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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불안정하면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01. 환율 (1)

by Mr text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는 뉴스가 많이 보인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1,300원대였던 환율이 11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점에 1,400원을 돌파하더니 '12· 3 비상계엄 사태' 후로는 1,470원대까지 급등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당장 경제가 좋아질 부분이 보이질 않아 1,500원이 넘어갈 가능성까지 있다고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온갖 곳에서 '위기, 위기, 위기'라고 하는데 금융 문맹이나 다름없는 나는 왜 환율이 오르고 그게 어떤 문제가 되는지를 잘 실감하지 못했다.


이대로 그냥 금융 문맹으로 살면 안 될 것 같아서 직접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뉴스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그 의미라도 알자고. 정리를 하면 더 열심히 찾게 되고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무식자가 하나하나 찾아보며 쓰는 것이다 보니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혹시 그런 부분이 보인다면 문맹자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의미로 넓은 이해와 댓글을 통한 가르침을 요청드린다.




환율이란?

환율 (換率, exchange rate).

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를 다른 나라의 화폐로 교환할 때의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1달러를 사기 위해 1,300원이 필요하다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이 되는 것이다. 즉, 환율은 화폐 간의 교환 비율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외국의 돈을 상품처럼 교환하는 개념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환율이 변하게 된다. 수출이 늘어나거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여행을 많이 오거나,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투자가 늘어나서 우리나라에 외국 돈이 많이 유입되면 환율이 떨어지는 식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 네이버


나라가 불안정하면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정치적 불안정이나 전쟁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그 나라의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A라는 나라에 어떤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A국의 경제가 불안하니 그 나라에 투자했던 돈을 빼서 어디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라고 생각하고 A국에서 빼낸 돈으로 B국의 돈을 구매한다. 우리나라에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내 달러같이 안정적인 외화를 사들이는 맥락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원화의 가치는 하락해서, 환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심리상태를 예로 들어 설명했으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서 사회가 혼란하게 되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는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경제적 문제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경제 전반의 위험도가 높아지게 되니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환율은 또 높아지게 된다.


환율이 높아지면?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진다. (1달러에 1,300원 하던 것이 1,500원 하게 되면 똑같이 1달러짜리를 사 오려고 해도 200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수입해 오는 가격이 비싸지면 국내에서 그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우리가 내야 할 돈도 커지게 된다. 물가 상승. 물가가 높아지면(=물건값이 비싸지면) 사람들은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물건을 파는 가게 사장도 어려워진다. 모두의 지갑 사정이 더 팍팍해지는 것이다.


환율이 자꾸 오르면 외국 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환율이 과하게 높아지면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져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1달러 갚아야 해서 1,300원만 주면 되는 거였는데 1,500원을 줘야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다 물건을 만드는 기업들은 환율이 오르면 원가도 올라가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우리에게 받는 돈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1,300원과 1,500원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다 보니 '그래봐야 200원 오르는 건데 뭐가 그리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국가규모로 키워보면 체감이 확 된다. 만약 우리나라가 A라는 나라에서 연간 1천억 달러 규모의 원자재를 수입해 오고 있다고 한다면?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10조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10조만큼의 가격인상을 국민들이 분담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가 부족해져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했고, 여러 기업들이 도산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며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환율이 높아졌을 때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만 말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외국으로 물건을 파는 경우'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 외국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물건이 그만큼 싸지는 것이기 때문에 (1달러로 1,300원짜리밖에 못 사던 것을 1,500원짜리를 살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물건이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이 중요한 경우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뭐든 '적당히'인 법이다.




우리나라 돈과 외국 돈의 교환가치라고 단순히 만 생각하기에 환율은 우리가 사는 물건, 쓰는 돈, 그리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환율이 어떻게, 어느 정도나 변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 가계의 생활비, 정부의 재정정책 등 다양한 측면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 환율이 자꾸 오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조금의 돈으로 미국주식을 투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미국주식 한주를 사는데 들어가는 원화가 자꾸 늘어나니까!


아, 환율이 자꾸 오르는 것은 정말 큰 위기다. 얼른 잡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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