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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동 Mar 21. 2018

미스터동의 베트남 여행기 1편

호치민 그 첫날의 대서막


여행 가라고 하지 마라.


어느 누가 떠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돈 없고 시간마저 없는 지금. 그것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자 벽이다.


당신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은 굴뚝같겠지.


그래서 미스터동은 당신을 조금이나마 위로도 할 겸 가로막힌 벽에 박차오를 수 있게 용기를 북돋고 싶다.




"선배는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자주 다녀요?"


한 후배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학과 사무실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 전자항공권을 프린트하는 것을 보고 말이다.


"그냥 가면 돼"라고 나는 간단히 답했다.


그러면 그 '그냥'은 무엇일까. 좋아. 우선 돈이 있어야 한다.


3월에 가는 [부산-베트남 호치민] 항공권을 24만 원에 결제했고, 호텔은 13만 원에 끊었다. 그리고 30만 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했으며, 7달러를 비상용으로 챙겼다.


오늘을 위해 작은 종잣돈으로 주식을 했고, 천국을 잠깐 맛볼 수 있다던 치킨도 조금 참았다.


그로써, 돈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실행에 옮기자


머릿속에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자니, 막막하다. 해야 할 것도 많고. 그런데 여행은 '논다'라고 생각되니,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 말고, '그냥' 쉽게 살면 안 될까. "알게 뭐야"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고, '해본다'와 '해봤다' 역시 다르다고 했다.


마음먹기를 굳게 한다면 가난한 우리도 여행의 문턱은 높지 않다.


저가 항공권과 숙박을 찾아주는 어플이 생겼고, 세계 어느 오지를 가더라도 구글맵만 있다면 두렵지 않게 됐다. 최근에는 통역어플까지 거의 완벽하다.


그러면, 베트남 호치민으로 떠나자.




출발


공항에 도착했다. 차가운 에어컨 공기와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가 순환하는 곳이다.


나는 여길 참 좋아한다. 여행의 출발과 종착역. 그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있는 곳이다. 그 누구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는 곳이다.

 

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이다.

김해 국제공항에 도착한 건 출국 2시간 전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수속을 밟기 위해 항공사 카운터에 길게 줄을 섰다. 나는 그 끝자락에 섰다.


힘 없이 축 처진 고양이의 꼬리처럼, 수속을 위한 사람들의 줄은 꼬부랑했다.




호치민으로 가는 항공권이 저렴한 대신, 나는 중국 광저우를 경유(trasfer)해야 했고, 항공사는 중국남방항공이다. 난생 처음으로 경유를 하는 항공편으로 나는 적지 않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앞사람에게 물었다. "중국남방항공사 줄 맞나요?" 혹시나 하는 실수(그러니깐 항공사 카운터를 잘못 알고 다른 곳에서 시간을 허비해 비행기를 못 타게 되는 상황을 떠올렸다). 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네. 맞아요" 어디론가 출장 가는 듯한 중년 남성이 퉁명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로 짧게 답했다.


한참동안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내 앞에 있는 줄 선 사람들을 보며 "어디로 갈까"라고 잠시 생각했다.


딸기 박스가 겹겹이 쌓인 캐리어, 커다랗고 까만 이민가방. 저 안엔 무엇이 들었을지 궁금하게 했다.


생각에 벗어난 시점. 한참 동안 줄은 줄어들지 않았는다고 느꼈다. 뭐 사실, '한참'이라고 표현한 건 내 심리적 상태일 것이다. 왜냐면, 내가 시계를 들여다본 횟수와 시간의 흐름은 정비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조금씩 앞으로 이동해, 큰 TV 앞에 섰다. TV에선 대북특사에 대한 보도가 한창이었다. 여느 때라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뉴스거리였다. 하지만 내겐 조국의 통일보다 항공사 수속이 어쩌면 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첫 난관을 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지 않겠는가.


참담한 현실이 나에겐 이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내 순서가 다가왔다. 남방항공 카운터였지만 그 자리엔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이 지키고 있었다. 중국남방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항공 얼라이언스가 아니지만 공동운항을 하고 있는 특이한 관계였다.


"호치민가기 전 광저우에서 경유하시는데, 광저우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구를 다시 알아보셔야 합니다" 카운터 직원이 친절하면서도 빠르게 말했다.


나는 그동안 경유를 많이 해봤고, 당연히 알고 있던 것처럼 호기롭게 답했다. "네~!" 처음 경유해보면서 말이다.


여행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 찍어서


호치민까지 가는데 중국 광저우를 경유하다 보니 항 티켓은 두장이었다.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직항이 더 좋은 건데 말이다.


그래, 진짜 출발탄이 울렸구나. 탕! 귓가에서 소리가 울렸다.


마중하는 이와 떠나는 이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긴장이 돼 있었다. 두근두근. 내 앞에 마주친 건 짐 검사와 출국심사대였다.


출국심사대가 최근엔 무인으로 많이 이뤄진다. 여권과 내 지문을 기계에 스캔하고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비추면 끝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사람이 심사해주는 곳에 줄을 선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무인시스템을 이용하면 더 빠르지만, 내가 굳이 심사관 앞에 서는 이유잘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라는 주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체공학적인 키보드와 마우스가 오래전에 나왔지만, 우린 기존 쿼티 키보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조화는 생화에 비해 저렴하면서 화려함이 영속적이지만, 우린 생화를 선호한다.


그게 인간이고, 나고 너다.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면세점 봉투를 들고 친구와 함께 재잘거리는 여자단체로 여행길에 나선 중년부부가  있었다. 어쩌면 나도 동행인이 있었으면 '저렇게 좋았을까'라고 생했다.



이럴 때면, 혼자 가는 여행에 후회를 해본다. 나도 동행자가 있었다면, 훨씬 더 유쾌한 여행길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따분함을 이기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바나나맛 우유에 빨간 빨대를 내리꽂았다. 빨대는 보기 좋게 우유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라앉은 기분이 조금 상승했다.


재작년 대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새벽 비행기를 탔었다. 잠이 미치도록 와 머리가 어질어질했 그때, 앞자리 한 여성이 마시던 바나나맛 우유 한 모금이 날 미치도록 애태웠다. 그리곤 다짐했다. '다음에 비행기를 타게 되면, 반드시 바나나맛 우유를 사서 마시리...'



 김해 국제공항엔 내가 임의대로 '내 자리'라고 선정해놓은 곳이 있다. 이륙장이 한눈에 보이는 설빙 매장의 끝부분이다. 하지만 오늘은 시간에 쫓겨 '내 자리'를 앉지 못한 채 아쉬움만 머금었다. 쩝.


자! 이제 비행기를 타자. 먼저 중국 광저우로 간다.


'중국'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탑승구 창 너머로 보이는 중국남방항공사의 비행기가 유난히 낡아 보였다. 그렇다고 불신하거나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내가 믿지 못한다고 한들 어찌할 방도가 없기에.


창가석에 앉았다. 손을 흔들어주는 공항 관계자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창문에 상처가 많다. 안개 낀 공항이다.
급회전하는 우리 비행기. 김해시 위로 날 고 있다.

비행기는 힘차게 이륙했다. 붕!~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비행기가 이륙할 때, 서서히 속도를 올리지 않고, 왜 갑자기 속도를 박차고 나가는 걸까.

 


김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비행기가 땅에서 떨어지자마자 급회전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분명 군인 출신 기장일테야'라고 내 수첩에 적었다.


매번 국적기만을 타다가 외항사를 타보니, 제일 색다른 것은 '인사'였다. 그동안 승무원에게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와 같은 한국말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인사를 받았다.


"Can I get 오렌지 쥬스?" 승무원이 다가오자 내가 말했다. '흠... 먼가 유창했어..' 혼자서 만족했다.


달달한 오렌지 쥬스가 목구멍에서 식도까지 천천히 넘어갔다. 고량주를 삼켰을 때처럼 내 몸 장기 하나하나 적셔가는 듯 말이다.


목을 축였다면, 이젠 위를 든든하게 할 시간이다. 비행의 꽃. 여행의 하이라이트. 바로 기내식 타임이다.


책은 읽는 용도가 아니라, 악세사리다.
후식까지 든든하게 넣었다.

양념된 돼지고기에서 중국식 향이 코 속을 파고든다. 구워진 당근은 부드럽게 씹힌다. 밥은 따끈한 정도를 넘어 뜨거웠다.


뭐 맛있었다는 얘기다.


오른손엔 포크를 왼손엔 숟가락을 들고 싹 긁어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비행기 안에서 바나나 나무를 키우나?" 무척이나 신선했다.


구름 위를 날고 있을 땐, 환상적이다. 인간이 구름 위에 있다니.


창문을 넘어 밖을 보았는데, 구름은 정적이라는 바다에 있듯 제자리에 묶여있었고 오로지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 소음만이 그 정체를 깨뜨릴 뿐이었다.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오른 지 1 시간하고 30분 만이었다.


수첩을 꺼내 지금 이 기분과 감정을 글로 묶어둘 때, 승무원은 빈 기내식 그릇을 가져갔다. 멈춰있는 구름 위에 비행기 소음처럼.


비행기 창문 넘어 밖을 다시 쳐다봤다. 작은 마을과 모세혈관과 같이 그 작은 마을과 얽혀있는 도로가 보였다. '저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액세서리로 쓰던 책을 꺼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세계적 베스트셀러 '노르웨이 숲'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하루키 작가를 다시 찾았다.


역시는 역시였다. 문장 하나하나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섬세한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 뭐지... 벌써?' 승무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비행기 창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자! 내리자.


비행기가 멈추면, 일어나주세요. 셰셰!
여행의 가장 큰 설렘은 '탑승교'부터... 아 내리는 거니깐 하차교인가?

중국 광저우에 도착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부산 어느 아파트에 있던 내가, 지금은 중국 남방지역에 왔다. 구름 위에 둥실 떠 있던 것만 같았는데 수천 km를 달려온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우리는 '공간 이동'이라는 개념보다는 '시간 이동'의 개념을 경험하고 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곳에 당도하는 지금. 시간이 공간을 옮기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 'Transfer'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찾아갔다.


짐 검사와 간단한 환승 수속(?)을 마친 뒤, 본격적인 광저우 공항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짐검사를 마친 뒤, 처음 눈에 들어온 광저우 공항 탑승구

'앞으로 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호기롭게 생각했다. 그까짓 뭐.


공항 면세점을 구경하고 비행기 이착륙도 보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가겠지.


아니 그럴 일은 없었다. 시간은 안 갔다. 거지같이 말이다.


길쭉하다. 커피집도 보인다.
중국 면세점에선 살게 없었다. 비쌌다.

이제 뭐하지.


무엇을 하겠나. 그냥 사진이나 몇 장 더 찍자.


깨끗한 광저우 공항


공항 구경에 나섰다. 다양한 탑승구를 살펴봤다.


'저건 시드니를 가고, 저건 뉴욕을 가네', '이건 싱가포르를 가는구나!'


그러던 사이, 수줍은 듯 벽 안으로 숨어있던 익숙한 'M'이 보였다.


'아니 저건!!!'


바로 맥도날드였다.


광저우 공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음식점이다.

맥도날드 앞에 섰다. 음... 어떤 게 맛있을까.


점원이 잠깐 자리 비웠을 때, 후다닥 찍었다.

어떤 것을 먹으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땐, 메뉴 제일 앞에 있는 것을 고르면 좋다.


"Can I pay in US dollars?" 내가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미국 달러로 계산은 가능하나, 잔돈은 받을 수가 없다고 내게 설명했다. 내가 답했다. "No problem"


공항 환전소에서 중국 위안화로 환전하려면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차라리 잔돈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미국 달러로 지불하는 편이 낫다.


엄청난 크기의 밀크티를 함께 받았다.

늦은 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빠져나오는 공기는 시원하지만 약간은 기분 나쁘게 차갑다. 그 공기 같은 냉기가 광저우 공항 전체를 빙빙 돌고 있었다.


온기라고는 강바닥을 긁어 만든 흙탕물같이 생긴 버블티만이 온전히 머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조금 지쳐있었다. 지금까지 크게 어려운 건 없었지만 난생처음 혼자 타국에서 '경유'라는 것을 해봤고, 그 과정에서 적잖이 긴장했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광활한 시멘트 바닥에 연신 내리고 올라가는 비행기 밑에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잘 보이는 곳을 찾아 앉았다.
내 비행기는 언제 뜰까.



제2의 출발



큰일 날 뻔했네


여유롭다고 생각했던 탓일까.


베트남 호치민으로 향하는 비행기 탑승구에 맨 나중에 도착했다. 당황은 하지 않았지만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은 감출 수 없었다.


면세점에 진열된 비행기 모형을 두고 살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a380 모형이 내 마음을 훔쳤다.
한국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호치민까지 나와 함께 갈 비행기다.
비행기를 올라타기 전, 주기장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스타벅스 커피를 드시던 기장님의 모습에 친근함이 갔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천천히 살펴봤다.


'한국인이 아무도 없나?' 나는 생각했다.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생김새나 옷차림이 한국인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었다.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 많이 없는 여행지를 꿈꿔왔지만 정작 한국인이 아무도 안보이자 내심 불안했다.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에 갔을 땐, 서울 명동이나 부산 서면에 와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국적인 느낌을 크게 받지 못해 뭇 내 아쉬웠었다. 하지만 이 공간에 나 말곤 한국인이 없다고 생각하니, 외톨이가 된 것만 같았다.


난 수첩을 펴고 이렇게 적었다.


계속해서 내가 정확한 비행기를 탔는지 의심이 간다. 심지어 비행기가 하늘에 떴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국남방항공사의 좌석 간격은 만족스러웠다.
길게 늘어선 비행기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땅을 박차고 오르던 그때, 창밖을 바라봤다.

우리 비행기는 빈 좌석 없이 승객을 꽉 채운 채 상공에 떠났다.


비행기 좌석을 차지한 이들은 왜 떠나는 것일까? 저들도 마찬가지겠지. 홀로 탄 외국인인 내가 어디에 가는지, 왜 가는지 궁금할 게다.


나는 또 하나의 뇌신경이 생기는 듯했다. 내가 지금 여길 와보지 못했더라면, 여긴 지구라고 알고 있던 그림 속에만 있는 어느 도시였을 거다. 이제는 그 그림 속 점으로 찍힌 도시가 살아있음을 존재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해의 자취가 완전히 감추면서, 우주의 색과 지구의 색은 같게 됐다. 우주와 지구의 어느 경계쯤 위치하고 있던 내가 목도했다.  


요플레는 한국으로 정식수입을 고려해볼만큼 맛있었다.
비행기에도 밤이 찾아왔다.

"띵띵"


안전벨트 사인이 재차 들어왔다. 우리 비행기가 베트남 호치민에 다 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무심코 내다본 비행기의 아래엔 금빛 도시가 있었다. 아름다웠다.


금빛 말고 다른 색을 거부한 도시 같았다.
홍콩의 야경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호치민이었다.


호치민 상공에서.


아직까진 걱정이다.


네이버에 '베트남 호치민'을 검색하면, '택시 바가지요금'에 대한 주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난 그 바가지요금 앞에 마주한 것이다.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한 뒤, 스마트폰 유심칩과 환전을 동시에 했다. 그리고 공항에 나오니 수많은 호객꾼을 맞닥뜨렸다. 그들에게 대꾸할 시간도 없었다. 아니, 사실은 돈이라도 뺏길까 봐 시빗거리조차 주지 않았다.


중국 광저우 공항에서 미리 알아본 베트남 택시회사를 찾았다. 초록색 마이린 택시.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택시기사에게 호텔 위치를 보여줬다. 택시는 나를 태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아차차. 택시를 타고나서 깨달았다.


덥다


여기가 동남아시아라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신-짜오 ('안녕하세요'라는 베트남어)


미터기에 돈이 숙-숙- 올라간다. 하지만 싸다.
여기도 새벽엔 총알택시다.

엄청난 기계음과 베이스 소리. 사방에서 날뛰는 레이저.


그 사이로 내가 탄 택시가 멈춰 섰다.


슬램가 같은 모습에 '제발 여기만큼은 아니길...'이라고 빌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택시비를 줬다.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화폐단위가 커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베트남은 우리나보다 훨씬 크다. 우리나라 500원이 여기선 10.000동이다.


호텔방에 TV를 켜니 우리나라 가수가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자자.


'아참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지?' 내가 고민했다.


눈 떠지면. 난 결론짓고 하얀 이불을 눈 위까지 덮었다.


까슬까슬하니 좋았다.


tvN 에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나온다.

띠띠! 뛰이이이이- 빠아앙.


오토바이 경적소리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뭐지?"




1편 끝. 2편에서 계속.




YOU CAN CHANG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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