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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동 Jun 08. 2018

미스터동의 베트남 여행기 6편

호치민

[지난 5편 이야기]


베트남 기념품으로 유화(painting)를 구매하기로 한 미스터동.


점원과 치열한 흥정 게임을 들어가기 전에 전략을 다듬는다.


'안사고 나오는 척'하여 가격을 끌어내리는 수단 외 한 가지 방법을 더 쓰고자 한다.



지금 당장 살게!


가격을 흥정할 때, 우리는 지나치게 '가격'에 매몰되곤 한다. 


뭐- 흥정의 전부가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우리가 '무조건 싸게 더- 싸게'를 외치는 건,  '난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으니, 넌 더 이상 가격을 낮출 필요 없어'라고 점원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약간의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덤'을 기대해보자. 


5000원짜리 물건이라면, 6000원을 준다고 하자. 그리곤, 작은 물건을 덤으로 달라고 해보라. 그럼 반드시 점원은 '안된다'고 할 것이다. 하하. 예상했던 바다.


그럴 땐, 'If you give me 6천 원 for two, I'll buy it right now! Really!'라고 말해보자. 아마 대개의 경우 성공하리라.


숙소에 있는 루프톱


시끄러운 여행자 거리에서 그 가겐 참 조용했다. 까만 흑돌이 점령한 바둑판에 마지막 하나 남은 백돌과 같았다.


2-3평 남짓한 가게엔 부처의 얼굴 그림이 벽면에 걸려있었다. 대략 초등학교 3학년 정도 크기의 거대한 그림으로 내 눈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나는 얼굴 턱을 만지며 미간을 찌푸린 채 그림에 다가섰다. 점원은 가게 전등을 켜줬다. '탁'.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원은 영어를 곧잘 했다. 나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점원은 여기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었다고 했다.


쉽게 말해 '먹고살려다 보니-'였다. 24살이라던 점원은 매우 세련된 여성이었다. 


짙은 청바지에 까만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는 동글동글한 눈에 더욱 동글동글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와 15분쯤 대화했을까.


나는 거대한 불상의 얼굴 그림과 베트남 풍경화를 손에 쥐고 숙소로 돌아왔었다. 한껏 미소를 지은 채.


베트남의 밤은 낮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루프탑에선 파티가 한창이다.


띠리링! 띠리리리링!


내 휴대폰 알람이 방 전체에 퍼져나갔다. 베트남 호치민이 들썩거릴 만큼. 나는 순식간에 손을 뻗어 알람을 정지시켰다.


'순식간'에 알림이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이미 깨어있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이등병 때, 스피커에서 나팔소리가 나오기 전, '치이----'하는 소리로 눈을 뜨는 것처럼.


나는 곧바로 침대 머릿 부분에 기대앉았다. 하얀색 아날로그시계가 보였다. 시침과 분침은 숫자 6에 올려져 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바닥엔 슬리퍼가 있었지만 나는 그냥 맨발로 화장실에 갔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그대로 느껴졌다.


샤워를 하는 가운데 난 생각했다. '내가 참 꼼꼼하게도 했구나'


혹시나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잘 까 봐, 하나 더 맞춰놓은 알람이 침대 쪽에서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밤의 향락은 햇빛을 무서워하는게 분명하다. 싹 사라졌다.


나는 꽃무늬 반팔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출발이었다.


나는 입꼬리를 잔뜩 올렸다. 그리고 1층 립센션 직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Good morning!"


데스크에 있던 직원 2명이 내 키를 받으며, 화답해줬다. "Good morning sir"


문 앞에 앉아있던 직원 1명은 통유리로 된 문을 기꺼이 열어줬다. 그의 친절에 저절로 허리가 숙여졌다. "깜 언-!(감사합니다)" 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비릿한 냄새가 내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술을 토했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어젯밤 이곳 여행자 거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게 완벽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오늘의 신호등에 초록불이 활짝 들어온 것이다.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만남-메콩강에서


오늘 내가 알람을 맞춘 이유. 메콩강 현지 투어를 하는 날이다.


베트남까지 왔는데 메콩강을 보지 않는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6개국을 지나며 흐르는 강인 메콩강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다. 특히, 농업이 중요시되는 국가를 지나는 만큼 메콩강의 소중함은 동남아시아에서 매우 크다고 한다. 그래서 메콩강을 젖줄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이에 난 그 강의 맨살을 직접 만져보기로 했다. 


메콩강을 가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현지 투어를 선택했다. 현지 투어는 쉽게 말해 '짧은 패키지' 투어인데, 가이드와 교통수단 그리고 먹거리까지 챙겨주니 외로운 자유여행 가운데 오아시스라 할 수 있다.


보통 개인적으로 가기 힘든 관광지일 경우에 현지 투어를 많이 한다. 현지 투어를 잘 이용하면 더 풍족한 여행의 스케치를 완성할 수 있다. 


여기에 나처럼 현지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하면, 한국 여행사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관광을 할 수 있다. 다만, 가이드가 영어로만 진행한다는 점이 조금 걸리지만.


체크인과 티켓 카운터


나는 어제 예약해뒀던 '신투어 리스트'라는 여행사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여행사였다.


나는 미지근한 아침 공기를 파헤치고 여행사 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내 안경에 습기로 가득 찼다.  


서둘러 안경을 벗어재끼니, 참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자 초상권을 위해 흑백처리 하였습니다. 여행사 내부에서.


현지에서 예약해야 하는 투어인 만큼 젊은 사람이 많은 줄 알았다. 아무래도 정보 검색에 능숙하고, 영어에 익숙하니 말이다.


그런데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른분들이 꽤나 많았다. '내 착각이었네...'


난 카운터에 가서 오늘 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선 내게 버스 좌석번호가 적힌 티켓과 물을 챙겨줬다. 아쉽게도 물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쩝. 


나는 혹여나 물과 버스 티켓을 잃어버릴까 손에 꽉 쥐고는 여행사 한쪽 구석에 앉았다.


대부분 친구나 가족들끼리 온 사람들 속에 내가 있자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학교 수업시간 중에 내 휴대폰 알람이 갑자기 울렸을 때. 바로 그 심정이었다.


그때였다.


"Let's start the Mekong River Tour. Follow me!" 통통하고 까무잡잡한 아저씨가 여행사 출구 앞에서 소리쳤다.


가방을 맨 가이드님을 따라 가고 있다. 버스 타러 간다.


나는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갔다.


방금 소리친 아저씨. 그러니깐 가이드에게 내 버스 좌석표를 보여주며 "나 부른 거 맞죠?"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이드는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였다.


그제야 나는 안심한 채 버스 타러 가는 긴 행렬 속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버스 내부에 한글이 보인다.


중고차로 보이는 버스에 올라탔다. 중고버스라도 한국의 현대 버스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다니는 호치민 시내버스와 달리 에어컨이 빵빵하다. 고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새겼다.


어느 여행지에서 한 여행객에게 들었다. 자동차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별로 없다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단순해 보이는 자동차지만, 고도의 기술 집약체다. 엔진만 잘 만들면 뭐하나 타이어도 잘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차체도, 의자도, 전조등도 잘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 완성품 하나를 만드는데 5000여 가지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을 보고 그 나라 산업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대한민국 만세!



버스 좌석표엔 비행기 티켓처럼 지정좌석 번호가 적혀있었다.


의자 위 번호를 보니, 내 좌석은 버스 맨 끝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갈 때, 소위 잘 나가는 학생만 탄다는 자리 말이다. 조금 위험하지만 시야가 확 튀여서 좋았다.


'치히-' 버스 앞문이 닫혔다. 이윽고 버스 창밖 풍경이 내 머리 뒤로 움직여 갔다.


어디론가 향하는 건 참으로 설렌다. 그게 사람이든 장소든.


메콩강까지 가는 내내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내 오른쪽으론 이삼십대로 보이는 남성분이 앉아 있었다. 갈색 피부에 짧은 머리카락. 그리고 까만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힙색을 메고 있는 걸 보니 영락없이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내 왼쪽엔 일본인 여성 두 분이 앉았다. 일본인 여성 두 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툭 떨구더니, 버스가 멈출 때까지 일어나질 않았다. 나는 그저 그들이 들고 있는 책이 일본어로 돼 있어, 그들이 일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4명이서 맨 끝 자리를 앉게 됐다.



사진은 unplash.com에서 다운받음.



유럽 안 가고, 왜 여길 왔어요?


안녕하세요


내가 오른쪽 남성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한국인이셨어요?!"라고 말했다. 커진 눈동자를 보니 진짜 놀랬던 것 같았다.


"혼자 여행 오셨습니까" 나는 여행사로부터 받은 물과 물티슈를 앞자리 수납공간에 놓으며 말했다. 무심했지만 자연스러웠다.


"와- 여기서 혼자 온 한국인을 만나기 힘든데 반가워요-!"라고 그가 반가워했다.


나는 단번에 그가 서울 사람임을 알아챘다. 말투에서 서울 딱지가 보였다. 부산 사람인 내겐 서울 냄새가 훨씬 잘 느껴진다.


그와 인사를 나누니 버스 안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퍽퍽할 줄 알았던 단팥방을 베어 무니, 생크림도 함께 있던 것처럼.


메콩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역주행중인 오토바이. 익살스럽다.


그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막 마치고 동남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첫 번째 도시로 호치민을 선택했다고.


그런데 원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단다.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하고 무작정 배낭을 메고 튀어나왔단다. 그의 도전정신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우와-'


난 그에게 물었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나면 유럽을 많이 가던데, 왜 동남아시아로 왔어요?"


"유럽 여행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아요" 


"하긴, 그 말 맞죠. 여기도 볼게 많잖아요"


그러자 그는 "유럽여행과 비교해서, 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방문할 수 있고요. 특히나 풍족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죠. 그리고 전 왠지 여길 오고 싶더라고요"라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했다. 아직 난 유럽을 가보진 않았지만 동남아시아 여행이 유럽 여행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이곳에 얽혀있고, 순박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동네다.


메콩강 하늘이 청명하다.


호치민 시내에서 메콩강이 다다를 때까지 가이드는 버스 맨 앞에서 연신 떠들고 있었다. 처음엔 집중해서 들었지만 옆자리 형하고 (남자를 형이라 부르기로 했다) 얘기하느라 많은 내용을 놓쳤다.


그래도 얼핏 들으니 가이드는 중간중간 재밌는 얘기와 메콩강에 대해 설명해줬다. 


"여러분. 그 많은 베트남 오토바이가 어디 있을까요?" 가이드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버스 주위를 감싸고 있던 오토바이 군락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땅 속으로 꺼진 듯.


가이드는 곧바로 말했다. 아주 당당하고 호기롭게. "지금! 우리는 고속도로 위에 있습니닷!"


음. 당연한 얘기 아닌가. '고속도로에선 당연히 오토바이가 달리지 못하잖아!' 그런데 그땐 마치 몰랐던 사실을 들은 것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냈다. "아~-~"


여행은 뭐든지 신기하게 만드는 묘약이 있다.




메콩강에 도착했다. 배를 타러 가는 길이다.



바람 노래


버스에서 내리니 머리 위 태양은 그야말로 장렬하게 그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열심히 비빈 손바닥을 내 얼굴 위에 얹은 듯했다. 정말 답답한 더위였다. 혹서기 훈련 중 A형 텐트에 내가 갇힌 것 같았다.


선글라스를 하고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가니 커다란 배가 보였다. 


배를 탈 때, 친절히 손을 잡아준다.


'달..달달..다다달...' 배 시동소리가 우리의 탑승을 환영했다.


배에 달린 지붕 밑으로 들어오니 조금이나마 하얀 태양빛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셔츠 오른쪽 포켓에 꽂혀있던 만년필을 빼들었다. 그리고 수첩에다 4글자를 적었다.


'매.우.더.움'


Hello!
색은 갈색이지만 사실 깨끗한 물이다.


Welcome to the Mekong river


가이드가 배에 설치된 마이크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배에 탄 대부분이 박수를 쳤다. 나 역시.


탈탈거리는 뱃소리와 달리 우리 배는 메콩강 가운데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질렀다.


쏟아붓고 있던 태양의 열기는 강바람 앞에서 맥을 못 썼다.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빠르게 휘감아 지나갔다. 바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평화롭다'는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을 열심히 설명하고 계신다.


10분쯤 배를 탔을까. 작은 섬에 내리게 됐다. 


이제 보니 여행사에서 여행객을 두 집단으로 나눴는데, 한국-일본-서양사람을 한 팀 그리고 중국인 한 팀이었다. 점심밥을 먹을 때, 들어보니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들렸다. 중국인 단체 여행객 하고 같이 움직이면 많이 시끄럽단다.


뭐- 난 그런 떠들썩한 것도 좋지만 말이다. 


브라질이라고 생각하면 브라질 열대우림같다.
바나나다! 바나나!

난 투어 행렬 맨 끝에 섰다. 그러다 보니, 애석하게도 가이드의 열띤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투어 행렬은 꼬부랑한 작은 숲길을 따라 걸었는데 큰 나뭇잎이 만든 자연 그늘과 大자로 뻗은 고양이가 비현실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엔 수풀이 우거져 신비감마저 더 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가 메콩강이었다.


코코넛 과자를 만들고 있다.
땔감이 쌓여있다.


이윽고 코코넛과 바나나 등을 말린 과자를 팔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시식용으로 만들어진 과자를 먹어보니 심심한 맛이 꽤 괜찮았다. 요즘엔 달고 짠 음식보다 이런 심심한 음식이 더 좋게 느껴진다.


그래도 선뜻 지갑이 꺼내지 진 않았다.


진열돼 있는 말린 과자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영화 '타짜'의 명대사가 떠올렸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안 배웠어?'


코코넛 나무에 어떻게 올라가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가이드다.

처마 밑에 달려있는 닭발. 뭔가 섬뜩했다.



비루 구다사이!


그림자는 점점 짧아졌다. 지구와 나 그리고 태양이 일직선이 돼가고 있었다.


때마침 가이드는 우리에게 점심시간을 알렸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식당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각자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나도 아까 버스에서 만난 형과 나란히 앉았다.


선선한 자연바람과 물결에 반사된 자연채광이 적절히 들어오는 식당이었다.


잠시 후, 한 할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할머니는 튀겨놓은 생선살을 정성껏 발라 채소쌈을 만들었다. 그리곤 각자 앞접시에 살포시 놓아줬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나에게 해주는 느낌이 들어 약간 이상했다. 



우리 테이블엔 나와 형을 제외하곤 4명 모두 여성분이었다. 게다가 전부 일본인이었다.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양 옆에 있던 일본인들이 일본말로 음식 맛을 평가하는 듯했다.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 그들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들도 내가 일본말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완벽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충 눈치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마도 '음... 먹을 만 한대?' 정도의 의미가 전달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좋아. 그렇단말이지' 내가 생각했다.


일본인들이 떠들면 얼마나 떠들겠나. 귀에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던 우리 테이블. 내가 지나가는 직원을 향해 외쳤다!


"원! 비루 구다사이-!"(맥주 한 개 주세요)


일본인 4명은 젓가락을 그대로 든 채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가 목소리를 굵게 깔고는 다시 말했다. "오-이시~~~"(맛있어요)


그랬더니 일본인 4명이 마치 사전에 짠 듯이 반응했다. "에-~~-?"


화기애애한 점심시간이다.


나는 알고 있는 일본어를 대방출했다.


"하지메마시떼. 아노 강꼬꾸진 데쓰-"(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그 사이 맥주를 갔다 준 직원에겐 "아리가또!"(감사해요) 라고 말했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일본어 전부였다.


내 왼쪽 편에 앉은 여성분이 내게 일본어를 할 줄 아냐고 일본말로 물었다. 그렇게 질문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I can't speak Japanese at all :)"이라고 말했다. 일본말을 할 줄 알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고 하자 그게 웃겼나 보다.


하얀 이를 내보이며 그들은 웃었다.


이내 오른쪽에 앉은 여성분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누구랑 여행하는지, 어딜 갔다 왔는지.


교토에 산다던 그녀는 외국에서 유학을 해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교토에 산다던 그녀. 내가 오사카를 가본 적이 있다고 하자 엄청 반가워했다.


그 사이 맥주 2캔을 비운 나는 모두 잔을 들라고 했다. 그리고 외쳤다. "I say 건빠이. everyone says 건배. Ok?" 


"건-빠이!". "건배!!" 


나는 일본말을 하고, 그녀와 나머지 일본인은 한국말을 하는 익살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때, 내 얼굴엔 홍조빛이 돌고 있었으리라. 그게 맥주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물 색깔이 다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먼저 다가서면 들을 수 있는


저렴한 현지 투어로 쇼핑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엔 메콩강 주변의 벌들이 만든 꿀이라며 꿀물을 시음하는 곳에 왔다.


보통 쇼핑이 많이 포함되면, 여행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난 이게 더 좋았다. 더운 날씨에 오히려 잠깐잠깐 쉴 수 있어서.


'아이고 이런-' 휴대폰 구글 알림에선 이곳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어있음을 알려줬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더니 내 작은 유리컵에 담긴 꿀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 날씨에 뜨거운 차라니...'


그래도 공짜라면 먹어야지. 달달한 꿀물을 먹으며 선풍기 밑에 앉아 있으니 절로 신선놀음이었다.




"아 진짜 달다. 더워도 먹을만하다-" 내가 말했다.


그러자 내 마주 편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내게 말을 붙였다. "이거 진짜 꿀 아니에요. 허허"


내 오른쪽 귀에선 아직도 자연산 꿀이라는 가이드 설명이 진행되고 있었다.


"왜 가짜 꿀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 아저씨에게 물었다. 


이것봐! 진짜 벌이 있다고 하는 표정이다.


해외출장차 왔다던 아저씨는 가짜 꿀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반박할 수 없는 근거를 덧붙였다. 


"우리 아버지가 양봉사업했어요"


나는 그저 "진짜요?"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아저씨는 천연꿀로는 절대 이런 맛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매일 수없이 많이 들이닥치는 관광객에게 귀하디 귀한 천연꿀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아저씨 앞에 놓인 컵이었다.  아저씨는 꿀차를 입에도 대지 않았었다.


믿음이  생겼다.


아주머니... 전 안 사요.


말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 매우 신기하다.


참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현지 투어다. 마차를 타고 이동한단다.


사람도 더운 날씨에 동물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마차를 타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주인이 들고 있는 채찍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마차를 타는 동안 보니 주인은 진심으로 말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채찍도 휘두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는 마차를 5분도 타지 않았다.


말을 걱정할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사탕수수 음료수다. 2잔에 500원이었던 것 같다.
화음을 넣어가며 전통 노래를 부른다.



용기와 적극성


가이드 뒤를 따라 걷다 보니 시원한 움막 밑에 오게 됐다. 잠시 앉아 있으니 시원한 열대과일을 내오고, 노래도 불러준다.


과일을 먹는 네모난 탁자에선 난 단란한 한국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예쁜 두 딸과 착한 웃음을 짓고 있던 부부였다. 두 딸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큰 애와 초등학생인 작은 애였다.


내가 아이들에게 "너희는 진짜 좋겠다. 어린 나이에 이런 곳에 와서 견문을 넓히고"라며 "부모님께 꼭 감사하게 생각해"라고 말을 건넸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부부는 부끄러워했다. 진짜 멋진 부모님 같았다. 나도 저런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까 내가 사탕수수 음료수를 살 때, 이 아이를 지켜볼 수 있었는데 부모님의 교육이 정말 멋졌다. 아이의 어머니는 베트남 돈을 아이에게 쥐어주곤 "네가 직접 사 와봐.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나긋하게 말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한국에서 배우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고 내게 일렀다.


그 부부는 아이에게 그저 물고기를 잡아주진 않았다. 다만 물고기 잡는 법은 확실히 가르쳐주곤 있었다. 


뱀을 목에 휘감고 있다.


우와


앉아있던 사람들이 괴성과 탄성을 동시에 내고 있었다. 가이드는 친절히 도 커다란 을 꺼내며 한국의 구렁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SBS '동물농장'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었다. 큰 뱀을 사람 목에 얹어 사진을 찍는 행사 말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나오는 리액션이 매번 같다. 


사람들은 뱀이 다가오기도 전에 '으...'하면서 겁내고 사육사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웃어워 한다.


나는 어차피 물지도 않을 뱀. 그러니깐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교육된 뱀을 왜 무서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을 번쩍 들었다. 가이드가 "누가 뱀을 목에 걸어볼 사람?"이라는 말에.


내가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난 성큼성큼 뱀 앞에 다가섰다. 실제로 보니 엄청 컸다. 여기서부터 살짝 겁먹었다.


뱀 바로 앞에 다가서니, 아니 이게 뭔가. 속된 말로 '졸라게' 컸다. 공중 화장실에서 볼만한 점보 화장지 롤만 한 두께였다. 게다가 길이는 어찌나 길던지. 사육사 몸을 1번 휘감고도 남아 땅바닥에도 몸이 붙어있었다.


내가 '오오오오오우-'라고 무서워하자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미끌 거림이 목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내 손에 그 미끌 거림의 주체인 대가리가 쥐어졌다. 


난 내 휴대폰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


"빨리 빨리 빨리... 좀 빨리 빨리 좀 찍어줘요!!! 빨리요!"


그때, 혀를 날름 걸리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난 어쩔 수 없었다. 'Help me!!!'를 외칠 수밖에.


참 재밌는 경험이었다. 동시에 '용기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플라톤인지 아리스토텔레스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책에서 고대 철학자가 묻는다. '용기란 무엇인가'


그래서 제자는 용기를 설명한다. 예컨대 '사자 우리에 들어가는 것이요',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는 것이요'라고.


하지만 철학자가 말한다. '그건 용기가 아냐. 용기에 대한 예시일 뿐이지'


그렇다면, 내게 오라. 내가 답해주겠다.


용기란 뱀을 몸에 휘감을 수 있는 배포야!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간다.
원숭이가 튀어나올 것 같다.
어부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팁을 많이 받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가봤다.


똬리를 틀고 있는 뱀술이었다. 윽, 난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니,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약간 시체 냄새와 비슷했다.


충격적인 비주얼이다.


그때 가이드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이거 마셔 볼 사람?"


난 손을 들었을까. 먹었다면 어떤 맛이 났을까.


내가 맛을 봤는지는 다음 7편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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