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호주 산불 이후 일 년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의 핑크 플라넬 플라워

by 시드니 이작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며 기억이 가물가물하겠지만, 일년 전 불 타고 있는 숲들 사이로 연기와 열기에 겁먹은 코알라를 안고 나오는 소방관의 모습이 연일 전 세계 뉴스에 나왔다. 사상 최악의 호주 산불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호주의 하늘의 파아란 하늘을 잿빛으로 뒤덮였으며 산불과 100km 떨어진 시드니에서도 바람에 산불 냄새를 확인할 수 있었고 친지들로 부터 무사하냐는 연락을 많이도 받았었다.


공식적으로 산불로 인해 직접적(Direct)으로 34명이 사망하고 연기의 흡인 등으로 445명이 간접적으로 사망하였다. 호주 산불은 여름에 속하는 11월, 1월, 2월에는 땅과 공기가 건조하여서 나뭇잎들이 바짝바짝 말라있으며 바람이 불면 부싯돌처럼 마른 잎들이 서로 마찰하여 불이 붙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산불 시즌전에 공기중의 습도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한정된 지역에 맞불을 부쳐서 산불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한다. 또 넓은 국립공원에는 한국처럼 소방도로나 군사도로가 없는 곳이 많아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진입이 힘들고 방어선 역할이 없어서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호주 산불이 한창이었을 때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는 하늘을 시커멓게 채운 메뚜기 떼가 곡물을 다 먹어치워 기근에 힘들어하기도 하였고 대서양의 어느 나라에서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는 기후 대재앙이 계속되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석탄 채취를 위하여 산림을 파괴할 때부터 예견된 인재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고 정부에서는 연례 행사같은 산불에 비가 안 와서 피해가 컷다면서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과 철광석 제조업체를 보호하기도 하였다.


시드니와 멜번 곳곳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당장 행동을 촉구하자는 집회가 열리기도 하였지만 지난 1년 동안 코로나라는 더 큰 재앙이 일어나서 이제 지구온난화는 이슈를 끌지 못한다.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에 2020년 호주 산불을 검색해야 겨우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정도이다.


지난 일요일에 블루 마운틴(Mt. blue) 을 다녀왔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호주 대륙이 큰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오랜 세월동안 고립된 섬으로 동물과 식물이 환경에 적응을 하며 원시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생대에 화석으로만 확인하였던 올레미 소나무가 자생하기도 하고 수만 년에 걸쳐 퇴적 되고 융기된 사암층이 미국의 그랜드캐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형성이 되어있다. 2000년 UNESCO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했음은 물론으로 150여 년 전 찰스 다위(Charles Darwin)도 자연의 경이로움과 <종의 기원>에 영감을 주었던 곳이다.


특히나 산불피해가 심하였던 네로우넥 평전 (Narrowneck Plateau)에는 까맣게 타버린 뱅크시아 나무들 사이로 어린아이 얼굴처럼 솜털이 나 있는 분홍색의 꽃이 한창 피었다. 에델바이스처럼 생긴 이 분홍꽃의 정확한 이름은 Pink Flannel Flower 이다. 색은 화려하지 않지만 고우면서도 수수하지만 품격이 있어 보이는 내 누이같은 꽃이다.


손으로 문지르니 숯처럼 까맣게 재가 묻어 나오는 뱅크시아 역시 죽지 않고 살아서 파아란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뱅크시아는 오일 성분이 많은 나무라 불이 빨리 잘 붙고 쉽게 번지지만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 고로케처럼 속은 물이 흐르고 살아 있었던 것이다. 또 뱅크시아의 나무 열매는 아주 단단해서 열매가 땅에 떨어진다고 열매가 깨져서 씨가 퍼지는 게 아니다. 열이 가해져야 장작이 타는 소리를 내며 깨지며 씨앗이 퍼지게 된다. 참 차연은 신비롭다.


나는 2020년 Black Summer라고 불리는 호주 산불을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이상기후와 숲의 자동 습도 조절 기능 상실을 초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을 용서라도 하듯이 스스로 잎을 내고 희귀한 분홍색 꽃까지 피우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나고 있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마음이 가벼워지고 또 흙은 밟으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내려오고 나면 마음이 깨끗해진다. 석탄과 철광석 때문에 자꾸 숲이 없어진다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에네지를 덜 사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피고 시들 때가 된 핑크색 에델바이스를 보면서 다시 맘에 세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