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말하는 습관

by 명경수

말은 사람이 상호 약속된 음성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말을 한시라도 안 하고 입을 봉한 채 살 수는 없다. 수행을 위한 긴 침묵이나 치료의 수단으로 일정한 시간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경우라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거나 중병으로 말하는 신체의 기능이 고장 난 때라고 봐야 한다. 할 말을 잃은 경우라도 일시적일 뿐, 인간은 누군가와 상호작용으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방편일 것이다. 말은 글보다 즉흥적이고 한시적이기에 더욱 의도된 표현이기보다 상대방의 말이나 환경에 대응하며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자, 여기에 이런 표현을 즐겨 쓰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의도와 행동 양식을 가진 사람일까? 평소 가졌던 생각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 가기로 하겠다. 이 사람은 말하는 동안 수시로 ‘특별한’, ‘종합적’, ‘대대적’, ‘절대적’, ‘샅샅이’ 등의 표현을 즐겨 쓰며 대화를 이어 간다.


내용을 뜯어보면 특별하다고 하지만 특별한 게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일부에 국한된 부분적이다. 그리고 ‘대대적인 계획’이란 말속에 개혁적인 큰 그림이나 감동도 없다. ‘절대적’이란 표현도 상대적이며 ‘중(스님) 담뱃대’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샅샅이 살펴서 그 뿌리를 캐겠다’고 했지만, 근본에 접근은 고사하고 근처에도 못 미쳤다. 이렇게 최상급 명사나 부사를 즐겨 쓰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의도에서 그럴까?


나는 생각하기를, 이런 언어의 습관은 실력이나 내용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기의 부족한 면을 숨기려는 형식적인 의도가 있다고 본다. 충분히 내용을 살펴보았거나 고민한 흔적도 없이 모면하거나 인정을 받기 위한 술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숨은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나, 녹록지 않은 상황을 과장되게 설명하려고 이런 말들을 즐겨 쓴다고 본다. 이런 사람은 일반적인 사회의 기사거리나 가십(gossip)도 꼭 이런 표현을 쓰면서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말한다.


이에 비하여 좀 부족하더라도 진솔하게 자기의 감정을 숨김없이 진실을 보이는 태도로 말하는 경우와 비교한다면, 후자에게 관심과 호응이 더 클 것이다. 진정성이 있으면, 설령 과실이 좀 있다 하여도 용서가 될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하겠다. 능수능란한 말재간보다 어눌하더라도 진심이 통하는 태도를 보이는 습관을 길들여야 할 것이다. 수채화를 그릴 때 밝은 유채색으로 햇빛이나 눈을 표현하여 환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려면, 밝은 색을 덧칠하는 것보다 어두운 무채색을 드문드문 배치하는 것이 훨씬 밝게 표현하는 방법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어둡고 칙칙하지만, 밝고 명징함을 살리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될 기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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