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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onely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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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Lonely Mar 15. 2016

Lonely City

외로운 자들의 도시

LONELY CITY ; 외로운 자들의 도시

PROLOGUE


'우리는 눈이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입니다.'

#[눈먼자들의 도시] 중


 잠에서 깨어버렸다. 입술에 겨우 남아있던 수분마저 다 빨아들인듯한 갈증이 내 목을 짓눌러왔다.

밤새 틀어져있던 #정준일 의 #USELESS 가 귀마저 아른하게 들리게 했고, 이성을 잃기 전에 물을 들이켜야 했다. 말그대로 '외로움', 그 시간이 찾아왔다. 이제부터는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치열한 공포와 맞붙어 끝을 봐야 할 때가 온거다. 지금까지 전적을 살펴볼 때 승산이 있는 싸움이었다. 완패는 아니었으니까.


 우습게도 순간 떠오른 건, 죽음도, 가난도, 치욕스러운 순간도 아닌, 사랑하고자 했으나 사랑받지 못했던, 그리고 내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던 지나간 사랑의 순간이었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아쉬운 찰나의 순간이었다.

 곡을 써야겠다. 지금 가사를 쓰지 않으면 이 감정은 기억되지 않고 서서히 생명을 잃어갈거다. 폰을 들자. 어두운 방 안에서 텅빈 공간을 타고 최신형 스마트폰의 사과로고가 드리웠고 두 엄지를 놀려 글을 적어나갔다.

 가사의 첫 순간이 늘 그렇듯이 오와 열이 맞지않은 상태의 훈련병들의 줄지음과 같았다.


다른 사랑을 해봐도 개운치가 않아

그러게

허전한 밤이 채워질 줄 알았지


어제도 기다린 네 문자를 오늘도 기다리며

그렇게

하루를 다 써버릴 줄 몰랐지


나 좀 지쳐간다, 사랑을 못믿겠다

포기하고 싶어지다가도

'내게도 소중한 사랑 다가오겠지.' 라는

말도 안되는 위로로 포기를 잠재워


멀어져간 널 보며

가슴에 담지 않겠노라고

다신 구걸하지 않겠다고


멀리있는 널 보며

내가 말하지 않는대도

가슴이 먼저 기다리잖아


이건 말도 안돼

내가 어떻게 너를 잊었는데,

다 비워냈는데, 얼마나 아팠는데


내 가슴에 새겨진 문신을 보며

그리지 말걸 후회해봐도 안지워져

넌 살아 그렇게 나를 살게해


그렇게 밟아서 구겨놓았던 감정들이 죽지않고 살아 꿈틀대다가 기회를 엿보고 좁은 틈 사이로 삐져나온다. 원래 터져나온 감정은 그칠 줄을 모르고 새는 바가지는 끝을 모르고 달리는 거다. 그 바닥이 보일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아니 기계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는 실낱같은 희망에 열광하고 있을 때, 뭇청춘들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밤에 해가지고 워터홀이 달빛을 비춰내고 있었고 청춘들은 그 곁에서 하염없이 저가는 풍광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들의 그림을 담아 내어주고 있었다.

 고요한 그들의 밤의 정적을 뚫고 기린 한 마리가 고요하게 워터홀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랬다. 나는 기린이라는 동물이 물을 마시는 장면을 한 번도 제대로 관찰한 적이 없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어 가슴을 대고 물가에 입을 대어 목을 축인 적이 없었다. 나약해만 보이는 기린의 기다란 다리의 관절이 조금씩 바깥으로 접히고 목을 조금 누이더니 안되겠는지 한 발짝씩 더 벌려나갔다. 하루 온 종일 목을 축일 시간만을 기다렸을 그 생명은 시간을 밀어부치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연에 몸을 맞추는 시간을 한 없이 할애하고 있었다. 그것의 긴 목이 물가에 가져다 대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쯤은 별 것 아닌,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내 목마름은 지난 밤 타는듯한 갈증을 걷어내려 박차고 일어난 잠자리에서 해결되지 못했다. 그 목마름은 평생을 따라 나의 뒤를 밟을 것이었다. 살고자 비극의 한 걸음을 어둠으로 내딛을 때마다 나의 발목을 잡고 바닥으로 바닥으로 빨아들일 놈이었다. 그런데,

가녀리고 기다란 생명체의 움직임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은 함께 생명답게 살고자하는 마음이 스며들어 갈라지고 무너지게 했다 믿는다. 나의 영원할 것만 같던 목마름에 그저 생명답게 살고자하는 동물의 육감적인 근육의 떨림이 스며들어왔다.


그렇게 살테다.

그렇게 살아낼테다.

목이 마를 때 무릎을 굽히고 몸을 뉘여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면 그만이다.

천천히 한 발 씩 서서히 벌려내면 그만이다.

그러다 혹 다른 친구들이 오면 자리를 옆 자리를 내어주면 그만이었다.

그게 살아가는 원리고 방법아닌가.

워터홀 이라는 작은 물웅덩이에서 물 한 모금을 더 축내려 행패를 부리거나 한 시 더 빠르게 목을 축이려 욕심을 내는 생명은 없었다.

 그것들의 움직임이 인간의 그것보다 더 생명력 있는 근육의 꿀렁임으로 여겨졌다. 그 육덕진 움직임은 그 어떤 섹스보다 강렬했고 고요하며 웅장했다.


우리는 외로운 것이 아니라, 함께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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