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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포티 Apr 12. 2023

드라마 ‘상속자들’의 아찔한 결말

명의신탁

[주] 2013년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즈음에 신문에 기고하였던 글입니다.




아름다운 젊은이들.. 


요즘 수요일 목요일 저녁이 즐겁다. 남자가 봐도 멋진 김탄과 최영도 그리고 차은상. 보통이들 사는 이 세상과는 많이 달라 보이는 그들만의 별천지에 살고 있는 청춘들도 사랑에서 만큼은 보통이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안타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더없이 아름다워만 보이는 탄이와 은상이의 사랑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 어쩌면 탄이 보다 더 안쓰러운 탄이 형과 여선생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시청자들 대부분은 탄이 아버지의 탄압(?)을 이겨내고 그들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아들딸 낳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을까 싶다.  



상속자들의 안타까운 결말 


하지만, 세금에 대해 좀 아는 나는 매우 안타까운 결말 한 대목을 알고 있다.  


그들 두 커플이 결혼에 골인 하고 안하고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한 오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탄이네와 탄이 형네는 제국 그룹에서 쫓겨나게 되고,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탄이 아버지는 주식을 이사들에게 명의신탁 해 놓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탄이 생일 선물로 이를 실명전환하여 탄이에게 주었다. 아마도 탄이 형에게 준 주식도 탄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을 것이다. 

 


탄이 아버지가 탄이와 탄이 형에게 준 주식에 대하여 증여세 신고를 제대로 했을까? 


[가정] 


탄이와 탄이 형에게 준 주식의 원래 소유주는 탄이 아버지였고, 그 주식의 가치는 각각 5조원씩이라고 가정해 보자. (좀 센가? ^^) 그리고 명의신탁은 한 명의 이사에게만 했다고 치자.(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개입되었을 것이고, 손바뀜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명의신탁 시점과 탄이 형제에게 주식을 준 시점에서의 주식가치는 같다고 가정한다. (탄이나 탄이 형이나 같은 조건이라 가정하고, 탄이에 대해서만 세금을 계산해 보기로 하자) 



[설명] 


(Case 1) 탄이 아버지와 탄이가 증여세 신고를 제대로 했다면, (현실의 명의신탁 사건에서는 이 경우는 거의 없다) 탄이에게 남는 주식은 9.2억원어치 밖에 되지 않는다. 명의신탁을 하게 되면 세법은 이를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이다. 


(참고: 명의신탁한 재산을 실소유주에게로 환원할 때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명의신탁 환원의 경우에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입증에 대한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세금을 피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시 말해, 탄이 아버지가 5조원의 주식을 명의신탁을 한 시점에서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탄이 아버지는 연대하여 5조원에 대한 증여세 2조 4,995억 4천만원을 납부하여야 한다. 당연히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세금 낼 돈이 없으므로, 탄이 아버지가 이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2018년 이전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주된 납세의무자였으며, 명의를 빌린 사람은 연대납세의무를 졌음. 2019년 이후는 법이 개정되어 명의를 빌린 사람이 주된 납세의무자임.)  


그리고, 탄이 아버지가 명의신탁한 주식을 회수하여 탄이에게 그 주식을 증여하였으므로, 또 한번 탄이에게 증여세 2조 4,995억 4천만원이 과세된다. 결국 탄이 주머니에 남는 제국 그룹의 주식은 전체 5조원 중에서 9.2억원어치, 즉 탄이 아버지가 가진 주식의 0.0184%만 남게 되는 것이다. 탄이 형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가 가진 제국 그룹의 지분이 100% 였다면, 이 중에 (0.0184% x 2) 만 받은 탄이와 탄이 형이 제국 그룹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Case 2) 만약 탄이 아버지와 탄이가 증여세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현실의 명의신탁 사건에서는 이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어떻게 될까? 상황은 더욱 암담해 진다. 은상이와 여선생님이 내 딸이라면, 나는 탄이 아버지보다 더 강력하게 이들의 사랑을 뜯어 말릴 것이다. 탄이를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우리 국세청이 저 정도의 단순한 명의신탁과 증여거래를 잡아 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이다. 물론 국세청이 당장 발견해서 과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5년 이내에 탄이 아버지가 한 일들이 국세청에 발각될 확률은 100%다. 


명의신탁과 증여가 각각 5년만에 발각되었다고 하면, 세금은 얼마나 불어날까?  


일단 명의신탁과 탄이에게의 증여 각각에 대하여 증여세가 두 번 과세된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다. 그런데 문제는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데 대한 가산세가 추가되는데, 이 가산세가 어마어마하다.  


먼저, 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당초 납부하였어야 할 증여세액의 20%가 무신고가산세(일반무시고로 가정, 부당무신고의 경우는 40%)로 추가된다. 약 4천 999억원이다. 거기에다가 증여세를 신고해야 하는 시점부터 국세청이 발각하여 과세하는 시점까지의 이자가 추가된다. 이 이자는 연리 10.95%로 요즘 금리와 비교해 보면 거의 고리대금업에 가까운 이자이다.  


여튼, 5년만에 발각되었다면 1조 3,685억원 정도의 이자가 추가된다. 증여세 2조 4,995억 4천만원은 앞의 첫 번째 경우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합계는 약 4조 3,679억원이다. 이 금액을 두 번 내야 한다. 명의신탁과 탄이에게의 증여 각각에 대하여 두 번 과세되기 때문이다. 그 합계는 약 8조 7,359억원이다. 



[결론]  


결국, 탄이 아버지가 명의신탁을 했다가 이를 회수하여 탄이에게 증여한 주식 5조원에 대한 세금은 약 8조 7,359억원이므로, 탄이는 3조 7,359억원의 세금 채납자가 된다. 탄이 형도 마찬가지다. 

이런 녀석들에게 딸을 줄 수 있는 강심장 아버지가 있을까? 



현실에서 재벌들이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묵히 일해서 자수성가한 분들 중에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너무 열심히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우물만 파는 분들에게 나타나는 부작용? 


이렇게 세금을 맞게 되면, 어렵게 이룬 가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형제들 간의 갈등, 자녀들 부부의 이혼, 이로 인해 손주들이 격을 경제적·정신적 고통과 탈선 등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이어지게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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