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없는 정치인, 한동훈

[심층 모니터링] <경향신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인터뷰

by 한교훈

'심층 모니터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오늘 주목해야 할 뉴스' 시리즈를 꾸준히 연재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깊게 들여다 볼 뉴스가 많은데, 짧게 요약만 하니 영양가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뉴스브리핑 형식은 차고 넘치니, 한 기사를 제대로 분석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뉴스 하나를 제대로 분석하기로요. 이렇게 '심층 모니터링'이 탄생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이런 점을 지향합니다. ▲뉴스가 갖는 전후 맥락을 분석한다. ▲특정 언론이 해당 기사를 쓴 이유를 추정한다. ▲기자는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는지 이해한다. ▲다른 언론사는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비교·대조한다.


이 기사를 선정한 이유

이 시리즈는 12월 17일자 <경향신문> 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제목은 "윤석열, 나를 업어 키워? 개똥 같은 소리…내년 재보궐 출마는 미정”입니다.


박주연 선임기자는 '색다른 인터뷰'를 2018년 1월 3일부터 연재했습니다. 진영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소위 '핫(HOT)한 인물'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기사에서 드러나는 기자의 질문은 짧고 날카롭습니다. 나름 독자가 궁금한 점을 대신 물어본다는 점에서 읽기도 괜찮습니다.


기사 링크: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70600121


이 기사를 오늘 심층 모니터링으로 점 찍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간 '한동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른 하나는 기사 곳곳에서 '한동훈은 고집이 세다' 더 독하게 말해서 '배움이 없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더 깊이 들어갑니다.


속에 남은 '검사 본능', 여전히 '남탓'

인터뷰 기사는 편집·가공이 많이 들어갑니다. 기자는 인터뷰를 녹음해서 텍스트로 변환한 후, 독자가 읽기 편하게 주제별로 배치합니다. 또, 인터뷰 대상자가 날 것 그대로 뱉은 단어와 문장을 체로 거르는 작업도 해야 하죠. 만약 인터뷰 대상자가 비속어나 은어를 말했다면, 이를 순화해서 독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 인터뷰는 '날 것 그대로'입니다. 한 전 대표가 평소에 어떤 말을 하는지 드러납니다. 3가지 대목을 같이 보겠습니다.


스키다시

먼저, 이재명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평가하는 대목입니다. 기자가 "보수정부도 성공 못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 받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일단 선언적인 것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3500억 달러를 주고 받으면서 일종의 '스키다시'로 끼워준 것"이라고 답합니다.


주로 횟집에서 주요리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을 일본말 '쓰키다시(突き出し)'라고 합니다. 어떤 비유를 하고 싶은지 이해는 합니다만, '끼워팔기' 같은 우리말로도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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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 같은 소리, 날 뭘로 보고...

이후에도 한 전 대표를 날카롭게 찌르는 질문이 나올 때면, 비속어와 은어가 계속 튀어나옵니다. 기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 전 대표를) '업어 키우다시피 했다'는 말도 있다"고 묻습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업어 키우다니, 무슨 그런 '개똥' 같은 소리를…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입니까?"고 말합니다.


자존심 상하는 질문이지만, 노련한 정치인은 이 또한 능구렁이처럼 넘어갑니다. "제가 그 등에 업혔으면, 같이 감옥에 있겠죠."처럼 고급스럽게 피해갈 수도 있습니다. 한 전 대표는 검사에 장관, 여당 대표까지 해봤으므로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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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아주는 수사

기자는 한참 뒤에 다시 정곡을 찌릅니다. "(한 전 대표가) 정치검사라거나, 서초동 편집국장이라는 뒷말도 나왔다"고 묻습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지금까지 제가 한 수사를 보세요, 정권 '빨아주는' 수사가 단 하나도 있는지."라고 답합니다.


빨아주다. '봐주다' '편을 들다'는 의미로 쓰는 비공식 표현입니다. 언론에서 '빨아주는 수사'라고 절대 쓰지 않습니다. '봐주기 수사'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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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탓

한 전 대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남탓입니다. 상대가 한 전 대표 자신을 지적하면, 그 지적을 받아들이기 보다 남탓으로 말을 돌립니다. 두 대목이 등장합니다.


기자가 "윤석열 정부 때, 검찰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갑자기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야기를 꺼냅니다. "정 장관과 나를 비교해보라"며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검찰에 재판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고 답합니다. 즉,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윤 정부 때는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 모두 '윤석열 사단'으로 꾸렸죠. 굳이 위에서 의견 내거나 압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해결했으니까요.


기자가 계속해서 한 전 대표의 과오를 짚습니다. "김 여사는 이전부터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왜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지 못했나"고 직격합니다. 한 전 대표는 이번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들먹입니다. "권력의 속성이라는 게 있다"며 "그러면 왜 이 대통령은 김 실장을 관리하지 못하나?"고 반문합니다.


김건희와 김현지 두 사람을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적으로 권력을 휘두른 사람, 권력을 앞세워 금품을 받은 사람, 대충 쓴 논문으로 학위를 받으 사람이 누구입니까?

화면 캡처 2025-12-17 094313.jpg 정성호
화면 캡처 2025-12-17 094337.jpg 김현지


배움이 없는 사람, 한동훈

신문기사에 말도 안 되는 표현이 등장한다? 편집기자의 실수 아니면 고의, 둘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기자 일부러 표현을 거르지 않고 썼다고 생각합니다. 단어를 순화하면 그 인물이 주는 느낌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인터뷰 기사를 모두 편집·가공해버리면 느낌이 제대로 안 살겠죠.


"아, 배움이 없구나." 저는 추정합니다. 검사로 시작해서 정치인으로 나설 때까지 한 전 대표에게 큰 실패란 없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주목도 받아 왔습니다. 그런 탓인지, 한 전 대표는 실패에 관한 '오답노트'가 없는 듯합니다.


이미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한 전 대표의 언행과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만, 한 전 대표는 그냥 웃어 넘기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를 오답노트에 적어 고치려고 노력해야 성장하는데,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이 인터뷰를 진행한 진보 언론 <경향신문> 기자라면, 이런 질의응답을 주고 받으면서 화딱지가 났을 겁니다. 질문을 해도 답은 영양가 없고, 되레 기자에게 시비를 거는 답이 돌아오니 미운 털이 박힐 수밖에요. 잘 써주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지지 않을까요?


기자가 물어야 할 것, 정치인 한동훈이 답해야 할 것

이 기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마지막 질문과 답입니다. 기자가 한 전 대표에게 "보수의 정신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한 전 대표는 "자유"라고 말하며 "시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결국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한다고 믿는다"고 답합니다.


"한동훈이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가?" 이 대목을 읽으며 든 생각이자, 한 전 대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유'를 남발했습니다. 결국 그 말 속에는 '계엄을 선포할 자유'까지 포함돼, 이 사달이 났습니다.


정치인 한동훈이 추구하는 자유는 무엇입니까? 윤석열의 자유와 가깝습니까? 아니면 자유를 높은 차원에서 분석하고 성찰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와 가깝습니까? 참고로 밀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생 '내 마음대로 할 자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전 대표에게 후자를 기대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