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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손 Oct 06. 2019

어떤 늙은 디자이너의 리마인드

노익장을 꿈꾸며

나는 올해 37. 곧 40을 바라보는 웹디자이너다.

요즘은 다루는 매체도 다양하고 UI 디자이너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내겐 아직도 웹디자이너라는 말이 친숙하다. 마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보다 입에 더 잘 붙는 사람들처럼.


이일을 하는 동안 업계도 많이 바뀌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이가 먹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가져본 기억이 희미해질 즈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디자이너가 맞긴 한가? 옛날엔 맞았는데 지금은 아닌 듯.'




나는 주로 금융권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편이다.

금융권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 기간이 6개월 - 1년, 혹은 그 이상의 긴 호흡을 가진다.

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되는 경우도 있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기도 하는데 동시에 해도 그다지 많은 개수를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수행한 프로젝트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오래 회자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 될 경우,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과장된 비유를 하자면 시즌 내내 고생해서 우승한 스포츠팀과 같은 기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거나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 때문에 안전한 마무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상황이 있다. 금융권의 일은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그 손실액도 엄청나거니와 고객도 매우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디자인적 성과를 밀어붙이는 디렉터도 많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손실과 평가에 매우 예민하다.

또한 주어진 환경과 자원을 정확히 고려해서 마무리하는 능력도 디자이너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혹은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주변 상황이 안 맞아 결과물이 나쁠 때도 많다.

UX 프로젝트는 야구와 같아서 오늘 내가 홈런을 쳐도 게임에 질 수 있는 거다. 반대로 동료가 만든 만루 찬스를 내가 병살타로 망칠 수 있다.

좋은 결과물은 여러 파트의 실력과 정성, 고객 성향, 운과 때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맞을 때 나온다.


아무튼 내 분야의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아쉬운 마음이 늘 존재해왔다. 그런데 그 아쉬운 마음이란 것도 오랫동안 누적되며 닳고 닳다 보니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라기 보단 관리자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러다 20대 때를 돌이켜 보니 그 당시에는 저 아쉬운 마음을 내 성향대로 해도 되는 아트웍 중심 프로젝트나 개인 작품과 같은 것으로 풀었던 것 같다.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을 디자인으로 풀었던 것.


2010년 이전 20대 시절의 작업물


30대 중반이 훌쩍 넘은 요즘,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아트웍 작업을 시작했다.

깜짝 놀란 사실은 내가 자발적으로 작업한 마지막 아트웍이 2009년 8월이었다는 것이다.

오랜 공백이 있었고 솔직히 디자인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 불안감이 들어서일까, 요즘은 정말 다작을 하는 것 같다. 아마 내 디자인 경력상 물량 기준 최다 작업량일 것이다.


근 1년 내에 작업한 여러 주제의 개인 작업물


나는 옛날 스타일 디자이너다.

그렇기에 요즘 UI 디자인이 UX논리, 플랫, 미니멀로 점철되었더라도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작업을 꾸준히 하고 다소 이상해 보일 지라도 자신의 세계관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더 생명력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시대에 남는 대 히트곡을 뽑아내는 록 밴드는 항상 대중적 음악과 실험적 음악을 함께 한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그 실험적 음악이 어쩌면 히트곡이 나올 수 있는 자양분일 수 있다.




그냥 요즘 내 근황과 리마인드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려다 맥락 없는 헛소리가 된 것 같은데 최근 작업물 중 몇 가지 이미지 보여주며 글을 급 마무리한다.


네이버 나우의 배경 아트 워크


네이버 바이브의 플레이리스트 커버


친구 부탁을 거절 못해서 만든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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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삼손의 인스타그램에서 라이프 및 최신 작업물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amson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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