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반격을 잊지 말라"

인디언 연설문집 읽기 3

by 한교훈
아버지,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면서요.


일요일 아침, 느즈막이 일어나자마자 급하게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TV 화면은 온통 물바다였다. 군산에 '200년에 한 번' 내린다는 폭우가 쏟아졌단다. 화면 하단은 전북 곳곳이 호우경보·주의보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답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온 것 같았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멀리 떨어진 아들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큰 피해는 없었다.

image?url=https%3A%2F%2Fi3n.news1.kr%2Fsystem%2Fphotos%2F2025%2F9%2F7%2F7481534%2Fhigh.jpg&w=1920&q=75 주말새 전라북도 곳곳에 강한비가 내렸다 (출처 뉴스1)

날이 갈수록 폭염, 호우 피해가 심각하다. 강릉은 물이 없어서, 어떤 지역은 물이 넘쳐서 문제다. 미디어는 '기후 위기'라고 말한다. 과연 사전 뜻대로 '기후가 위험한 시기'인가? 이것도 인간을 중심에 둔 사고 방식은 아닐까? 반대로, 기후 위기는 그동안 인간에게 당한 자연이 '반격'하는 것은 아닐까?


아메리카 땅을 밟은 백인들은 인디언이 살던 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땅을 헤집고, 인디언과 들짐승을 내쫓은 자리에 울타리와 목조 건물 더미를 올렸다. 개구리와 귀뚜라미가 울던 소리도 사라졌다. 인간이 내지르는 고성, 귀가 찢어질듯한 폭발음과 총소리가 그 자리를 메웠다.

당신들의 도시에는 조용한 장소라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봄의 나뭇잎 돋는 소리를 듣거나 곤충의 날개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만한 곳이 없다. 당신들의 도시에서 들리는 소음은 귀를 욕되게 할 뿐이다.

들짐승이 사라지면 인간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들짐승들이 저 어두운 기억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인간은 혼의 깊은 고독감 때문에 말라죽고 말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짐승에게 일어나는 일은 똑같이 인간에게도 일어난다.

시애틀 추장은 자연을 괴롭힌 인간도 언젠가 자연에게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마 '5현제 시대'의 마지막을 이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과 죽음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나 들짐승이나 똑같이 생사를 경험한다. 같은 대지 위에서 한평생 살아 간다. 어쩌면 '동지'다. 동지를 먼저 죽이면 남은 동지는 외로워서 살 수 없다. 구성원이 다양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그냥 있는 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야 한다. 자연과 순리를 거스르면 반드시 화를 당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또한 우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우리가 세상의 신비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넘긴다면, 언젠가 세상 또한 우리를 삶 밖으로 내동댕이칠 것이다. 우리는 대자연의 반격을 잊어선 안 된다.

시애틀 추장은 이미 경고했다. 무더운 날씨, 하늘에 구멍 뚫린 듯 쏟아지는 비, 가뭄은 결국 '대자연의 반격'이다. 이제 인간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과도 같다. 어떻게 해야 반격을 피할 수 있을까? 자연을 잘 달래는 방법이 최선이다. 욕심으 버리고, 원래 자연 모습을 찾는 노력이면 되지 않을까?


AKR20240503150800530_03_i_P4_20240505120119331.jpg?type=w860 인공 강우 설명판 (출처 기상청)

강릉에 비가 오지 않으니 '인공 구름'을 만들어 강우량을 높이겠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 있다. 그런 행위야 말로 자연의 반격에 또 반격하는 모양새다. 끝없이 싸움이 이어지는 꼴이다. 전쟁하는 인간들이 '누가 먼저 총부리를 걷어 치울 것인지'를 두고 몇 년 동안 되풀이하는 이유다. 인간과 자연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인간이 자연을 거스를 수 있을까? 인간이 참 오만하다는 생각이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해법은 언제나 단순하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생각해보자. 신전 기둥에 묶인 리본을 손 안 대고 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칼로 자르면 그만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자연의 문제도 그렇다. 답은 언제나 '본질'에 있다. 이 한 마디에 큰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지는 우리가 언제나 살아온 집이며, 앞으로도 살아갈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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