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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Sep 23. 2019

한국 영화의 경쟁력

수출산업의 숨은 주연, 한국영화 

필자의 콘텐츠 소비 중에서 단연 1위는 영화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이 TV에 빠질까 염려되어 결혼하면서 샀던 TV를 버렸다. 대신에 아이들과 주말이면 조조 영화를 보러 갔다. 최근에는 작은 스마트 폰 스크린에서 벗어 나오기 위해서 가능하면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중에서 가장 소비를 많이 콘텐츠가 영화다. 최근에 국내 영화 3편과 할리우드 영화 2편을 보았다. '더페이브릿' '분노의 질주'와 '기생충' '엑시트' '나랏말싸미'를 보면서 국내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화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영화감독, 배우, 스토리로 만든 영화들은 제작 및 마케팅을 위한 자금을 두둑이 받아 제작된다. 당연히 개봉관도 많이 확보한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개봉관을 확보한다. 소비자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 수많은 영화 중에 소비자들의 선택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극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대중들은 마케팅 투자를 많이 한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2018년에 제작되어 개봉되는 영화 편수는 454편이고 할리우드를 비롯한 해외에서 제작되어 수입되는 영화 편수는 1,192편이다. 이 중에서 실질적으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 편수는 국내 영화가 194편, 수입되는 영화가 534편이다.  영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에서 수입 배급되는 영화들은 자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이 입증되었거나 이미 잘 알려진 감독, 배우들이 제작한 영화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유리하다.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런, 제임스 카메론 같은 천재 감독들이 만든 영화는 감독의 명성만으로도 관객을 불러 모은다. 이런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천만 관객을 확보하는 국내 영화들이 있다는 것은 자랑할만한 일이다


        출처: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베끼기 수준에서 한국 영화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가며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임권택, 봉준호,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감독들도 세계적인 감독들에 버금가는 끼와 재능을 발휘하며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2년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고 올 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칸 영화제는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린다. 세계 영화제에서 국내 영화가 예술성을 높게 평가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업성 면에서도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영화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올해 필자가 본 '기생충'과 '엑시트'도 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과거에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1,000만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면 '기생충'과 '엑시트'는 그와는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페이브릿'은 서양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의 배경을 소재로 한 '나랏말싸미' 보다 더 재미있게 보았다. 문화적 친숙성이 영화의 재미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영화의 극적인 맛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재미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소재로 하더라도 해외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소재로 한 '대장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공간을 영화적 소재로 삼는 것은  그 영화의 흥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도 가져오고 관광산업 등 후방산업의 성장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의 문화 중에서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영화로 제작하는 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들이 꼭 보라고 추천을 해서 본 '엑시트'는 브랜드만 믿고 본 '분노의 질주'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분노의 질주는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말장난하는 장면이 길고 지루해서 괜히 봤다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그에 반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던 '엑시트'는 처음부터 스피디하게 영화가 전개되어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분노의 질주'가 스토리의 새로움이 없었다면 '엑시트'는 암벽을 타는 연인이 재난에서 살아 나오는 내용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루고 있다.  


분명 국내 영화가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끼와 기술을 잘 발휘한다면 영화 분야도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영화는 그 자체의 판매 수입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영화는 장기적으로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다른 산업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산업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업이 끼와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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