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 중인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House I Used to Call Home'이란 노래를 듣게 되었다. Will Jay라는 미국 가수의 곡인데, 가사가 정말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라서 한참 동안을 노래에 빠져 있게 되었다. 공감했던 가사를 짧게 적어보자면,
I can still see the marks on the closet door
(옷장문에는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어요)
Mom and dad started measuring me at four
(부모님은 4살부터 여기에 키를 재주셨어요)
That was always my favorite spot for hide and seek
(숨바꼭질할 때도 가장 숨기 좋은 곳이었어요)
So to whoever lives here next I have only one request
(이곳에 머물 다음 사람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Promise me that you'll take care of the place that knew me best
(나를 가장 잘 아는 이 공간을 잘 보살펴 주세요)
I'll pack my memories and go
(전 제 추억을 들고 갈게요)
So you'll have room to make your own
(당신만의 추억도 생겨야 하니까요)
Just be good to the house that I used to call home
(제가 집이라고 부르던 곳을 잘 부탁해요)
There's the window where I would sneak our at night
(밤에 몰래 나가던 창문이에요)
Had my first kiss right under the back porch light
(현관등 아래에서 첫 키스를 했어요)
When she broke my heart, didn't leave my room for weeks
(그녀와 헤어지고 몇 주를 방안에만 있었어요)
Eighteen, backing out of the driveway
(열여덟이 되어 차를 몰고 나올 때에)
Even though everything was about to change
(모든 것이 바뀔 참에도)
It'd be there at the end of the street waiting for me
(집은 길 끝에서 항상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어요)
여섯 살에 우리 세 가족은 이전 집을 떠나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했다.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떨어지고, 군대에 다녀와서, 유학을 다녀오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고 돌아올 때까지 같은 집에 있었다. 부모님과 밥 먹던 마루, 친구들과 생일잔치를 하던 응접실, 밤새 통화하던 내 방, 그 오랜 시간들을 보낸 우리 집에서 나의 아이가 걸음마를 하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노래 가사에서 처럼 내가 숨기 좋아하던 옷장이 있었고, 아버지가 키를 재어 주시던 기둥이 있었다. 유치원 시절의 추억과 이십 대 시절의 추억이 공존하던 그곳은 재건축이란 이름으로 이제 더 이상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몇 장 되지 않는 사진들과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는 나중에 집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