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년 말 발행한 루시 인터뷰 글의 후속 편이다.
나와 같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루시는 어느 날 치앙마이로 훌쩍 떠나버렸다. 다시는 그녀의 소식을 들을 수 없을 줄 알았건만.. 어느 날 같은 회사의 개발자 애자일이 루시와 함께 치앙마이로 갔다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전부터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갖고 있던 애자일이 루시를 핑계로(?) 치앙마이에 가서 디지털 노마드를 테스트했다나 뭐라나. 그 사이에 인턴 신분을 벗어난 나는 더 자세한 얘기가 궁금해 애자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지만 용기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이들에게 애자일의 경험담이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씨: 안녕 애자일! 자기소개 부탁해.
애자일: iOS 앱 개발을 하고 있는 개발자 애자일(Agile)이라고 해.
개씨: 치앙마이에 갔다 왔다고 들었어.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었던 거야?
애자일: 작년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2주 정도.
개씨: 치앙마이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야?
애자일: 평소에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 언제 어디로든 떠나서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마침 예전에 같이 일했던 루시가 치앙마이에 간다고 해서 이때다 싶었어.
개씨: 루시는 아직 해외에 있는 거지?
애자일: 응. 최근까지도 치앙마이 있다가 얼마 전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어.
(혹시 궁금한 분들을 위해, 루시의 인스타그램 @swift_lucy1 계정에서 그녀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씨: 언제부터 디지털 노마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
애자일: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 예전부터 페북의 자기소개에 “원격근무를 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던 것을 보면 디지털 노마드를 알기 전부터 그런 삶의 형태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다 이 년 전쯤 우연히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을 접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야.
개씨: 디지털 노마드를 알기 전부터 원격근무에 대한 욕구가 있었구나.
애자일: 회사를 다니다 보니 꼭 정해진 시간에 일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본인에게 효율적인 시간에 일하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이전 회사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원격근무를 잠깐 했는데, 그때의 경험도 있고.
개씨: 디지털 노마드가 뭐야? 루시의 인터뷰에도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가 나왔지만, 그때 루시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했거든. 애자일만의 정의를 알고 싶어.
애자일: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공간이나 시간에 대한 제약 없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원하는 일은 회사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일이 될 수도 있어. 외주를 받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돼.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개씨: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무엇보다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이 너무 궁금해. 치앙마이에 가기 전 가장 큰 고민은 뭐였어?
애자일: 일단 영어. 영어를 잘 못 하는데 잘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 그리고 혼자 여행을 가는 것도 걱정이었어. 작년에 제주도나 울산 같은 국내 여행지를 혼자 갔었는데, 외국은 또 다르잖아. 혼자 외국에 가려니 아무래도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더라고.
개씨: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씩 물어볼게. 가장 먼저 영어는 어떻게 해결했어?
애자일: 일단 가서 부딪혀보니 되긴 되더라. 치앙마이가 워낙 디지털 노마드로 유명한 도시고, 백인 디지털 노마드가 굉장히 많아. 그러다 보니 현지 사람들도 영어를 잘하고, 카페나 음식점도 쉬운 영어로 잘 되어있지. 생각보다 언어는 문제가 없었어.
개씨: 그렇구나. 바디랭귀지도 있으니까, 말은 어떻게든 통하는 것 같아.
애자일: 치앙마이에 도착한 첫날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에 갔는데, 출입구에 시큐리티 가드(경비)가 있더라고. 그런데 숙소의 호스트에게 출입구 들어가는 법을 못 들었거든. 그래서 시큐리티 가드가 “여긴 왜 왔냐”라고 물어보는데 엄청 당황했지. 그 첫날이 언어 때문에 가장 힘든 날이었어. 손짓 발짓 다 하고..(웃음) 다행히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잘 해결됐지만. 그때 이후로는 카페, 음식점만 돌아다니니까 별 문제는 없었어. 계산하고 이런 건 쉬우니까.
개씨: 혼자 외국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해결했어?
애자일: 완전히 혼자면 못 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루시와 애나가 이미 거기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간 거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
개씨: 치앙마이에서는 계속 두 사람과 계속 함께 있었던 거야?
애자일: 혼자 다닐 때도 있었고, 같이 다닐 때도 있었어. 그런 형태로 여행한 건 처음인데 좋았어.
개씨: 그러게. 나 같은 경우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너무 외롭더라. 그렇다고 계속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도 스트레스고. 그런 형태로 여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루시와 애나는 지금 뭐 하고 있어?
애자일: 그런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인 것 같아. 외주도 구해보고, 컨텐츠를 갖고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야. 원래 6개월 동안 외국에 나가 있는 게 계획이었는데, 내가 떠날 때는 그다음 도시를 갈 수 있을까 걱정 중이었어. 수입을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큰 고민인 것 같더라.
개씨: 치앙마이에 대해 설명해줘.
애자일: 태국의 가장 유명한 도시가 방콕이랑 치앙마이래. 그런데 둘의 분위기가 되게 달라. 방콕은 큰 도시, 그러니까 서울 같은 느낌이고, 치앙마이는 좀 더 시골 같은 느낌이야. 실제로 가보니 듣던 대로 치앙마이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고, 예술 도시라 플리마켓도 많이 열리고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았어.
개씨: 치앙마이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
애자일: 보통 여덟 시에 일어나서 오전에는 숙소의 공간에서 일하고, 점심에는 나가서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일하기를 반복했어. 2주 동안 여행했던 것은 3~4일 정도고 나머지는 오후엔 항상 카페에서 일을 했던 것 같아.
개씨: 주로 어떤 카페에 갔어?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았던 카페를 추천한다면?
애자일: 인터넷이 잘 된다고 소개됐던 카페는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하나씩 갔어. 그중에서도 마야 몰이라는 큰 쇼핑몰 건물 5층에 ‘캠프’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가 가장 좋았어. ‘캠프’는 통신사에서 만든 카페라 통신사 유심을 쓰고 있으면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고, 음료도 안 시켜도 돼.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았던 것 같아.
개씨: 위워크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엔 안 갔어?
애자일: 치앙마이엔 위워크가 없어. 대신 펀스페이스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갔는데 내가 생각했던 디지털 노마드가 다 모여있더라. (그게 뭔데?) 백인, 자유로운 모습, 화상채팅. 그런 사람들이 내 옆에서 일하고 있었어. 모니터를 힐끗힐끗 봤는데 아마존, 옥션 다니는 사람이더라고.
개씨: 그런 회사들은 원격근무가 가능해?
애자일: 그런 것 같아. 휴가 온 건지는 모르겠어. 나는 액티브한 편이 아니라 네트워킹을 하지는 않았지만, 네트워킹 하려면 확실히 카페보다는 펀스페이스 같은 곳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개씨: 아하. 디지털 노마드 끼리 네트워킹을 많이 해?
애자일: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예 캘린더에 네트워킹 일정이 잡혀있어. 그런 일정에 참여해서 외국인 친구를 만들거나 일을 구할 수 있어.
개씨: 치앙마이에서 한 것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뭐야?
애자일: 치앙마이에 갔던 게 12월 31일인데, 연말이잖아. 도착한 첫날 루시, 애나와 함께 야시장에 갔어. 야시장의 연말 행사에서 뮤지션들의 음악도 듣고, 카운트다운도 하고.. 서울에 있었다면 안 챙겼을 연말을 치앙마이에서 기념해서 좋았어. 또 태국의 전통문화라는 등불 날리는 것을 했는데, 등에 불을 붙여서 날리면 하늘에 일렬로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어. 그곳이 아니면 못해봤을 경험이라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
개씨: 루시가 치앙마이 물가가 많이 싸다고 하던데. 얼마나 싸?
애자일: 생활비는 30만 원 정도 들고 갔는데 그중 20만 원 정도 썼나? 물가가 충격적으로 싸. 한 끼 밥을 먹는데 5천 원, 카페 음료는 한 2500원 정도. 에어비앤비 숙소 2주에 30만 원이었어. 사실 에어비앤비는 비싼 편이고, 루시와 애나는 방을 구했는데 한 달에 30만 원이면 구할 수 있었어.
개씨: 태국 사람들은 어때?
애자일: 무척 친절해. 돌아다닐 때 치안도 걱정 없었어. 다만 치앙마이는 인도가 따로 없어서 차도 옆으로 다녀야 하는데, 워낙 오토바이와 차가 많다 보니 매연이 많다는 것이 뚜벅이 생활의 단점이었지. 그래도 예쁜 것이 워낙 많아서 괜찮았어. 카페나, 서점 같은 것들. 또 주말에 플리 마켓같이 열리는 마켓들 가보면 수공예품이나 이런 것을 팔거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보게 되더라.
개씨: 여행 갔던 데 중에서는 어디가 기억에 남아?
애자일: 치앙마이에 반캉왓(Baan Kang Wat)이라고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 있어. 굉장히 잘 꾸며져 있고, 볼 것도 많아서 좋았어.
그리고 치앙마이를 벗어나서 ‘빠이’라는 동네에 간 적이 있어. 원래는 버스를 타고 몇 시간 걸려 가야 하는 곳인데, 마침 만났던 분이 운전할 수 있어 차를 타고 편하게 갔다 왔어. 우연히 잘 갔지. ‘빠이’ 우리나라로 치면 농촌인데 그래서 마친 시골 체험하러 간 느낌이었어. 공기 좋고 자연 좋은 곳에 쉬러 간 느낌. 치앙마이와 또 다른 느낌이라 좋았던 것 같아.
개씨: 치앙마이에 간 게 여행을 간 게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하러, 즉 일을 하러 간 거잖아. 그럼 가서는 무슨 일을 했어?
애자일: 두 가지 계획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곧 열리는 iOS 앱 개발 강의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강의 커리큘럼이나 자료를 만드는 거였어. 두 번째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개인 앱을 기획하는 거였고. 치앙마이에 2주 동안 있으니 일주일에 하나씩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놀러도 다니고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쓰다 보니 2주가 빠르게 가더라. 결과적으로는 첫 번째 계획이었던 강의 준비만 했어.
그런데 1주가 빠르게 갔다고 했지만 사실 하루하루로 보면, 공간이나 환경이 변해서인지 몰라도 시간이 천천히 갔어. 하루가 엄청 길었어. 그래서 카페에서 뭔가를 하더라도,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져서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처럼 느껴졌어.
개씨: 일적인 효율이 더 높았던 거야?
애자일: 그렇게 느껴졌어. 목표 두 개를 다 이뤘으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텐데 하나밖에 못 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좀 민망하지만. (웃음)
개씨: 아하하. 목표를 너무 빡세게 잡은 거 아냐?
애자일: 루시, 애나도 같은 얘기를 하더라고. 하나만 해도 잘 한 것 같다고.
개씨: 치앙마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야?
애자일: 영어. 사실 영어가 잘 되면 코워킹 스페이스도 더 자주 갔을 거고, 거기 사람들과도 네트워킹 할 수 있었을 텐데 영어가 안되니 그렇게 못 하겠더라. 주눅이 들어서 내 일만 하게 되더라고. 아까 말했듯 펀스페이스를 딱 한 번 갔었는데, 네트워킹 하러 간 건 아니야. 그 뒤부터는 일반 카페만 갔고.
개씨: 얼마 전 본 뉴스에서 인공지능 자동번역기가 곧 나온대. 인공지능 자동번역기가 나오면 언어 문제가 해결되니까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 더 수월해질 수도 있겠다.
애자일: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성숙화되려면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관련 기사: 구글, 실시간으로 40개 언어 통역하는 이어폰 ‘픽셀 버드’ 공개)
개씨: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해보니 어땠어? 그런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자일: 게임을 하다 보면 튜토리얼이나 체험판이 있잖아. 그런 것을 해본 느낌이야. 본 게임을 한다면, 루시와 애나를 보면서도 느낀 건데, 돈 버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그런 생활을 하려면 비용을 벌어야 하잖아. 나는 내 돈을 가지고 간 거니까 문제가 없었지만 실전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이전의 고민은 ‘그런 생활을 내가 잘할 수 있을까?’였는데 그건 이제 해결됐고 ‘생활비는 어떻게 벌까?’가 다른 문제로 대두된 거지. 그래도 고민이 바뀐 걸 보면 진척은 되고 있는 것 같아.
개씨: 혹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
애자일: 도유진 님이 쓴 <디지털 노마드>라는 책.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와있어. 특히 좋은 점은 디지털 노마드의 장점만 다루는 게 아니라 어떤 단점이 있는지까지 나와있다는 거야.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나 카페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하고 있는지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개씨: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는 뭐야?
애자일: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다’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어. 규모는 1,300명 정도인데 이 그룹에서 발리, 유럽 등 세계 각지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 어떤 생활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해. 다른 나라 갈 때 검색하고 참고하기 좋을 것 같아.
개씨: 디지털 노마드를 시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애자일: 디지털 노마드라는 게 루시가 얘기한 것처럼 정의가 사람마다 달라. 사전적인 의미만 보고, 아니면 뉴스나 콘텐츠만 접하고 디지털 노마드를 생각하게 되면 실제와 다른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디지털 노마드가 자신에게 맞는 삶의 패턴인지 보려면 한 번 정도 시도해봐야 하는 것 같아. 시도를 안 해보고 원래 하던 것을 다 때려치우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리스크가 크잖아. 그런데 그 경험을 꼭 외국에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회사를 안 나가고도 일을 할 수 있는지 같은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면 좋겠어.
개씨: 루시에게도 물어보긴 했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헷갈려서.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알려줘.
애자일: 프리랜서는 직업군이잖아. 디지털 노마드는 라이프 스타일이야. 굉장히 다양한 직업군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어. 그러니까 “디지털 노마드가 될 거야”라는 말은 틀리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 거야”가 맞는 거지. 한국에는 디지털 노마드가 워낙 없어서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국에는 디지털 노마드가 이미 많은데 통계를 보면 실제로 그중 절반 이상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 그 경우엔 원격으로 일하는 거야. 나머지 반 정도가 자기 일 하는 거고, 그 반이 프리랜서로 외주를 받는 거지. 그래서 꼭 프리랜서가 되어야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개씨: 디지털 노마드가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지 시험해봐야 하는 거구나.
애자일: 맞아. 만약 혼자 일하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라면 그런 삶을 지속하기 힘들겠지. 어느 사람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어느 사람은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처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나는 소속감을 깊이 느끼지 않는 편이야.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에 못 다닐 것 같아. 회사가 없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업으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 같고.
개씨: 나는 소속 없이 계속 홀로 일하는 게 조금 외로울 것 같기도 해. 확실히 사람마다 중요도나 우선순위가 다르니 먼저 자신의 우선순위를 잘 아는 게 중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애자일의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을 알려줘.
애자일: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 아까 말했던 치앙마이 갔을 때 가져갔던 두 가지 플랜도 그 방법에 대한 실험이었고.
개씨: 근무시간 말고 자유시간에 그런 것을 계속 실험한다는 말이지?
애자일: 응. 만약 지금과 같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면, 5년 후에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 어느 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좋겠어.
디지털 노마드는 라이프 스타일이야. 그러니까 “디지털 노마드가 될 거야”라는 말은 틀리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 거야”가 맞는 거지.
어느 사람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어느 사람은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처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개강과 일이 겹치며 바빠지는 바람에 인터뷰를 정리하고 발행하는 데에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기다렸을 애자일에게 미안한 마음뿐.. 흑흑. 한편 그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나 자신도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 졸업을 세 달 앞둔 시점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평소에 삶을 하나의 모험이자 불확실성의 집합으로 생각하는데, 그 불확실성 때문에 한편으로는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최근 몇 년간은 설렘과 불안함 사이를 저울추가 움직이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바로 여러분이 꿈꾸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그러다가 애자일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다시 읽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꿈꾸는 삶’의 모습은 매우 다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 성공, 부와 같은 것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보다 구체적으로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라던가, 일을 하는 방법, 어디에 살고 무엇을 먹는지, 동료나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애자일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꾸준히 고민한다면, 그리고 (루시 같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각자의 ‘꿈꾸는 삶’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그런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매거진 'Interview : 조금 다른 삶'에서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인터뷰합니다. 인생은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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