 점검, 보완 관리 및 결과 보고

3. 전시기획과 운영을 좌우하는 요소들: 기획단계에 고려한 제한조건 그리고 성실하고 꾸준한 관리

전시 기획을 시작하는 순간이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나 빈 종이 앞에 선 작가와 같을까? 뮤지엄 학예업무 경험과 프리랜서 전시기획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은, 절반은 같고 절반은 다르다는 것이다. 소재와 주제의 선택, 표현의 매체와 기법, 시각적 구체화와 관람객 혹은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과정과 콘텐츠를 다루는 것에선 유사하지만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혹은 그것을 좌우하게 되는 제한적인 조건들이 존재한다. 


뮤지엄의 미션과 비전

뮤지엄의 주요 연구주제여부

뮤지엄의 예산

뮤지엄의 공간과 자원(물적자원, 인적자원) 

여기까지는 수집과 소장관리 업무와 마찬가지라면, 전시의 기획과 운영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아래와 같은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예술트렌드, 사회적 이슈, 주변 뮤지엄과의 차별화와 같은 사회문화적인 상황 

실제 주제와 소재에 적합한 전시품의 확보가능성 

전시장의 환경과 전시기법 등의 실현가능성


예를 들어, 우리 뮤지엄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주제가 다른 뮤지엄과 마찬가지 혹은 과거의 전시와 유사하다면, 참신성이 떨어지고 관람객은 비교로 더 나은 곳을 택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 경우라면, 동일한 소재라도 다른 관점으로 조명하거나 새로운 주제로 소재를 엮어내는 등으로 우회하는 편을 택하게 된다. 기획이 뛰어나다 해도 뮤지엄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거나,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구현해 낼 수 있는 매체적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면, 역시나 차선책이나 대안을 택하게 된다 

상설전시의 보완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전시의 맥락과 사회문화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수정, 보완을 추진하게 되고 뮤지엄의 방향성과 예산, 물리적인 조건과 소장품이나 대여품과 같은 전시품교체 실현가능성에 의해서 제한을 받게 된다. 결국 전시는 이와 같은 조건들을 모두 고려한, 뒤집어 말하면, 이와 같은 조건들에 영향을 받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전시업무는 기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운영- 철거, 결과보고까지 포함- 되어야 완료되는 것이다. 상설전시의 경우에는 계속된 운영에 유지, 보수라는 관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의 기간과 운영 시간을 확인해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관람을 하러 오게 되므로 당연히 누가 오든 동일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가 된다. 매일 아침 전시실을 체크하고 전시실 스텝들과 수시로 의사소통하며 돌발상황에도 (물론 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의외로 종종 생기고 만다.) 대처해야 한다. 덧붙여, 상설전시라면 장기간 동일한 전시품을 동일한 컨디션으로 유지관리하려 노력하지만 작품의 컨디션을 위해서 혹은 관람객들을 위해서 일부를 교체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등의 수정보완이 이루어진다. 전시실의 오픈과 마감 이후에 혹은 전시실 뒤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짐작하기 어려운 업무지만,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의 관람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기에 성실하게 꾸준히 실행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4. 전시 기획과 운영, 전시를 통한 관람객과의 대화

학예 업무로서 전시를 바라보면, 실제 전시가 오픈해서 종료하기까지는 전체 업무의 일부일 뿐, 전시가 오픈하기까지 그리고 전시가 종료한 이후 전시의 결과보고까지의 과정이 오히려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전시업무 과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각 과정에서도 전시가 관람객과의 대화라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전시의 소재를 선정할 때, 유명하지 않지만 미술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선정한다 해도 전공자나 조예가 깊지 않은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어째서 특별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전시의 구성이나 디자인, 매체와 서문과 도록 등에 반영하도록 한다거나, 유명한 작품들을 선정한다 하더라도 단순히 알려진 대로 선보이기보다는 통사적으로나 동시대의 맥락 속에서 입체적으로 혹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소개할 수 있다면.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관람객의 반응을 고려하여 결과를 정리해 다음 전시의 기획과 운영에 반영한다면. 

바로 위와 같은 고려가 충분히 반영된 전시들이 결과적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전시가 되고 당연히 관람객들에게 뮤지엄의 역할을 더욱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전시의 기획에서든 운영에서든 종료 후 결과보고에서든,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람객의 관점에서 전시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는 것이 전시의 더욱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내고 결과적으로 관람객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전시로, 뮤지엄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현대미술 전시는 불친절하고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전시의 존재이유는 감상, 즉 관람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관람객과의 대화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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