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쉐어는 처음부터
공급자가 아닌 완전한 소비자 관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윤자영 대표에게 직접 듣는
다음 세대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스타일쉐어의 서비스 기획 이야기
외부에서 보는 스타일쉐어와 내부에서 스스로 정의하는 스타일쉐어가 다르다. 외부에서는 10대들의 커뮤니티, 패션 SNS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다음 세대의 패션&라이프스타일의 이커머스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현재 스타일쉐어라는 서비스, 그리고 29CM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스타일쉐어는 누구나 자기의 패션, 뷰티 등 스타일과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하고 연관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 이 곳에 오신 분들에게 쇼핑, 패션을 떠올리면 수많은 서비스가 떠오르겠지만 그중 스타일쉐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10대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스타일쉐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함께 10대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 탑 5에 들고, IT회사인데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유저들이 새벽 6시부터 와서 여섯 시간 넘게 오픈을 기다린다.
왜일까? 업계의 많은 회사들이 이야기한다. 20대는 어렵고, 10대는 외계인 같다고. 스타일쉐어는 특히 Z세대라고 불리는 10대부터 20대 초반 고객에 집중되다 보니 우리가 하는 여러 행동들이 보통의 커머스 회사, IT회사가 하는 것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no - 보기에 멋있는, 영감, 에디터 마인드
yes - 유저와 가까운, 공감, 참여자 마인드
스타일쉐어는 2011년 대학교 4학년에 대학교 지하주차장의 간이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학생벤처센터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는 대학교 1-2학년부터 이런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다. 쇼핑과 패션을 좋아했는데, 매번 다른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의 콘텐츠가 아닌 친구들의 재미있는 데일리룩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다. 운 좋게 투자자를 만나게 되어 스타트업이라는 형태로 갑자기 회사가 시작됐다.
나 같은 소비자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유저들이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만 다뤄지는 플랫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콘텐츠를 모아서 멋지게 보여줘야지’라는 생각보다 ‘운영자도 참여자 중 한 명으로 들어가 유저와 어울려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당시 존재했던 수많은 패션 미디어, 블로그, 편집샵 등과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만들게 한 시작점이다.
스타일쉐어 서비스를 론칭한 뒤 4년 동안 마케팅 집행을 하나도 하지 않고도 200만 명 유저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4년 동안은 사실 마케팅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패션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유저만을 대상으로 발품을 팔아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했고, 패션에 관심 있는 유저가 급격히 몰려드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초기 4년 동안은 사용자 증가와 유저들이 사진을 올리는 액션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였고 비즈니스적인 (매출) 목표는 없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이 단어가 타 모바일 서비스, 커뮤니티에서도 익숙하게 쓰이지만 초기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다. 트위터에서 한 유저가 다른 유저에게 ㅈㅂㅈㅇ라고 멘션을 보내면, 여기가 스타일쉐어인 줄 아느냐고 답멘션이 올 정도로 독특한 표현이었다.
일반 소비자가 옷을 어떻게 사는지 생각해보면, 여러 미디어도 물론 보지만 길의 멋진 사람이나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길거리의 사람이나 친구에게 그 옷을 어디서 샀냐고 대놓고 물어보기는 어렵지만, 스타일쉐어는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허용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등장한 신조어가 “정보좀요”를 의미하는 ㅈㅂㅈㅇ였다. ㅈㅂㅈㅇ는 우리 서비스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이후 쇼핑 기능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패션을 올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서비스였는데, 어느 순간 유저들이 뷰티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올리지 말라고 하고 막아도 봤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뷰티도 패션의 일부라는 것을 우리가 거꾸로 학습했고 이에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가 섞여서 올라오다 보니 화장품 콘텐츠만 보고 싶다는 니즈가 생겼다. 유저가 알아서 정확한 태그를 달아주면 분류가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그 갭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당시 핫했던 머신러닝을 도입했다. 그동안 올라왔던 수만 건의 콘텐츠를 분석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패턴에서 패션 콘텐츠와 완전히 구별되는 뷰티 콘텐츠만을 기술적 특징을 찾아냈고, 이들을 뷰티라는 분류에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런칭했다.
뷰티피드 런칭 후 유저들이 왜 뷰티 콘텐츠만 따로 볼 수 있느냐, 데일리룩도 따로 보고 싶다고 해서 데일리룩 기능을 런칭했다. 이때의 고생스러운 작업이 스타일쉐어 블로그에 남아있다.
2016년에 런칭한 이 기능 덕분에 지금은 많은 고객이 스타일쉐어를 쇼핑 서비스라고 인식한다. 스타일쉐어는 '콘텐츠 기반의 쇼핑 서비스'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일반 쇼핑 서비스는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면, 우리는 사용자의 콘텐츠가 보이는 UX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유저가 다른 유저의 콘텐츠를 보고, 그 아래 버튼을 통해 상품을 발견하고, 상품을 구매하고, 이후 구매자는 후기를 올리는 또 다른 업로더로 역할이 변하게 되는 패턴을 가진다.
커머스를 하게 되면서 실제 회사의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졌다. 또 유저를 깊이 알게 되었다. 결제 과정에서도 그들만의 고민과 니즈가 있었다. 이커머스는 신용카드 결제가 50%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서비스의 숫자는 좀 달랐다. 또 유저들에게 제품 출고가 안 되고 있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
이런 문제를 들여다보니 결제 패턴으로 인한 특수한 현상 때문이었다. 유저들이 10대다 보니 용돈으로 받은 현금으로 구매하고, ATM기기를 통해 금액을 이체한다. 그런데 ATM기기에 동전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59,800원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6만 원을 입금한다. 우리가 기존에 사용한 쇼핑 솔루션은 통상적인 솔루션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이 입금되어야 출고를 한다. 그렇다 보니 출고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10대 고객에 최적화되지 않은 기존 솔루션 때문에 입금과 출고가 매칭 된 확률이 60%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을 보고 ATM 입금 기능이라는 특이한 UX를 만들었다. 주문하는 과정에서 “ATM으로 입금하는 경우 눌러주세요.”라는 버튼을 만들고 28,000원의 제품이라면 30,000원을 입금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잔액은 환불받을지 적립금(단추)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간단한 기능을 통해 60%밖에 안 됐던 매칭률이 97%까지 올랐다. 만들고 나니 ATM 입금 기능이 세계 최초라고 하더라.
비슷하게 GS편의점과 협업해 유저가 현금을 갖고 근처 편의점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편의점 현금결제 기능도 만들었다.
유저들의 ‘정보좀요’라는 니즈를 어떻게 더 충족시킬지 고민하다 챗봇을 런칭하게 되었다. 서비스 안에 고양이 페르소나를 지닌 챗봇이 있고, 궁금한 사진을 보내면 이미지 인식 기능을 통해 3초 안에 사진 속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링크를 전달해준다. 이 서비스는 ‘패션을 부탁해’ 팀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공동 개발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한 재밌는 사례였다. 이 기능은 이미지 검색 기능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어느 날부터 유저들이 중고 게시물을 자꾸 올렸다. #플리마켓 태그가 달린 새 게시물이 1년 사이에 10배 증가했다. 처음엔 사기당할 위험이 있으니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유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플리마켓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런칭했다. 이 기능에서는 전화번호를 남기고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해서 사기당할 위험을 줄였다. 지금까지도 패션 중고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다. 중고거래는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특수한 문화인 것 같다.
스타일쉐어는 현재 사진을 넘어 동영상, 생방송으로까지 전반적인 포맷의 진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생방송이라는 포맷을 베타 런칭했다. 스타일쉐어의 선별된 유저가 생방송으로 패션/뷰티와 관련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콘텐츠가 올라온다. 이렇게 실시간 소통을 하면 더 생생하게 유저에게 스타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유저가 정보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또한 생방송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젊은 여성의 온라인 쇼핑에 당연한 포맷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생방송이라는 포맷에 전폭적으로 집중할 것 같다.
우리는 유저가 정의하는 스타일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았고,
이에 따라 서비스를 개선해왔다.
누군가는 필기감 테스트 같은 문구류 콘텐츠를 올리고, 누군가는 화장대 꾸미는 법과 같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스타일이라는 범주가 재정의된다.
옛날만 해도 우리와 같은 방식을 일반 업계에서는 이질적이고 낯설다고 느꼈던 것 같다. 멋있지도 않고, 일반인들이 올리는 사진이다. 보통 우리 브랜드는 멋있게 보였으면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타 브랜드에 찾아가면 반응이 냉담했다.
현재는 스타일쉐어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하는 스쉐클루시브가 2,200개가 넘는다. 최근 들어서는 에뛰드 하우스, 필라, 네셔널 지오그라픽 등 큰 브랜드와도 단독 상품을 진행하고 있다. 단독 제품이 늘어났다는 것은 플랫폼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 유저들이 스타일쉐어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1. 또래가 관심있는 다양한 스타일 공유 &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
2. (공유만의 목적이 아닌) 개인의 직간접적 이득 (커머스 기능으로 실현)
3. 그들만의 유대감
관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러 루트가 있지만, 이들과 스타일쉐어의 차별점이자 스타일쉐어만의 특징은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유저간의 연대감이다. 이를 우리의 마케팅과 서비스에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 되었다. 유저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하고, 그들의 생태계가 자랄 수 있도록 설계하고, 그들끼리의 유대감을 넘어 스타일쉐어 직원들과의 유대감까지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