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by 명경수

인간이 만물 중 영묘한 능력을 가진 우두머리인 것은 생각하고, 말하고, 글로 남긴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실로 내가 인간의 범주 안에 있어서 말이지 인간 밖의 한 그루의 나무나 아프리카 평원에 사는 코끼리를 보면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고 살고 죽는 과정에서 진보나 발전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생 인류의 기원인 호모 사피엔스는 위대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호모사피엔스 (Homo sapiens)’ 말의 뜻도 ‘생각하는 인간’ 이라는 라틴어에서 왔다니 생각과 말과 글을 가진 인간 행동과 문화적 진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과 글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것이 나와의 오래된 다짐이다. 우리는 한 시도 말없이 살 수는 없다. 말이 필요한 것은 지금이고 글은 말보다 나중에 필요하다. 지금 필요해서 하는 말에 공을 들여야 한다. 말에 예쁜 옷도 입히고 향기도 더하자. 설령 좋은 말은 아니더라도 개인 간이나 공동체에서 상처를 주거나 분위기를 꼬꾸라트리는 말은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부정적인 말을 한 번 할 때마다 평균 다섯 번의 긍정적인 언행을 하여야 그것을 무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좋은 말을 하며 살 수는 없나? 사람을 얻는 것도 말이고 잃는 것도 말이다.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말 때문에 생명을 잃는 경우가 다른 원인보다 월등히 많다. 영향력이 큰 사람들의 말은 훨씬 생명력이 길어 한 마디의 말이 오래도록 회자되고 또 재생산 된다.


처음 부모로부터 배운 말은 친구 사이를 넘어 사회로 진출하여 세파에 깎이고 닳아 나만의 언어로 정착된다. 내가 하는 말의 품격이나 수준은 다중 속에서 부딪히고 경험되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간다. 그것이 나의 얼굴이며 나의 인격이며 나를 대표하는 것이다. 개인간의 친교도 사업상의 상담도 국가간의 외교도 모두 말에서 출발한다. 심지어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도 객관적인 인적사항이 상대방에 공개되었더라도 만나서 말을 해보면 호감과 비 호감을 바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기에 나는 말에 대하여 평소 품은 생각을 긴 호흡으로 풀어 내고자 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고 잔뜩 고무시킨 말, 참혹하고 비탄에 빠지게 한 말, 다른 사람들의 말이 나에게 큰 감명과 울림으로 포착된 말,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책의 여백에 메모한 글들과 메모장에 쌓은 먼지 묻은 글들을 불러내고 싶다. 이런 말들을 사열하듯이 한 줄로 세워 말의 진상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우리는 여기서 말을 타고 산천을 구경하듯이 쓱 지날 일이 아니고 말에 생명을 불어넣고 부활시켜 나를 보석같이 빚어 내는데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남의 말을 무심히 헐뜯어 발없이 천리 가게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순서는 먼저 사람들이 말하는 습관을 유의해서 관찰해 본 다음, 우리가 하는 말의 뿌리를 찾아 기원과 말의 태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그리고 힘을 주는 말과 상처를 준 말들을 나의 경험에 비추어 펼쳐보겠다. 다음으로 국면을 전환시켜 입장이 바뀐 사례들을 추적하여 인생을 조망하는 순서로 정하였으며 끝으로 내가 남겨야 할 마지막 말을 생각하기로 한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또 꼭 드리고 싶은 분에게 간절한 말을 남기고 싶다. 그것은 육성이 다하기 전에 말을 붙들어 나의 지금을 오래도록 가두어 관계자들에게 변화와 숨겨둔 뜻을 전하기 위함이다.


향기 나는 말 항아리에 푹 빠져서 한없이 즐거운 유토피아를 만들어 내자. 나의 기억이 더 퇴화되어 부서지기 전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