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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Feb 16. 2019

집사부일체

집사[執事]와 부[父/夫]는 하나다

SBS 예능 <집사부일체>는 '사부'의 '집'에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와 미션(?) 등을 수행하는 예능이다. 그래서 '집+사부' 일체가 된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바꿔보면 '집사+부'로 바꿀 수 있겠다. 내가 이 말을 제안하는 이유는 남성은 바깥일을 해야 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하는 이유, 혹은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이유 등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1.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제 몸을 닦고(수양하고) 집안을 평안하게 다스리고 나서야, 국가를 다스리고 나아가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와 천하는 어떻게든 경쟁하고 승리한다면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만, 수신제가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릇 남자는 부엌 출입을 금하고 바깥으로 나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수신제가는 요원한 일이다. 생각을 바꿔서 집안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면서 구석구석 어지러운 것들을 정리하고, 사사로이 지나쳤던 것들도 세심히 관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수신제가의 실천일 것이다.


밥상에 그릇을 가지런히 올리는 일, 넘치지 않게 국을 데우는 일과 달걀 프라이를 타지 않게 굽는 일은 어떤 일이든 소홀히 하지 않는 성의를 배우게 한다. 뽀득뽀득 소리가 들리도록 그릇을 헹구는 일과 물이 튄 개수대를 행주로 훔치는 일, 청소기를 돌리는 일, 화장실 청소 등은 나에게 제공되었던 당연한 '루틴'(일상을 떠받치는 반복된 일과들, 그리고 지금껏 여성들이 담당한 재생산)이 사실은 어머니와 아내의 대단한 노력과 희생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한다. 그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자신이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희생을 생각하는 일은 소중하다.


2. 가화만사성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에 이룸이 있다. 가정의 화목은 아내의 행복에서 온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통적으로 늘 희생과 봉사에 얽매어 살아온 여성이 자주 웃을 수 있다면, 그 집안에 우환이 존재할 리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남편이 많은 돈을 벌어준다고 해서, 자식이 하늘 성(aka, S.K.Y. castle)에 가서 출세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삶의 표면적인 확장은 결국 여성 자신의 충만함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부엌으로 거실로 화장실로 그리고 집 밖의 음식물 쓰레기통과 마트로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그럴 시간이 우리 사회에 주어져야 하고, 그런 곳에 존재하는 남성들을 '평가'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남성들이 집안에서 '집사'가 되기를 자처할 때, 자식은 보다 풍부한 성역할을 배우게 될 것이고, 아내는 자신의 삶이 결코 고독과 고단의 연속이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아버지를 남편을 더욱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면, 남성이여 당신은 비로소 스스로의 행복과 가정의 행복, 그 기운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패에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멘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집사'와 '부'(아버지, 남편)는 한 몸이다. 집안은 더 이상 여성만의 공간이 아니다. "집안일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왕이면 집안까지도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라. 그러나 그 정복(?)의 방식은 온전히 가족 모두를 위한 희생으로만 되게 하라. 아내 손에 물을 한 방울도 안 묻히게는 못하지만, 최대한 적게 묻히게 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화장실에서는 오직 씻을 때만 물 묻히게 할 수도 있다. 청소는 어차피 '집사+부' 당신의 몫이니까 말이다.


한 번 해 보자. 그리고 성취감을 느껴보자. 바깥일이 풀리지 않아도, 마음 전부가 텅 빈 느낌은 결코 들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삶의 토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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