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고 김종일님 인터뷰
프리랜서로 반 년 동안 바로고라는 배달대행 IT 회사에서 조직문화와 관련된 내부 콘텐츠를 제작했다. 당시 바로고는 수직문화에서 수평문화로의 전환기에 있었다. 외부인인 나로서 내부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바로컬처TF의 종일님이 있어 그래도 즐거웠다.
내가 기억하는 종일님은 조직문화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우리는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종종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때마다 외부인인 나의 의견을 귀기울여 듣고 내부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프리랜서로 협업했던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클라이언트'이자 '동료'였다.
많은 고충과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전염성이 있었다. 나에게 바로고에서의 일은 종일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구분될 정도니까. 전은 고민에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냈다면, 그를 만난 후로는 내가 기여하는 긍정적인 조직의 미래를 생각하며 잠이 들곤 했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발견한 것은 그토록 희망적이었다. 결국 모든 좋은 조직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죠. 누군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제가 하는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로고에서 조직문화와 사내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일입니다. 이전에 제가 거쳤던 모든 회사가 전부 IT 업계였는데, 분야는 조금씩 달랐고요. 바로고는 저의 네 번째 회사예요.
저는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고민인지를 경영진과 오너에게 전달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모든 기업에서 조직문화와 사내 소통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겠지만 바로고에서는 조금 달라요. 회사가 정한 문화와 사측의 입장을 임직원에게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경영진에 전달하여 문화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죠.
한 마디로 ‘나비효과’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원의 작은 불만이 회사의 생사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례들이 실제로 있어요. 예를 들어 최근 모 의류 기업에서 성희롱 폭로가 터져 기업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직원의 어려움이 공론화가 안 되는 초기에 회사에서 먼저 알고 이를 해결했다면 그런 사태가 안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직원의 작은 고민이나 생각을 회사에서 먼저 들으려 하고 해결하려 나서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회사의 진정성을 직원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그게 곧 애사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 대한 오너십도 생길 수도 있고요. 결국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직전 회사인 야놀자에서는 IT 인프라를 담당했어요. ERP/그룹웨어/업무툴의 구축 및 운영 등 직원들이 일할 때 필요한 IT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지원했죠.
처음에는 경영 지원 부서의 총무팀 소속이었어요. 그런데 총무라는 업무 자체가 임직원의 모든 업무 환경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역할이잖아요.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을 대표님이 알아주셔서 총무보다 조금 더 깊게 직원들의 입장을 고민해야 하는 너나들이팀으로 옮기게 되었어요. 실제로 제가 이 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대표님이 “당신이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뭘 생각하고, 뭘 원하고, 뭐가 고민인지 나에게 전달해달라"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경영진 대신에 복지, 복리후생, 그리고 모든 사내 문화 전반에 대해 직원들 입장에서 고민하라는 롤을 부여받았죠.
가장 먼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어요.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에 따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와 같은 O2O 주문중개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잖아요? 저는 앞으로는 배달 대행의 중요성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가 속해있고 기여하는 회사의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면 애사심을 가질 수 없고, 일에 대한 동기도 떨어지는데 바로고의 올바른 기업철학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바로고는 공식적으로는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면서 ‘상생기업'이라고 생각해요. 너희 회사에서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소상공인과 라이더분들, 그리고 바로고가 ‘상생한다’는 기업의 철학이라고 답할 것 같아요. 대외적으로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대표님이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고, 직원들에게 항상 “라이더의 입장을 진심으로 고민하라”고 이야기하세요.
아무리 IT 플랫폼이지만 배달은 기계가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나 중요성을 간과하고 사람을 도구로만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기계가 아닌 사람들은 다 알아요. 바로고의 고객인 허브장과 라이더가 우리를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만족하는 이유 중 하나는 라이더, 허브장과 상생하는 진정성이거든요. 만약 그게 없어진다면 우리보다 라이더가 더 빨리 알 거예요.
기본적으로 상생을 위해 지역소상공인(가맹점)의 인건비 절감 및 소득향상을 위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고, 라이더들의 수입까지 보장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기업 모토인 ‘나눔의 씨앗’을 실천하기 위해 농아인협회와 농아인일자리창출을 추진했고, 소속기사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대형마켓, 프렌차이즈 업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고요.
대표님의 개인적인 상생활동이라고 하면, 허브나 라이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표님이 직접 찾아가세요. 조문이라던지, 라이더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 생겼다던지. 매스컴에 나오는 게 아닌데도요. 금전적으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도와주는 경우도 많고요. 또 본사 임직원분들의 경조사를 직접 챙기세요.
제가 오기 전에도 여러 복지 제도가 있었는데 혜택을 받는 대상들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도서 구입비 지원, 비타민 데이, 스파클링 데이 등을 포함해서 열댓개의 복지 제도가 있었는데 아는 사람은 전부 혜택을 받고, 모르는 사람은 받지 못했죠.
그래서 처음으로 했던 것이 임직원이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복지를 일원화하는 거였어요. 그게 모든 임직원이 동일하게 만족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와 사내카페 제도입니다.
이후 조직문화 담당자로 사내문화 캠페인인 바로시리즈라고 불리는 바로박스, 바로미션, 바로토크530, 바로게시판 등을 도입했고요.
바로박스: 임직원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익명건의함
바로미션: 매달 소소한 미션을 수행하는 캠페인 (텀블러 사용하기, 회의실 사용 전 예약하기 등)
바로토크530: 일주일에 한 번 5시 30분에 대표와 함께 30분 동안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
바로게시판: 바로고2.0의 진행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임직원을 위한 게시판
조직문화의 성과는 정량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성과 기준은 아무래도 임직원들의 반응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변화의 바람을 느끼고 있고,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고 기대된다"라던지, "누구나 필요하다고 느꼈던 문화적인 부분을 누군가 나서서 만들어간다는 것이 감사하다"같은 피드백을 들었는데, 이런 하나하나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노력에 대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집단지성의 중요성이에요. 사실 문화를 만들거나 바꾼다는 건 누군가 혼자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노력이 필요해요. 또, 새롭게 발견한 문제에 대해 구성원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어야 문화로서 적용될 수 있다는 걸 깊게 느꼈어요.
법이 있고, 규칙이 있고, 규범이 있잖아요. 해야 해서 하는 게 아닌 한 명 한 명이 사고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행해지는 행동 규범이 문화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혹은 사내문화 담당자가, 혹은 대표님이, ‘이게 문화야’라고 말하는 것이 문화가 아니라, 직원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것이 문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바로고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바로고에는 원래 사내 동호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 11월에 저와 현업의 몇몇 분들이 금요일에 시간을 만들어 10:10 축구를 한 적 있어요. 그 계기로 슬랙에 풋살 동호회 비공개 채널을 만들고, 25명 정도가 모여서 회사의 동호회를 최초로 설립하고자 추진하고 있거든요. 직원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회사에 없던 제도를 새롭게 만들려 하는 지금의 상황이 뜻깊어요. 일로서 문화를 만들려 하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달라요.
모든 HR 전문가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 같아요.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지는 사내 문화, 캠페인, 컨텐츠 만들기.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 같아요.
1. 재미 요소를 추가하여 흥미를 끌어야 한다.
2.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접근성). 요구 사항이 많거나 번거로우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귀찮아하거든요.
3. 참여 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나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저는 만약 애사심, 오너십이 없다면 아무리 위 세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도 참여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조건들 이전에 회사를 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회사에 대한 애정, 관심이 있으면 회사에서 뭔가를 할 때 재미가 없어도, 진입 장벽이 높아도, 베네핏이 없어도 참여할 것 같거든요. 결국 몰입을 시키려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해야 하죠.
그래서 회사를 위하는 마음을 어떻게 주냐고 되물어보시면 답하기 어렵죠. 그 답은 계속해서 찾고 있어요(웃음).
누군가가 혹은 사내문화 담당자가, 혹은 대표님이, ‘이게 문화야’라고 말하는 것이 문화가 아니라, 직원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것이 문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바로고가 그런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