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 사람 x 예술 = 여행
나에게 여행이란 직업이자 또 삶의 일부이다. 관광가이드이자 여행작가로 여행이 수입원이고 취미이자 투자이기도 하다. 또 여행에 있어서는 은퇴나 정년이 없기 때문에 평생 여행을 통해서 일을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성찰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식단처럼 나의 여행은 자연, 사람, 예술이라는 테마가 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번 타즈마니아 여행도 그렇다.
자연에서 배우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예술로 꽃 피우는 여행 같은 삶
아침 햇살을 품은 웰링턴 바위가 반짝 빛나고 있다. 타즈마니아의 밤이 유독 춥고 깜깜하기 때문에 아침은 더욱 찬란하다. 아침은 호바트에서 힙하다고 소문난 ROOM FOR A PONY라는 카페에서 까만 롱 블랙(Long Black)으로 시작한다. 쌉쌀한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하면 나의 감각세포들도 하나씩 잠에서 깨어난다. 하루치 카페인도 충전이 되었으니 오늘 여행도 시작한다. 가자! 야고보 형님 집으로
야고보 형님은 시드니에서 살다가 5년 전에 혼자 태즈메이니아로 오셔서 굴 농장을 시작하셨다. 타즈마니아에 아는 사람도 없고 굴에 대해서도 책으로 공부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개척해 나가고 계신다. 여전히 가족들은 아이들 교육문제로 시드니에 있고 형님 혼자서 타즈마니아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퍼시픽 오이스터 (Pacific Oyster) 양식을 하고 계신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외국에 사는 이민자의 삶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상상하는 대로 잔디밭 넓은 뒷마당에서 바비큐를 하고 여유롭게 골프를 치고 선물 보따리 사들고 한국 친척을 방문하곤 한다. 대충 맞지만 또 낯선 남의 땅에 와서 정착하기 위해 영어 못해 까막눈 3년 벙어리 3년의 시간을 보내며 청소, 배달, 세차, 타일 등 힘든 육체노동을 하며 한국 가족들 걱정할까 봐 힘든 내색도 할 수가 없이 열심히 산다.
야고보 형님이 우리들 온다고 방금까지 바다에 있던 굴 한 포대를 따오셨다. 개수로는 200개쯤 된다. 이 굴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야고보 형님은 별로 안 먹었으니 4명이서 다 먹어치웠다. 생굴은 비려서 이렇게 많이 먹은 적이 없지만 여기 태즈메이니아 굴을 정말 다르다. 남극과 가까운 차가운 바다에서 자라서 탱글탱글하고 균이 없다고 한다. 시알도 크고 색도 잿빛이 아니라 우윳빛에 가깝다. 하여튼 싱싱한 바다의 기운이 굴 한 알 한 알에 엄청 실하게 꽉 차 있다.
또 살아있는 크레이 피시를 아무 양념 없이 15분 물에 쪄서 먹으면 맛은 말해서 뭐해? 당연히 맛있다. 코스트코(costco)에서 파는 러시아산 냉동 크레이 피시와 비교할 수가 없다. 참고로 크레이피시 (Cray fish)는 랍스터(lobster)와 달리 민물의 강이나 호수에서 살고 앞다리 집게가 없다. 까는 걸 싫어해서 오양맛살 말고는 게요리를 안 먹는 나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정말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제 알 것 같다.
바다에 굴(Oyster)과 강에 크레이피시(Crayfish)가 있다면 땅에는 체리(Cherry)가 있다. 체리는 한 여름 크리스마스쯤에 한창 나오다가 2월이면 거의 끝물인데 지금이 제일 달다. 특히 낮밤의 일교차가 심하고 땅이 비옥하고 물이 좋은 타즈마니아에서 재배한 체리는 정말 아삭아삭하고 달다. 아는 사름은 다 아는 애기지만 굴이 특히 남자한테 좋다면 체리는 여성한테 그리 좋탄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말을 하는 시드니에서 온 친구들 때문에 야고보 형님은 말문이 터지고 우리는 배 터지도록 굴, 크레이피시 그리고 체리를 번갈아 먹으며 오랫동안 얘기를 하였다. 화이트 와인도 마셨더니 얼굴도 빨개지고 이미 밖은 깜깜해졌다. 바람소리가 유난히 창문을 흔들고 자갈 위로 처벅처벅 걷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반가운 손님이 뒷마당으로 찾아왔다. 왈라비
왈라비(Wallaby) 이 녀석은 캥거루보다 더 작아 애기 캥거루처럼 보이는 캥거루과의 아주 귀엽고 순한 동물이다. 서너 마리가 넓은 창으로 세어 나오는 빛을 보고 찾아와서 반가운 맘에 배춧잎을 들고나가서 인사를 하니 부끄러워하는 시골아이처럼 추뻣추뻣 도망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그러고 보니 만 원짜리가 아니라 진짜 배춧잎을 오랜만에 잡아보는 것 같다.
밤하늘에는 오리온 사냥꾼이 더욱 밝게 빛나고 있고 빠르게 돌아가는 인공위성도 보이고 은하수가 흐르고 있다. 그리운 사람들도 별이 되어 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늘 밤도 태즈메이니아는 춥고 깜깜하지만 잠이 잘 온다.
[시드니 이작가] [오후 6:51] https://youtu.be/5bM3nggb6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