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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동 Apr 03. 2018

미스터동의 베트남 여행기 2편

호치민

[지난 1편 이야기]


새벽에 힘겹게 도착한 호치민의 한 호텔. 그리고 엄청난 오토바이 소리에 침대서 일어났다.


이제 호치민 여행이 시작된 거다.





매캐한 매연냄새


눈을 떴다. 나는 하얀 이불을 반쯤만 덮고 있었고 안대는 제 목적을 잃고 내 이마만을 덮고 있었다. 천장에 노란 전등 빛은 여과 없이 내 뜬 눈 속으로 내리꽂았다.


'지금 몇 시쯤 됐지?'


어제 오전 3시가 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늦게 잤으니 해는 이미 중천에 자리를 잡았겠노라 짐작했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한국에서 미리 준비했던 새 반팔 셔츠와 샌들을 신었다. 새 옷의 빳빳한 질감이 느껴졌다.


호텔 방문을 열고 나면, 어떤 장면이 펼쳐져 있을까. 어제의 긴장은 오늘의 설렘으로, 가슴의 두근거림은 그렇게 바뀌어있었다.


베트남 1일차. 내가 처음 마주한 건 윗통 벗은 아저씨였다.


"꼬끼-오" 호텔 복도 창문 넘어있던 닭이 내가 나오는 소리에 맞춰 힘껏 외쳤다.




호텔 로비 현관을 열었다.


커다란 입을 가진 사내가 제 몸속 장기안에 있던 뜨거운 공기를 모두 끌어모아 내 얼굴에 내뿜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군"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낮에는 평화스럽지만 밤엔 여기가 향락의 지옥이자 천국이다.
위에 사진 반대쪽 거리이다.


왜 이렇게 배가 고플까


미치도록 배가 고픈 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의 즐거움에는 맛있는 음식이 절반을 차지한다' 맛집을 찾아야 했지만 베트남 호치민에는 어제 막 도착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곤 '여긴 덥다'밖에 없었다.


그러면,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보면 되지 않겠나.


애석하게도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거에 나와있는 맛집을 찾아갔다간 한국인만 있는 음식점에 당도할 것이다. 정작 현지인들은 잘 모르고 곳이기도 하고.


나는 진짜 '로컬 식당'을 가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가장 좋고 맛있으며 화려한 곳, 그곳도 좋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이 나라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싶었다. 천천히 그들 삶에 녹아내리기만을 기대했다.


특히, 앞으로 베트남 호치민에서만 일주일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난 로컬 식당을 찾았다.


'정신이 없다'라고 계속 생각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로컬 식당을 찾는 법은 간단하다. 걷다 보면 괜스레 내 마음에 들거나 또는 현지인이 많은 곳이다.


나는 그래서 무작정 걸어야 했다.


한편, 매캐한 매연냄새가 내 얇은 콧속 점막을 계속 두드렸다.


'마스크를 써야 하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우선, 배가 고프니 적당한(그러니깐 금액이 친절히 나와있으면서도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또 그러면서도 베트남 현지 음식이면 더 좋은) 음식점을 찾아야 했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점렴했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적당한' 음식점으로 '반미' 음식점을 찾아냈다.


기웃거려보니,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큼지막한 반미를 한 움큼 집어삼키고 있었다.


반미는 베트남식 샌드위치로, 베트남 길거리에서 노점이나 가판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바게트 빵을 반으로 잘라 각자 기호에 맞게 고기와 채소를 넣어 먹는데 저렴하고 맛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미 음식점이 많이 늘어났다.


메뉴판을 열심히 봤지만 뭔지 몰랐다.


나는 제일 맛있어 보이는 반미 하나와 블랙커피 한 잔을 시켰다. 한국 돈으로 대략 2000원이 나왔다. 저렴한 물가에 놀랐다.


'정말 싼데 과연 어떤 맛일까.' 살짝 의문을 품었다.


아! 그리고 나는 현지 음식 그대로 느끼고 싶어 베트남 특유의 향을 가진 '고수'를 빼 달라고 하지 않았다. 고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미를 먹었을 때, 고수의 향은 '썬크림' 맛이었다. 화장품 특유의 향을 씹어 먹는 듯했다.


백화점 1층에 들어섰을 때, 코를 찌르는 그 화장품 특유의 향 말이다.


여기는 이상하게 자리를 마주보고 있지 않게 배치했다.
주문한 음식을 받았다.


나는 반미를 손에 집어 들었다. 따뜻한 온도가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살짝은 딱딱해 '바삭하겠다'라고 생각했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우아앙!'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부드러웠다. 불고기처럼 다져놓은 고기와 매콤한 소스가 내 혀를 자극했다. 그리고 코로 숨을 내뿜으니 고수의 향이 내 머릿속을 울렸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를 떠올리니 군침이 돈다.


한국에선 화장품 냄새 같았던 고수가 이 곳 베트남에선 향긋하게 느껴졌다.


위에 사진이랑 엄연히 다르다. 사진 각도가


바게트 빵가루가 내 입안 여기저기 다닥 붙었다. 매콤한 소스에 당해버린 내 혀도 구제해야 했다.


창문도 없는 방에 형광등이 갑자기 꺼졌을 때, 그 어두움과 같은 색을 지닌 블랙커피를 빨대로 쭉 빨아 댕겼다.



신세계다.


두 모금을 먹는 동안 내 눈썹은 연신 파도쳤다.


지금껏 먹어본 커피 중에 가장 진한 맛이었다. 커피가 지닌 색만큼 까만 맛이었다.


커피가루를 들이부어 만든 진한 커피가 아닌 커피 향만 따로 뽑아낸 듯한 맛이다. 그러다 보니 가벼우면서도 진하게 느껴지는데, 커피 강국다웠다.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다.


한국에서 차던 시계를 현지 시간으로 조정했다.
길을 나섰다. 오토바이가 내다 지르는 교차로


베트남 첫째 날, 오늘 할 일은 무엇인가.


방랑한 나그네와 같이. 그리고 투명한 물통에 빠져버린 한 방울 잉크같이, 저들 삶 속에 들어가라면 몇 가지 수칙을 따라야 한다.


1. 네이버 블로그는 참고만 할 것.
2. 구글맵은 최단거리를 보여주는 지도 앱일 뿐.
3. 발길이 가고 눈길 가는 곳이 내 행선지일 것.


오늘은 앞으로 남은 일주일간 여행을 위해 호치민 거리를 온전히 내 머릿속에 넣기로 했다.


무작정 걸어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둘째 날부터 구글맵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신공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난 이날 27km를 넘게 걸어 다녔다. 나도 내가 이렇게 많이 돌아다닌 지는 한국에 와서 알 수 있었다.





오토바이


첫 번째, 난관. 호찌민 횡단보도를 건너기에 도전했다.


일전에 누군가 내게 그랬다.  "여기선 옆을 돌아보면 안 돼. 앞만 보고 걸어야 안전해"


나는 횡당보도 앞에 섰고 곧바로 오른쪽 다리를 아스팔트에 얹으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앞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 대열을 쳐다볼 때마다 그 다음 달려오는 오토바이는 더 세차게 달려왔다.


'황소의 척추와 엉덩이에 긴 창을 내리꽂고는 그 황소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본 스페인 투우사는 어떤 기분일까'


한껏 음량을 올린 경적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바이 대열을 보고 있는 내 심정과 스페인 투우사 심정은 같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살았다는 기념으로 한 장 찍었다.


프랑스 식민정치를 받았던 호치민에는 프랑스 양식의 건축물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그리고 1층 상가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인도를 점령한 채 테이블이 놓여져 있다. 마치 파리 라인강 유역을 따라 늘어선 카페처럼.


그래서 어느 인터넷 정보글에서는 호치민을 동양의 프랑스라고 비유했다.


물론, 그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마치 부산 감천 벽화마을을 동양의 마추픽추니,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떠들어대는 것처럼.




장렬한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아스팔트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매서운 오토바이 경적소리는 그 어느 소리의 빈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빠아앙~빵빵'


미니소가 보인다.
버스가 보이길래 찍어봤다.
주유소의 풍경은 우리와 비슷하다.


"Can u take a picture of me?" 내가 길가 모퉁이에 퍼질러 앉은 서양인 부부에게 물었다.


그들은 흔쾌히 좋다고 답해줬다.


그들 중 한 명은 방금 막 동화 속에서 나온듯한 거구의 할머니였고 그 옆엔 자글자글한 주름이 이마에서부터 목까지 빠짐없이 자리 잡은 백인 할아버지였다.


할머니는 무릎이 아프셨는지 자리에 일어나시진 않았고, 내가 쥐어준 카메라를 손에 쥐고는 그대로 앉은 상태에서 셔터를 눌렀다.


대충 찍은 듯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나는 수확할 수 있었다.


"perfect!" 내가 말했다. 그러자, 노부부는 입꼬리를 단번에 귀에 내걸었다. 참으로 감사한 분들이었다.


 

클래식카가 참으로 멋난다.
발길이 처음 닿은 관광지다.

직진. 또 직진을 하다가 우회전을 했다. 도심 속 작은 녹지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었고 인도 연석에 걸터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이 호치민 박물관이었다.


호치민 박물관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가 봤다. 1, 층으로 나눠진 호치민 박물관에는 눈 씻고 봐도 신기한 유물이나 전시품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예비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베트남 전쟁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프랑스식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왜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까.

호치민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햇살은 여전히 강렬하다. 마치 핀 조명을 쏘는 것처럼.


가슴팍에 꽂아놨던 선글라스를 급히 빼들었다. 눈이 한결 편안해졌다.




배려와 영업 사이


호치민 박물관에 나와 길을 건너려고 했더니, 양쪽 어깨에 코코넛 열매를 잔뜩 맨 아저씨가 다가왔다. 99.9% 코코넛 열매 판매상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아무리 호객행위를 해도 나는 코코넛 열매를 절대 안 사 먹을 거야. 저리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그 판매상은 내게 코코넛 열매를 건네지 않았다. 단지,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현지인으로서 내 앞을 지나는 오토바이에 '길막'만 해줬다. 내가 길을 건너기 쉽도록. 그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쳐다보니, 그저 미소만 띨 뿐이었다. 오히려 잘가라고 손도 흔들었다.


'아니... 왜 호객행위를 하지 않지?' 나는 고민됐다. 아니, 사실 고마워졌다. 호치민 박물관까지 걸어오기까지 수많은 횡단보도를 지나쳐오면서 이젠 오토바이 행렬이 무섭지 않게 느껴졌다. 길을 건너는 타이밍을 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코코넛 열매 판매상의 배려. 사실 영업이겠지만 상당히 고맙게 느껴졌다.


좋다! 코코넛 열매를 하나 달라고 했다.


나는 코코넛 열매를 먹으며 그 판매상의 '차별점'을 생각했다.


오토바이 뒤에 코코넛 열매를 매달고 지나가다, 나를 휙 쳐다보고는 오토바이 경적을 두 번 울리며 흘깃 쳐다보는 여느 영업상과는 달랐다.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코코넛 열매가 얼마냐고 물어봤을 때, 시중보다 많이 비싸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기꺼이 지불했다. 그 판매상은 나에게 코코넛 열매만을 판매한 것은 아니었기에.


맛은 딱히...

나무 그늘은 언제나 반갑다.



걸어서 걸어서


어쩌다 걷다 보니, 호치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통일궁'에 도착했다. 실제로 베트남 대통령과 부대통령이 생활하던 곳이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 말이다.


통일궁 매표소이다.
가로 막혔다.


통일궁 앞에서 근엄하게 지키고 있던 경찰이 보였다. 통일궁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내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무뚝뚝한 표정을 살짝 풀고는 "지금은 못 들어가고 1시에 오픈합니다"라고 말했다. 덩치에 비해 목소리는 상당히 얇은 경찰이었다.


그가 말한 시간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우선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몸을 획돌려 출입구 위치를 물어봤다.


통일궁 출입구를 확인한 나는 근처 카페에 갔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한국에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도 처리했다.


조금 남짓의 관광객


베트남 커피는 정말 진하다.


통일궁 개장 10분 전, 나는 미리 도착해 출입구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내 옆에 백인 남녀가 나란히 앉았다.


그들에게 사진 좀 찍어줄 것을 부탁했고, 사진을 찍은 이후 그냥 줄곧 말없이 앉아있었다. 우리 모두 더위에 지친 듯했다.


잠시 후, 통일궁의 문이 열렸다. 통일궁을 설명해주는 오디오를 빌렸다. 다행히 한국어 서비스도 한다길래 망설임 없이 빌렸다. 알고 나면 더 재미난 게 유적지이니 말이다.


UN에서 방청객들이 한쪽에만 이어폰을 꼽고 있는 것마냥 나도 한쪽에만 이어폰을 꽂은 채 통일궁을 둘러봤다.


멋있긴 했다.
회의실
한국어로 설명해준다.


안내책자를 살펴보니, 통일궁에는 지하벙커가 있다고 한다.


지하벙커는 영화 속에서만 봤는데 실제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실제로 베트남 대통령이 사용하던 지하벙커는 어떨까.


지쳐있던 심장에 다시금 에너지가 솟아올랐다.




2편 끝. 3편에서 계속.




YOU CAN CHANGE ANYTHING.

COPYRIGHT. 미스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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