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3

카페 <정비소>에서

by 해랑이





고요를 덮고 어둠을 베어 숨죽이고 어제의 심판을 그저 기다릴 때, 시야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한 자락 빛이 새어 들어왔다. 미래에서 이는 바람이었다. 자기 몸통을 부딪히며 지금을 사는 나를 향해 두드리고 있던 희망의 외침이 드문드문 들려오던 것이다. 미래에서 온 그 아이는 날 보며 이렇게 말하곤 털썩 등을 기대어 나의 옆에 주저앉았다. 못본사이 많이 자랐구나? 그 말에 주저 없이 투둑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아주 긴 아픔을 갈무리하기 위해 팔을 뻗기 시작했던 아직 어린 나에 대한 이야기. 넘어진 나를 부르고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이야기.


시린 겨울이 지나 어느새 추위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잊을쯤 따듯한 봄은 나를 안아주고 심지어는 뜨겁게도 내리쬔다.


나에 대해선 한 줄도 한 마디도 적을 수 없었다. 여전히 망설여지며 여전히 어려운 나를 나로서 부르기 위한 악보, 다른 말로는 시나리오라 부를 수 있을 그 전집 한 무더기는 나를 가두고 옥죄어 나의 좁고 작은 방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성공하고 싶었을까, 자라나고 싶었을까? 거울 속 나를 더 나아 보이게 가꾸고 구태여 나의 여유를 자랑해 보이고 암담함이라곤 느껴보지도 않은 양 더 높이 더 멀리 뛰고 또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