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다?

[심층 모니터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2월호 발행인 칼럼

by 한교훈

https://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565

이 칼럼을 선정한 이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합니다.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를 자청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태국-캄보디아 전쟁, 르완다-콩고 분쟁에 끼어들어 중재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전쟁 중인 국가 지도자를 언론과 카메라 앞에 세워 악수를 시키기는 했습니다만, 평화는 판판이 깨지고 있습니다. 평화가 아닌 노벨평화상 수상이 진짜 목적이니, 평화 프로세스가 지켜질 리가 만무합니다.


대체로 언론은 이렇게 '부정'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관점을 틀었습니다. 역대 미국인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분석해보면, 트럼프도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프랑스 진보 언론인 <르몽드>가 왜 이렇게 말한 걸까요? 트럼프 앞에 무릎을 꿇은 걸까요?


루즈벨트, 마셜 그리고 키신저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인은 총 3명입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조지 마셜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1906년,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미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일본 전쟁을 중재했다는 이유입니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할 수 있도록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추진한 그 사람입니다. 상을 받기 3년 전, 루즈벨트는 콜롬비아 영토인 '파나마'의 분리 독립도 지원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의 뒷마당 정도로 생각하고, 틈만 나면 미 해병대를 파병해 쑥대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953년, 조지 마셜은 유럽의 공산화를 막고자 자유주의 진영을 지원하는 '마셜 플랜'을 추진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마셜 장관 역시 남의 집에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한 인물입니다. 이탈리아에서 공산당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대규모 선거 개입을 주도했습니다. 우파 정당에 비밀 선거자금 지원, 허위정보 유포, 이탈리아계 미국인 연예인 동원, 마피아를 활용한 심리전까지 감행합니다.


1973년, 헨리 키신저는 베트남 전쟁을 끝내고 휴전협정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칠레에 유혈사태를 만들고도 말이죠. 칠레에서 사회주의자 대통령이 탄생하자, 키신저는 '군사 쿠데타'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17년 장기 군사독재가 시작됐습니다.

1973년 칠레 군사 쿠데타


그래서 트럼프도 노벨상 자격이 있다

이 칼럼을 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브누아 브레빌은 지난 반세기 동안 노벨위원회는 "남의 집 앞마당에 있는 쓰레기를 쓸어낸 자들"에게 상을 줬다고 비판합니다. 앞서 살펴본 세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트럼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만했다고 비꼽니다. 트럼프는 카리브해에 미군을 파견하고, 미국이 미는 대선 후보가 패배하면 아르헨티나를 금융 문제로 질식시키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베네수엘라를 '마약의 온상'으로 보고 배를 폭파시키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루즈벨트, 마셜, 키신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업적입니다.


노벨평화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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